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풍력발전을 이용한 관광산업, 그리고 주민들의 삶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암 활성산 풍력발전이 운영된 지 4년가량 지났지만 그에 따른 잡음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풍력발전으로 인한 고통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삼호읍와 시종면 등 또 다른 지역에 대규모 풍력단지 건설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본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8회에 걸쳐 신재생에너지의 한 축인 풍력발전에 대한 지역적 여론과 타 지역의 사례 등을 취재해 영암의 풍력발전에 대해 총체적으로 조망해 본다.

< 글 싣는 순서 >
1회 – 영암의 풍력·태양광 산업의 현주소와 실태
2회 – 새만금 해상 풍력발전의 동상이몽
3회 – 영남 알프스 영덕… 순풍만 부나?
4회 – 경주 풍력발전을 이용한 관광산업, 그리고 주민들의 삶
5회 – 제주 풍력 공유화와 바람의 가치 1
6회 – 제주 풍력 공유화와 바람의 가치 2
7회 – 해상풍력발전 메카 전남 영광
8회 – 풍력발전 갈등의 유일한 해답 ‘주민 상생 원칙

지진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 증폭
문화재, 환경문제 고려치 않은 난개발 비판

천년고도 경주, 신재생에너지로 새천년 준비
지난해 9월 12일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리히터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1978년 우리나라 지진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불국사, 석굴암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즐비해 있고 한편으로는 양남면 일대에 대규모의 월성원자력발전단지가 운영되고 있는 지역적 특성상 지진에 대한 공포와 우려는 타 지역에 비해 적지 않았다. 특히 2013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으로 핵연료가 유출되고 폭발이 일어나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서 경주시의 입장에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 대안으로 경주시의 선택은 바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었다.
경주지역에는 지난 2012년 16.8㎿규모의 양북면 장항리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 이래 현재는 양남면 효동리에 20.7㎿ 규모의 풍력단지가 조성 중이며, 강동면 왕신리에 7.05㎿, 천북면 화산리 공단 내에 7.05㎿ 규모의 풍력단지가 계속해서 조성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감포읍 대본리에 12.5㎿, 산내면 내일리에 8㎿규모의 풍력단지도 조성될 예정이다. 경주지역에 풍력단지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유수의 증권사 중 하나인 SK증권이 1200억원 규모의 경주풍력발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선을 완료해 향후 경주지역에 추가 풍력단지 조성이 전망되고 있다. 경주지역에 대규모 풍력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에는 경주 서한ENP가 일본 NTN사와 향후 5년간 모두 1억5천만 달러를 투자, 경주에 풍력발전기용 베어링 생산공장 건립을 목적으로 MOU를 체결하는 등 풍력과 관련된 투자를 유치하며 에너지클러스터가 활성화되고 있다. 더군다나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석굴암, 보문관광단지, 경주풍력발전단지 등으로 이어지는 관광벨트는 첨단과 유산이 어우러진 관광자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풍력발전 난개발…세계문화유산에 큰 위협
원전에 이어 경주 곳곳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섰거나 발전계획이 발표되면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주풍력발전은 토함산(석굴암 2km 이격)과 인접한 조항산에 1단계 7기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가동 중이며, 최근 2단계 사업으로 9기의 풍력발전기 설치를 위한 개발행위허가를 경주시로부터 받은 뒤 현재 공사를 하고 있다.
환경단체와 인근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법으로 정해 의무사용량이 부과돼 매년 늘려가야 하는 상황인 만큼 관련업체나 지자체가 향후 부대수입을 의식해 허가를 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주지역의 경우 타 지역과는 상황이 다르다. 천년의 역사문화도시인 경주는 이미 지역 내에 대규모 원전이 있어 송전탑이 산재해 있는 마당에 굳이 거대한 풍력발전기라는 대형 구조물은 추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지역인 경주는 도시의 풍광이 중요하다고 여겨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세계유산 인근에는 완충구역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가지 일부에는 전봇대를 지하화하고 국립공원 인근의 송전탑마저 이전하는 등 경관보존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주요 산 정상인근에 설치되는 풍력발전기는 분명 이같은 방침과 배치된다는 것이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대 여론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주시 내남면 박달리 인근 99만1700여㎡에 풍력발전기 7기와 태양광 등 발전소 조성사업이 계획되면서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다.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분명했다.
풍력단지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고, 발전기를 만들기 위해 무성한 산림을 베어내는 등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영암 한대리 주민들의 상당수가 두통과 어지럼증, 이명현상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건강에 대한 위협은 이미 일정부분 사실로 들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더 큰 문제는 풍력발전기와 관련한 환경 기준이 아직까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피해주민에 대한 지원과 대책마련이 힘들다는 점이다.
또 다른 친환경에너지로 불리는 태양광 발전시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발전시설 인근에 숲을 조성할 수 없고, 임야 등을 무분별하게 훼손할 수 있는데다 햇빛 반사광으로 인해 농작물과 가축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화력이나 원자력보다는 친환경적인 발전시설인 점은 분명하지만 완벽한 친환경 발전시설로 보기에는 아직도 어려운 점이 많다”며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사업을 진행할 경우 인근 주민을 보호할 엄격한 환경영향기준을 마련하고, 자연환경 파괴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