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우 용 희

제6회 지방선거를 앞둔 3년 전, 한 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 신축 건의를 위해 장만채 전라남도교육감과 자리를 함께 했었다. 이 자리에는 학교장, 학교운영위원장과 전직 영암군의회 의장 두 명이 동석했다.
학교장의 간략한 설명이 끝나자, 전직 군의장들은 유치원 신축과는 무관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다. “교육감님 고향이 영암이니, 영암에 선물 좀 주라” “누구누구를 잘 안다” “내년(2014년) 선거 때 내가 ○○단체의 회장이 되니 교육감 선거에 도움을 주겠다” 등등 낯 뜨거운 구애를 거듭했다.
15명 가량의 유아들에게 허름한 교실 한 칸을 유치원 교실과 업무실로 나눠 교육하는 상황이었기에 충분히 타당한 건의였지만, 그 군의장들에게는 그따위의 취지보다 지연(地緣)이면 해결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던 모양이다. 
다음해 아이들이 신나게 지낼 수 있는 병설유치원이 생기게 됐다. 아마도 ‘영암사람’을 강조했던 군의장들은 자신들이 영암 출신인 장만채 교육감을 설득해 ‘영암에 선물을 가져왔다’고 뿌듯해하며 자랑할는지 모르겠다.
설마, 장만채 교육감이 교육청 공무원들에게 ‘나의 교육감 재선을 위해 영암에 선물을 줘야겠으니, 병설유치원 신축 예산을 책정해 적극 지원해라’고 했을까? 필자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또 아니길 바란다.
군의장들이 자신들의 업적을 만들기 위해 ‘장만채 교육감을 설득해 영암에 선물을 가져왔다’고 자랑질하는 순간, 영암을 제외한 21개 시군의 전남도민들은 장만채 교육감에게 등을 돌릴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이렇듯 지연(地緣)을 이용해 대가(代價)를 바라고 이익을 취하려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올바른 사회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맡겨진 역할과 업무에 성심껏 임해야 하며, 서로의 역할과 선택을 존중해야할 것이다.
지난달 총선 과정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났었다.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했던 지역민들은 ‘영암 놈들이 ○○놈 선거운동을 한다’는 비아냥에 시달렸다고 한다. 개표 결과, 이런 소지역주의가 제대로 한 몫 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것들을 통틀어 ‘연고주의(緣故主義)’라고 한다.
연고주의는 학연(學緣)·지연(地緣)·혈연(血緣)을 기반으로 조성된다. 이러한 연고주의는 애향심·애교심 등 긍정적 측면의 연고성을 바탕으로, 개인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케 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연고를 기반으로 한 강한 공동체는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토호세력으로 변질되고 투표에 몰표로 임하는 등 다원성과 민주성을 해치는 부정적 요소로 비판받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연고주의에 의한 대표적인 병폐로 지역갈등, 패거리정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저발전 등이 야기되고 있다. 바로, 순간의 이익을 위해 소지역주의를 만들고 학연·지연·혈연을 팔아 편을 나누는 구태를 ‘연고주의’의 폐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연고주의가 청산되어야 할 전근대적 유물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이런 연고주의에 대한 순기능의 가능성을 살려야 할 것이며, 지역주의와 부패를 양산하는 역기능에 대해서는 그 근본적 인식을 달리할 효율적 구조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의 평가는 건강한 사회로의 발전을 위한 지역민의 의식을 높이는 계기로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은 ‘연고주의(緣故主義)’에 대한 재고(再考)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