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월의 아픔을 정치에 이용하지 마라’

전남대학교 2학년 영암우리신문 1기 청소년기자 안충원
[2023년 5월 12일 / 제415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23.05.15l수정2023.05.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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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벚꽃 향에 취하던 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녹음이 짙어가기 시작한다. 따사한 아니, 뜨거운 햇빛 그 중간을 느낄 수 있는 계절. 오월이 오고 있다. 

누군가는 캠퍼스의 낭만 속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오월의 향긋함을 즐길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가슴을 옥죄는 통증 속에서, 달력 속 오월을 지우고자 할지도 모른다. 

항상 그래왔듯 망월동에는 수많은 이들로 붐빌 것이다. 43년 전 아픔을 기억하고 어루만지기 위해서. 하지만 보고 싶지 않은 얼굴들이 있다. 바로 정당 불문 모든 정치인이다. 

그들은 하나의 ‘연극’을 보여줄 것이다. 단체로 우르르 몰려와, 헌화하고 비석을 닦으며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싶다. “광주 정신 기억하고 계승하겠다. 민생 정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그 연극에 좀 더 극적인 효과를 주고 싶다면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분명 부를 것이다. 마치 엄청난 시대적 사명을 가진 대단한 인간인 마냥.

문득 ‘투사회보’의 막내, 사진작가 김향득 선생님이 생각난다. 작년 5월 한 전시회에서 뵈었을 때 자조적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소년 빨갱이였지. 소년 빨갱이.” 

아직도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 단어의 강렬함에서 오는 충격보다, 한평생 오월의 상처가 여물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는 충격이 더 크게 다가왔다. 
비단 김향득 선생님만 그 상처 속에서 쓰라림을 느끼고 있는 건 절대 아닐 것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우리 이웃 중 여러 사람이 스스로를 옥죄고 있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그 날의 기억 속에서.

망월동을 찾아올 모든 정치인도 푸릇한 청춘 시절에는 그 누구보다 정의를 열망했다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고 있다. 아니, 민주주의의 토대를 세우는 데 이바지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뻔뻔하고 추잡한, 마냥 연극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만 한다. 

부디 부탁한다. 오월을 그들의 연극에 사용하지 말아 달라. 겉으로 민주주의여, 오월 정신이여, 자유여 외쳐대는 그러한 연극은 그만 멈춰 달라. 속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 있는데, 그러한 연극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와 더불어 우리 모두에게 외치고 싶은 말이 있다. 그건 바로 오월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는 것이다. 

얼마 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광주에서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한 시위를 예고했다는 기사를 봤다. 오월 단체는 전야제 진행 차질과 교통혼잡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고 했다. 물론 전야제의 원활한 진행을 통해 오월 광주를 기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오월 정신은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연대할 때 빛을 발할 것이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를 염원했던, 모든 이들이 흘린 피를 헛되게 하지 않게 하는 길이다. 아울러 그때에서야 비로소 그들이 꿈꿨던 ‘대동세상’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정치인들은 만인을 위해 싸우고 일해 달라. 만인을 위해 피 흘려 싸우고 있지 않은데, 어찌 오월 정신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겠는가. 제발 뻔하디뻔한 시나리오의 연극을 멈춰달라. 기득권 쟁취를 위한 투쟁이 아닌, 만인을 위한 투쟁을 해주길 부탁한다. 그게 바로 오월의 상처를 여물게 하는 길이고, 그 상처 속에서 스스로를 옥죄는 자들을 따뜻이 위로하는 방법이다. 

다시 한 번 그들에게 간절히 외쳐본다. ‘대동세상’이 실천되는 일말의 희망을 꿈꾸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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