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모처럼만에 비 소식이 예고되었지만 비구름은 지역을 비켜나가며 농민들의 한숨은 커져만 가고 있다.
“보시다시피 모가 타들어 가 누렇게 변해버렸습니다. 나랏님이 수급을 못하니까 하느님이 수급을 하시는가 봅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가뭄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도 계속되는 가뭄에 농심이 점점 타들어가고 있다. 아직 가뭄에 따른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사를 포기할 정도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으나, 앞으로 가뭄이 지속될 경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 말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155㎜로 예년 259㎜의 6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영암 상황은 더욱 좋지 못하다. 같은 기간 동안 영암의 총 강수량은 135㎜로 전국 평균 강수량에도 크게 못 미치는 상황으로 평년 강수량인 300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9일 7.6㎜ 가량의 비가 내린 이후 본격적인 영농철에 접어들면서는 아예 비소식이 뚝 끊긴 실정이다.
가뭄이 계속되자 농업용 저수지도 점차적으로 메말라가고 있다. 30일 기준으로 영암군 평균 저수율은 52.8%로 전국 평균 저수율 54.5%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갑제와 성산제, 성양제 등 저수량이 큰 저수지를 비롯해 18개의 저수지들의 저수율은 50% 아래로 떨어지는 등 가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밭작물 농가에서는 벌써부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성장기에 접어든 고추를 비롯해 애호박, 배추 등은 생육이 지난해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농가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확시기도 늦어지고 수확량은 지난해에 비해 1/3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밭작물 등의 상당수가 용수시설이 부족한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농가들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형편이다. 
농정당국에서는 모내기가 마무리되는 6월 말까지 용수공급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장의 농민들은 충분한 양의 비 소식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저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막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농민은 “당장 모를 심어도 올해는 장마도 마른 장마가 예상된다고 하던데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가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무안과 강진, 신안 등의 지역과 같이 심각한 위기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에서는 지난달 8일부터 대책반을 운영해 지역의 6곳(신북 월악, 덕진 영등, 군서 도갑·학암, 시종 화수) 등에 간이 양수장을 설치해 용수로에 직접 용수를 공급하는 등 가뭄 피해 해소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