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00일, 선거구 획정도 못해

정치권에선 선거구를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행 246석을 유지하거나 3석이 늘어날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많다.
현행 246석을 기준으로 지역구 인구하한선은 13만9473명이다. 영암군(5만 8524명/8월말 기준)·장흥군(4만 1050명/7월말 기준)·강진군(3만 8978명/7월말 기준) 선거구는 13만8552명으로 현재 통폐합 대상이다. 현역 의원들의 바램대로 지역구 의석이 3석이 늘어난 249석이 되지 않는 이상, 통폐합 대상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더구나 249석으로 확정되더라도, 주변 지역의 상황에 따라서 연쇄 통폐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의 경우는 전체 11개 지역구 중 현재 4개가 통폐합 대상이다. 고흥·보성 선거구, 여수갑 선거구, 무안·신안 선거구, 영암·장흥·강진 선거구로 4개 선거구가 인구하한선 미달 지역이다. 이중 여수갑 선거구는 여수을 선거구와의 조정으로 인구기준을 채울 수 있다.
지난 9일 선거구획정위에서는 전라남도 지역 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으며, 이후 여러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렇게 난무하고 있는 시나리오대로 선거구의 연쇄 재획정이 된다면 전라남도 선거구 수는 유지되는게 맞겠지만, 인구수를 기준으로 시도별 선거구가 결국에는 조정되는 까닭에 전라남도는 11개 선거구 중 2개의 선거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므로 전라남도 선거구는 9개로 줄어들며, 그중 5개(여수갑, 여수을, 순천, 구례·광양, 목포) 선거구를 제외한 4개 선거구로 나머지 17개 시·군이 헤쳐모여야 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영암은 해남·완도·진도와 통합, 강진·보성·고흥·장흥, 신안·무안·함평·영광·장성, 나주·화순·담양·곡성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또, 전체 선거구가 249석이 되면 전남은 순천시가 순천갑·순천을로 분구가 되기에, 자칫 3개 선거구에 17개 시·군을 나눠야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인구수 기준만 강조… 농어촌 지역 대표성 훼손

하지만 이처럼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재편된다면, 농어촌지역이 대부분인 전남에서 농어촌 유권자들을 대변하는 기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농촌지역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 인구수 논리가 아닌 지역 대표성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인구 기준을 강조하면 수도권에 비해 지방, 그리고 도시에 비해 농촌 지역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황주홍 의원을 비롯한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18일 “선거구를 인구 기준만으로 획정할 경우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은 전면 부정된다. 농어촌 지역이 단순히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지역대표성이 무시된다면, 대한민국의 주권이 수도권과 대도시에만 주어진다는 것과 같다. 농어촌지역의 대표성을 반영하는 선거구 획정은 헌법 정신이다”라고 주장하며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 보완을 위해 ‘농어촌 특별선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현재 상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및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지구당 부활 등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며 ‘정당별 지역 독점’의 폐단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했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기득권 정치에 굴복해버린 결과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20여일 후 획정위가 농촌 주민들의 민주적 권리도 지키며, 균형적인 정치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묘안을 들고 나와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