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평범한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또래의 친구들처럼 자동차, 오토바이, 스포츠, 음악 등에 관심이 많은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었다.
경기도 안산에서부터 진도군 팽목항까지 왕복 1200㎞를 도보로 행진하고 있는 스물아홉 청년 권오현씨. 그가 영암을 방문한 지난 21일, 그를 마중해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권오현씨는 지난해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해 많은 사상자를 냈었던 세월호 참사로 막내 동생인 오천(당시 안산 단원고 2학년)군을 잃었다. 불과 몇 개월 전 아버지를 간암으로 떠나보내고 집안에 우환이 겹친 것이다. 이후 그의 삶은 많은 부분에서 변화했다. 서울 홍익대 앞에서 활동하던 ‘소울 쉐이크’라는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던 권오현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 총무를 맡아 일을 하게 됐었다. 
그리고 올해 희생자 가족대책위에서의 활동을 중단했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7개월이 흘렀음에도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고 있어 권오현씨는 홀로 도보행진을 하기로 결심했다.
“일간베스트(일베)나 보수 진영으로부터 메시지 테러를 당해왔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컴퓨터 앞에서 타인을 쉽게 비방해대는 그들에게 세월호를 몸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많은 가족들이 지쳐하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많이 들고…. 이런 마음을 다잡아 다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할 것도 같아 시작했어요.”
이런 각오로 지난 2일 경기도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출발한 권오현씨는 경기도·충청도·전라북도를 거쳐 지난 21일 영암군청에 도착했다. 22일에는 영암읍에서 출발해 삼호읍 세한대학교까지 도보행진을 이어간 뒤, 23일 영암방조제를 통해 해남으로 이동했다.
영암 지역을 걷는 3일 동안 지역 주민들은 도착지점에 마중을 나오거나 도보행진에 동참해 권오현씨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거리에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힘을 북돋아주기도 했다.
보름 전 수학능력시험일에는 그의 마음이 몹시 착찹했다고 한다. “공부도 아주 잘했고 태권도에 특기를 보였던 막내 동생은 평소 체육교사가 되고 싶어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힘들어 했었다. 오랜 설득 끝에 세월호 참사 이틀 전 어머니의 승낙을 얻어내고 몹시 기뻐했던 동생이 그 꿈을 펼칠 수 있는 날이 되었어야하는데…”라면서 “길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을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착한 동생이 생각난다”며 가슴아파했다.
그는 다시 “온전한 세월호 인양을 통해 미수습자 가족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세월호 특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서 진상이 제대로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지만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 중 ‘또 하루 멀어져 간다’는 노랫말이 자꾸 떠오르며 요즘은 쉽게 마음이 아파진다고도 이야기했다.
노란색 점퍼를 입고 노란 단풍잎들로 가득한 거리를 걷고 있는 권오현씨.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고 다시 희망의 초록을 꿈꾸게 되는 시기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다시 이야기해 본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