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처녀가 측실이 되얏드라네

[2016년 11월 18일 / 제98호] 우리 할머니집 마실꾼들 이야기 - 17 영암우리신문l승인2016.11.18l수정2016.11.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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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조 정 (영암읍 출생)

어야 영봉이네, 자네허고 선돌 밑에 쪼간네허고 어찌케 일가가 되능가?
이, 그런 일가가 있니
자네가 쪼깐네헌테 성님이라 허던디, 사춘간인가 육춘간인가
영봉이네허고 쪼깐네가 사춘이기도 허고 육춘이기도 헐 거이네
음마 뭔 그런 족보가 있다냐 정순네 자네는 가만 있어봐 내가 들은 말이 있어서 근단 마시
아야 성용네, 놈의 족보 더투지 말고 감재나 잘 쪼개소 내일 밭에 넣는 것도 자네가 헐 것 아닝가 
성님, 감재 쪼개고 넣는 것이사 외약눈 감고 열 마지기도 해낼 것잉께 성님 성가실 것 한나도 없소예
그라기사 그라재 우리 성전떡이 논 감재가 하야니 꽃 올리먼 이삐게 웃는 성전떡 잇속 보는 것맹킬 것이네
오메 성님 딴 말씀 마시란 말이요 
일 났네 성용네가 한 번 파기 시작허먼 말 안 허고는 못 전딘디 예펜네가 아조 찐드기랑께 알고 잡은 것 있으먼 사람을 들들 볶아부러
성님허고 정순네가 말게 산께 작것이 더 궁금항갑소야 어야 성용네 누가 자네헌테 머시락허등가?
누가 머시락헌 거시 아니고 쩌번창게 저재에 맛 한 그럭 사러갔다가 쪼깐네를 봤단 마시 나가 물었재 어지께 영봉이 증조함마니 지산디 건네 왔었소? 그랬등만 안 가도 갠찮한 지사라 안 갔소 글드랑께 사춘이먼 영봉이 증조할매가 즈그 할매도 될 거인디 안 와도 된다는 거시 뭔 소리다냐 그랬재
쪼깐네 그것이 염병하등갑다 그냥 일 있어서 못 갔소 글재마는 황강 천리를 풀어낼라고 그랬다냐
어야 정순네 욕 하지 마소 와도 편헌 자리가 아닝께 우리 아바님 생전에도 오지 말라 하셌다네 아바님 지실 때도 참예를 안 했는디 새삼시럽게 오것능가
오락 해도 올라는 맴이 없응게 그라재 맴이 있으먼 정종 한 도꾸리라도 인편에 보내재 해년마다 오는 지사를 입 싹 씻은당가 유재서도 어른 지사에는 찹쌀 한 되든 폿 반 되든 인사닦음 허는 거슬 일반으로 아는디
아따 성님 가만 기세 보쑈 영봉네야 먼 소린가 알아듣게 말을 해봐야 뭔 말을 물레 잡고 실꾸리 돌리대끼 빙빙 돌린다냐
이, 알었다 내가 사천에 미꾸리라도 니 갈쿠손을 못 빠져나가꺼이다
아먼 순순허게 실토를 해사재 머시 있어도 있당게
우리 시함마니가 열댓 살이나 되야쓰까 그란 나이에 어디선지 몰르게 동낭아치로 우리 동네에 흘러 들왔다드라 동냥은 하는디 태도가 얌잔하니 염치를 알드란다 밥 한 그럭 얻어묵으먼 언넝 물동우 이고 나가 물을 질러놓고 가든지 정재 가서 경을 서긋어놓든지 토방에 신짝이라도 가지런허니 놓고 가드라여
이, 나도 우리 시함마니한테 자네 함마니 말 들었네 여간 애잔하니 생개가꼬 우리 동네가 마땅했등가 여름에 와서 겨울을 냉기고 산디 자네 조부님이 측실로 얻으셨닥하대 
측실이먼 첩이란 말이요? 아이고 영봉이네야 미안한디 말이 마땅찬하다야 그랑께 쪼깐네 아배가 본실 쭐거리고 자네 아바님 배다른 조카구만
이 그란다네 근디 우리 자석들도 잘 모릉께 자네가 입단속 잔 해주소이
나가 짐작이 없것능가 머 존 말이라고 나발 분당가 쪼깐네 하는 양이 아심찬해서 물어봤네 
여그 성님이사 말씀을 애끼는 양반이라 만풍을 생키고도 낯빛 하나 안 밴하재마는 우리가 유재서 살다보먼 시그덕뻐그덕헐 일이 있잔해 내가 서운터라도 우리 자석들 생각고 자네가 말 잔 참어주소
이 내 입에서는 먼 말 안 새꺼싱께 성가시지 마소 내가 자네 시아바님을 여간 우러 뵈는 것 모릉가 짱짱허니 자수성가허시고 점잔하싱가안 그리 짠헌 어매 두신 사연을 몰랐네야    
성용이네 궁금증 풀렸응께 내일 저녁에는 빈손으로 오먼 안 되야이?
아이고 성님 누룬밥이라도 긁어서 한 뭉탱이 들고 올라요
하하 웃자고 한 소리여 어야 영봉이네 그적에는 동학 난리로 패가헌 집 자석들 호열자로 부모 잃은 어린 것들이 천지였다여 반가 자석들까지도 하루아침에 동낭치 되야서 골골이 떠돌아 다녔다대 나라 망허고 시절이 구지먼 밸 일도 다 있니 그래도 자네 시조부님이 측실로 거뒀으니 더 험한 꼴 안 보고 사셌거니 허소 그리 훌륭헌 아드님 두고 서울로 유학한 손지 둔 사람이 동네서 몇이나 된가
예 성님 저도 부끄럽게 생각 안 하요 다 팔자 때암이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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