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지구는 교육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주민의 수요를 반영한 지역 중심의 다양한 교육사업을 연계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한국판 뉴딜사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그린스마트스쿨’ 역시 노후화된 학교 현장에 변화를 가져올 기회다. 영암군은 2022년 교육부에 의해 전라남도 유일의 미래교육지구로 선정됐으며, 지역 2개교가 올해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에 선정됐다. 바로 지금이 영암만의 새로운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방향성을 찾을 절호의 기회다. 이에 영암우리신문은 타 지역의 미래교육지구와 그린스마트스쿨 사례를 찾아 소개하고 영암에 맞는 모델을 찾고자 한다.

서울시청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거닐다 보면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 너머의 작고 오래된 중학교와 마주한다. 1945년 개교해 8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창덕여자중학교이다.

학생 수는 200여 명 남짓이지만 창덕여중은 오랜 전통과 함께 최근 ‘그린 스마트 스쿨’ 모델로 손꼽히며 전국의 이목을 다시 받고 있다. 2020년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일일체험을 할 정도로 체험 신청이 줄을 잇자, 이제는 아예 학교투어까지 시행하고 있다. 그마저도 하루 20명 선착순 접수를 받고 있다.
창덕여중의 이런 인기는 2015년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서울미래학교’ 프로젝트의 선정이 시발점이 됐다. 
‘서울미래학교’는 교육의 방식과 사회적 역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 과제 중 하나인 ‘그린 스마트 스쿨’의 서울 모델이다. 
선정 이전의 창덕여중은 전통과 역사라는 무형의 존재감보다, 낡은 학교 시설과 특색없는 일반적인 중학교 교육과정 등 오히려 유형의 존재가 돋보이는 평범한 중학교에 불과했다. 

‘서울미래학교’ 선정으로 창덕여중은 스마트 기술과 새로운 미래교육 방식을 접목하는 변화가 시작됐다. 선정 이후 곧바로 리모델링이 진행됐고 학교 어디서든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삶에 밀접한 융복합 교육이 이뤄지는 혁신적인 학교로 변모했다.
평범한 강의가 진행되던 수업 역시 ‘학생들의 삶과 밀접한, 분리되지 않는 교육’을 통해 삶에 중심을 둔 융합교육을 시도하며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하브루타 수업(일명 짝토론)’은 주목할 만하다. ‘하브루다 수업’이란 유대인의 자녀 교육법에서 유래된 방식으로 서로 짝을 이뤄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토론하는 교육법이다. 
이 수업에 참여한 한 창덕여중 학생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넣어 주는 것이 아니라 두명씩 서로 짝을 지어 다양한 질문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 방식은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또 수학이나 사회 보건 과목 등에서도 이론적인 수업 방식을 넘어서, 우리의 일상 속 평범한 이야기들을 수업 주제로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각종 문제의 ‘해결력’을 기르는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창덕여중은 ‘당신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본 적이 있나요’라는 사회 문제에서 주제를 정하고, 보건 시간에는 임산부 옷을 입어보며, 사회 시간에는 임산부를 위한 정책 토론을, 수학시간에는 임산부 배려석에 관한 설문조사를 그래프와 표로 만들어 정리하는 활동을 했다. 이 같은 수업 활동을 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고, 친구들과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누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창덕여중은 지난 2015년 미래형 교육과정 편성과 다양한 교수학습 혁신으로 배움의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수업, 짝토론과 프로그래밍과 3D프린터, 정보윤리와 오프라인코팅, 동영상 편집과 프리젠테이션 등의 격주 블록타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나 테크놀로지 활용을 통한 수업은 지역사회 연계 수업과 전문가와의 코티칭 수업 이외에도 지역주민과 학생과의 온라인 화상 교류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창덕여중의 한 3학년 영어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은 일반 책의 교과서가 아닌 태블릿 PC ‘서피스 프로’를 펼쳐 에듀테크 플랫폼인 ‘MS팀즈’에 접속해 우리반 학생들의 취향을 알아보는 요리와 숙제 K팝 등 다양한 주제를 영어로 고르게 하는 수업이 한창이었다. 

외국인 영어 교사의 지도로 ‘2인 1조’로 진행한 이날 수업은 디지털 기술로 진행되다 보니 학생들의 흥미 유발도는 점점 높아져 갔다. 
이 같은 디지털 기반의 수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창덕여중의 디지털 심장이라 말할 수 있는 ‘테크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서피스 프로 200대, 아이패드 70대, 노트북 20대의 총 290여 기의 각종 디지털 기기가 있다. 이것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은 일명 테크매니저. 
테크매니저는 각 디지털 수업에 맞는 최적의 스마트기기를 관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각 수업에 맞게 스마트기기와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이처럼 교과 수업방식이나 디지털 기기의 마련 외에도 창덕여중 학교 운동장이나 곳곳에는 친환경 고효율 자제를 활용해 지열과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이를 환경교육 교재로 활용한다. 

또한, 교내 텃밭이나 실내 정원과 연못 등은 생태교육의 삶의 현장이 된다. 
기존의 학교 교실 개념도 창덕여중은 확 바뀌었다. 앞서 언급한 최첨단 장비로 획일화되고 고정돼 있는 공간이 아니고, 학생들의 감성과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아날로그적 공간도 곳곳에 비치한 것. 
학교 건물 교실 층별로 널찍한 ‘마루’를 만들어 신발을 벗고 친구들과 함께 잡담이나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거나 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랑방’도 있다.
무엇보다 4층 바닥에는 열선이 깔린 ‘온돌방’이 있어 예전 이불 속에서 할머니가 옛 이야기를 전해주는 포근하고 다정한 느낌의 있는 채로 삼삼오오 학생들이 모여 수업이 진행된다. 또 여기에서는 체육수업이나 동아리 활동도 진행된다. 

창덕여중 관계자는 “기존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나가는 혁신적인 수업 방식 이외에 첨단 디지털 기기를 통한 온 오프라인 수업이 주목할 만하다”며 “디지털 공간이 아닌 아날로그 조화의 공간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이는 학생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소통을 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공동취재> 강용운·우용희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