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보건대학교 교수 강호엽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치매유병률 역시 높아지고 있다. 치매는 더이상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이런 인식 하에 치매에 대한 사회적 대응으로서 국가치매종합계획이 1, 2, 3차에 걸쳐 시행 중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제안하면서 치매에 대한 국가적 대응과 책임을 명시하였다.   

하지만 치매국가책임제도의 내용이 의료·요양·재활·사회생활의 수행에 관한 치매노인들의 개인적 희망과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의료모델에 근거하여 정형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치매환자를 사회보장서비스의 이용주체로서의 자기결정권을 가진 인간으로 인식하기보다 보호의 대상임을 전제하였기 때문에 치매노인의 자율성을 보존하는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치매환자는 자기결정권이 더욱 제한될 수 있는 대상이다. 치매환자는 인지장애로 인해 이성적인 판단력이 부족하여 이성적인 결정이 어렵다고 보고 보호만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치매환자가 휠체어를 타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결정권, 목욕을 거부할 결정권 등 치매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기 어렵다. 또한 치매환자를 마치 어른아이 대하듯이 훈육하는 케어자의 태도는 치매환자의 존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인간중심 케어 ‘휴머니튜드케어’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휴머니튜드 케어는 프랑스의 이브 지네스트가 개발한 ‘바라보다’, ‘대화하다’, ‘접촉하다’, ‘서다’ 등 4가지 인간의 기본 특성을 활용해 케어 대상을 ‘환자’가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인간중심의 케어기법이다. 휴머니튜드는 2019년 11월 KBS의 다큐인사이트라는 방송을 통해 방영된 이후, 치매돌봄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는 케어법이다. 이미 일본 등 국외 연구에서 치매를 가진 노인들을 대상으로 그 효과성을 입증하였으며, 최근에는 각 지자체의 치매안심센터에서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반가운 소식은 동아보건대학교가 휴머니튜드를 전남권역 최초로 도입하여 영암군내 케어시설의 케어자들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교육을 시행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HiVE)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회복지상담복지기관 실무자 대상 휴머니튜드케어 교육은 9월에 참가자모집을 하며 10월부터 시행한다. 특히, 내년 신설되는 사회복지상담과는 휴머니튜드, 동기면담, 인지행동치료, 미술상담 등 사회복지상담분야에서 효과성이 입증된 근거기반 전략을 교과목 내에 포함하여 전문화된 사회복지상담전문 인력을 육성할 계획이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의사소통이 어려운 치매환자에게 과연 의사소통이 가능한가?’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렇다. 가능하다. 말을 할 수 있는 언어능력은 상실하였지만, 케어자의 말에 눈을 깜빡이거나 손을 들 수 있는 인지능력과 근육의 잔존기능은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노인이 의사소통의 주체가 될 때, 사회복지 가치에서 요구되는 인간의 존엄성은 추구될 것이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