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서면에서 바라본 해발 393m의 은적산. 일제강점기부터 상은적산과 하은적산으로 구분되어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일제청산 취지로 표준시간 변경우리 정부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뒷북’
지난 7일, 북한이 8월 15일 광복 70주년에 맞춰 표준시간을 변경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 표준시를 빼앗았다”며 기존에 사용하던 도쿄 기준의 표준시간을 30분 늦춰 사용하며 우리 시간을 찾겠다는 논리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북한이 어떤 사전협의와 통보도 없이 표준시 변경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면서 “표준시는 전세계적으로 각국이 자국에 가장 근접한 경도를 기준으로 채택하되, 1시간 단위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국제 관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인도·이란·아프가니스탄·미얀마를 비롯해 지역별로 표준시가 다른 호주 등이 30분 단위의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으며, 네팔의 경우는 15분 단위의 표준시를 적용하고 있다. 전세계 인구의 20% 이상이 우리 정부의 주장과는 다른 표준시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무지(無知)’에서 온 유감 표명과는 달리 대다수의 국민들은 ‘일제청산’을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에 맞는 시각이 필요한 것이 아니나요? 정오라면 태양이 우리나라 하늘 중앙에 있어야지 일본 중앙에 있는 것이 정오인가요? 북한이 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옳은 것은 남북한 관계없이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닌가요?” 등의 주장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영암군, 지적공부 전환 사업으로 ‘일제청산’ 시작
이렇듯 ‘일제 청산’ 움직임이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영암 지역 사회는 ‘일제 잔재 청산’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그나마 올 3월부터 영암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적공부’ 전환 사업이 전부다.
영암군은 지적재조사사업 일환으로 1910년대 토지조사사업 당시부터 사용해 오던 일본 동경원점을 국제표준인 세계측지계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측지계란 지구상의 특정 위치를 좌표로 표현하기 위한 체계로 국가마다 서로 다른 지역측지계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측지계인 동경측지계를 1910년부터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동경측지계는 일본의 동경원점을 기준으로 일본 지형에 적합하도록 설정됐고, 세계측지계는 지구 중심을 원점으로 해 전 세계 국가들의 형상과 일치하는 지역적 오차가 없는 국제표준이다.
오는 2020년까지 진행하는 지적공부 국제표준 전환 사업이 일제 청산의 신호탄으로 꾸준히 일제강점기를 지워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은적산 ‘지명 복원’ 타당성 검토 필요 ‘백두대간 혈침’ 찾기… 영암도 시작해야
3년 전 광복절에는 해남군이 굴삭기까지 동원해 옥매산에 박혀있는 일제 잔재인 혈침 ‘쇠말뚝’을 제거하며 일제 청산에 앞장섰다. 일제강점기 막바지 일본은 우리의 민족정기를 끊기 위한 혈침으로 쇠말뚝을 백두대간에 박아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광산으로 사용되던 곳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영암 지역 역시 당시 광산이었던 서호의 ‘은적산(隱迹山)’ 주변도 혈침 의심 지역이다.
혈침 찾기와 함께 ‘은적산’의 ‘지명 복원’ 문제 또한 매우 중대한 일일 것이다. 서호와 학산의 경계에 있는 은적산은 현재 ‘상은적산’과 ‘하은적산’으로 분리되어 불리고 있다.
조선 시대 이전의 사료에서는 모두 ‘은적산’으로만 기록되어 있다.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대동지지, 여지고, 동여도, 해동여지도 등 모두 은적산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조선지형도’에서 처음으로 상은적산(上隱迹山), 하은적산(下隱迹山)으로 분리되었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광복 70주년, 영암군에서도 더 늦기 전에 전방위적인 ‘일제청산’ 사료 조사와 ‘역사 바로 잡기’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