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기찬랜드가 개장할 무렵 실시되는 영암군 대학생 하계아르바이트는 지역출신 대학생들에게는 ‘지역 알바계의 로또’로 통한다.
대학교 방학기간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데다 임금을 떼일 염려도 없기 때문이다. 시급도 법에서 정하는 최저시급 6470원을 고스란히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다만,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뙤약볕 아래의 근무지라는 점이 단점이다.

▲ 김강은 양

지난 26일 기찬랜드에서 주차장과 매표소 근무를 서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을 만났다. 관리자들의 동의를 얻어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학생들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초당대에 재학 중인 곽슬기(21)양과 호남대에 재학 중인 김정현(20)군, 중앙대에 재학 중인 김강은(20)양은 이번 알바에 대해 “힘들지만 재밌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연령대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과 무의미하게 방학을 보내는 것이 아닌 성인으로서 나름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아르바이트 기간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실, 영암에서 시급 6470원을 챙겨주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설사 있더라도 방학기간동안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는 거의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자신들이 30명 남짓에 불과한 아르바이트생으로 선택된 자라는 자부심도 크다.

▲ 곽슬기 양

누구에게나 힘든 법도 있을 터. 뙤약볕 아래서 매일 일해야 하는 이들에게 근무환경이 힘드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피부가 검게 그을리고 땀에 범벅되는 것은 이미 각오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아요. 일부 관람객들의 말 한마디가 저희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제일 큰 언니인 슬기양이 말문을 텄다.
기찬랜드에서는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주차장, 매표소, 안전관리, 쓰레기장 등의 근무지를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근무한다. 각 근무 장소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특히 피서객들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곳이 제일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주차장의 경우 피서객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차량 이동을 제한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아르바이트생들의 안내를 무시하거나 심장이 쪼그라들 정도로 구수한 욕설로 아르바이트생들을 맞이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극히 일부 피서객 중에는 출입을 금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차량 멈춤 없이 무심히 지나치는 위험천만한 경우도 겪기도 한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수고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들을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앞선 설움은 금새 날아간다고 말한다.

▲ 김정현 군

이처럼 힘든 환경 속에서도 젊은 패기로 꿋꿋이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 바로 밥값이다. 기찬랜드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식비는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은 기찬랜드 인근 식당에서 자비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하루에 5만원이 조금 넘는 임금 중 식비를 제외하면 4만원 정도로 확 줄어든다. 최저시급을 적용받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장난기 어린 미소를 보이며 김정현 군은 “시급을 올려주는 것도 좋지만 밥을 주세요. 제가 바라는 것은 그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강은 양은 “날씨도 덥고 짜증나시겠지만 저희들이 일부러 막고 하는 것은 아니니깐 너무 짜증을 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아르바이트 후 계획에 대해 곽슬기양은 “아직 어린 나이다보니 저를 위해 쓰고 싶기도 하지만 개학 후에 학교 생활하는데 써야 하는 부분이 크죠. 다 큰 성인인데 언제까지 부모님한테 의지하는 것은 창피하잖아요”라며 빙그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