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를 꿈꾸는 '미암면 비래마을'

▲ 마을 벽화로 화사하게 꾸며진 비래마을에서는 마을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다양한 일거리와 문화사업을 진행하며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절기상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이 지나면서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추수며 수매작업에 분주했던 농민들의 손길도 멈추고 마른 논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용한 농가를 지나 활기 띤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미암면 비래마을을 찾았다.
비래마을은 행정구역 상 미암면 채지리에 속해 있으며, 미암면의 최북단 비래산 아래 마을이다. 89세대 200여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비래마을은 농촌마을치고는 젊은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고 주민들은 자랑하신다.
밤 9시가 지나도 마을회관의 불이 켜져 있어 찾아뵈었더니 주민들이 두루 앉아 짚풀공예 활동을 하고 있었다. 9시면 이른 시간이라고 한다. 요즘 비래마을은 농업기술센터, 영암노인복지회관 등 관내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마을벽화작업, 짚풀공예, 풍물놀이, 한지공예, 라인댄스, 노래교실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프로그램을 진행하셔서 마을회관의 불이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늦은시간 방해되지 않게 인사드리고 다음날 다시 찾았다.
비래마을은 최근 농림부 재능기부재단에서 초대된 화백을 모시고 집집마다 담장에 벚나무, 왕인박사, 무화과, 풍물놀이 등 벽화를 함께 그려 마을을 화사하게 꾸몄다. 덕분에 여기저기 매스컴을 탔다고 한다.
벽화가 그려진 곳의 끝무렵에 작은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그곳에는 마을 아주머니들이 빚어논 메주들이 탐스럽게 널려 있었다.
지난해 노인회 지원사업으로 메주 작업을 했는데 그 수익금을 이용해 땅을 임대하고 비닐하우스를 지어 올해도 메주 작업을 이어 가고 있었다. 십여명의 마을 아주머니들이 모여 새벽 4시부터 콩을 삶고, 메주를 빚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라며 박미자 씨(71세)는 “어찌께 일거리를 많이 갖고 오는지 피곤해 죽겄어~”라며 즐거운 푸념을 늘어 놓았다.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계속 취재하는 도중 선종순 할머니가 들어오시더니, 버럭 성질부터 내신다. “염병하니 회관에서 짚풀공예를 하믄 청소라도 잘해놓제 지푸라기 천지구만”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제일 열정적으로 마을일에 참여하신단다. 연신 “우리 이장이 아주 잘해”라고 말씀하신다.
이장님은 “겨울철 할 일이 없어 마을 어른들이 겨울 내내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어서 소일거리를 만들어 조금의 수익이라도 내 가게에 보탬도 되고, 한 대 모여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마을 주민 모두 십시일반으로 잘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그러나 메주 작업과 같은 일도 장소가 마땅치 않아 올 해 까지 밖에 할 수 없다. 하우스를 지어 놓은 곳도 개인 땅을 2년간 빌려 작년부터 작업했던 것인데 올해면 끝이니 좋은 콩으로 좋은 메주를 만들어 싸게 판매하고 있고, 찾는 사람은 많지만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장소만 마련된다면 메주사업도 계속해보고 싶으시단다. 행정에서 도와주면 좋으련만 자꾸 손내미는 것 같아 섣불리 말을 못 꺼내고 있다고 한다.
취재 도중에도 많은 마을분들이 회관에 들러서 함께 이야기 나누시고 의욕적으로 일거리를 찾으시는 모습에 화목한 비래마을이 더욱 정겨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