마을 주민들이 100명도 안되는 작은 시골마을에 벽화가 등장했다. 지역의 한 봉사단체 회원들이 힘을 모아 벽화를 완성하면서 마을의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지난 9일 금정면 월평리 석산마을에는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로 지역의 봉사단체인 두드림 회원들이었다. 양상현 회장과 회원 20여명은 오래된 담장 외벽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페인트로 색을 채워 넣었다. 서툴지만 차분하게 붓질을 시작한지 3일 만에 금정의 상징인 대봉감과 까치, 그리고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나무와 낙엽까지 약30m 구간에 형형색색, 아기자기한 그림이 새로 등장하면서 삭막하기만 했던 담장의 분위기가 한결 달라졌다.

이번 봉사활동은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됐다. 사실 두드림 회원들의 집에 벽화를 그리는 일은 2차례 있었지만 직접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 회원들에게도 상당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양 회장을 비롯해 회원들은 “무의미하게 술 먹을 시간에 좋을 일을 해보자”라고 의기투합해 술병 대신 붓을 들었다.

회원들의 의기투합에 가족들도 합세했다. 회원들의 뜻은 모았지만 문제는 벽화를 어떻게 그려 넣느냐는 것이었다. 양 회장과 회원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 회의를 수차례 가진 끝에 금정스러움을 그리자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나온 것이 대봉감과 마을의 풍경이었다.
봉사활동은 9일과 16일, 19일로 나뉘어 진행

됐다. 9일에는 금정의 청정하늘을 상징하는 하늘색 바탕을 칠하고 16일에는 연필로 익살스러운 대봉감 캐릭터와 마을 우산각, 저 멀리 빙빙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등 금정이 간직하고 있는 모습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19일에는 밑그림에 형형색색의 색을 입히는 작업까지 3일이라는 시간동안 회원들과 가족들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작은

기쁨을 선사했다.

그리고 석산마을이라는 지명으로 인해 가물가물 잊혀 가는 ‘똥뫼동’이라는 옛 지명도 벽화에 새겨 넣으면서 단순한 그림이 아닌 마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벽에 아로새겼다.
두드림 양상현 회장은 “누구를 위해 벽화를 그린다는 것이 처음인 탓에 저 역시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벽화를 그리고 완성을 하고 보니 어느 때보다 보람이 크다”며 “부족한 실력이지만 1년에 3~4회 정도 주민들의 요청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벽화그리기 봉사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