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공도서관 이전이 확정되고 진행되는 것을 지켜봐 왔다. 
수년간 공공도서관에서 인문학 독서토론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도서 대출과 교육 강좌를 들어본 군민들이라면 주차장과 진입로가 불편하여 넓은 곳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참 반가웠을 것 같다.

새로 짓는 도서관의 위치를 선정하는 의견 수렴이 진행되었고, 기찬랜드로 최종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좀 멀다는 생각을 했지만, 월출산과 기찬묏길을 연계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 것이라는 취지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지매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도서관에 더 투입하고 월출산의 경관과 기찬묏길의 탐방로와 연계된 그 어떤 도시에도 없는 영암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도서관을 상상해보았다. 전국에서 도서관 투어의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도서관 이전 실무자들은 영암에 맞는 월출산과 영암군민들에 어울리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을 만나고 묏길을 걷고 들길을 걷고 성공한 타 도시의 도서관들을 찾아다녔을 것이다. 그런 전문가와 실무진들의 정보를 잘 듣고 군의 읍 개발 비젼과 잘 맞는 방향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부지 선정 문제로 의견 수렴과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군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시군에도 없는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가자는 내용은 보이지 않고, 부지 선정에 치우쳐 진행되는 게 안타깝다.
그러다 보니 군민들 간 의견 대립이 심해지고, 조용한 농촌에서 한집 걸러 아는 처지에 얼굴 붉힐까봐 논의의 참여를 꺼리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성공적인 이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건물이야 어디에든 멋지게 지을 수 있겠지만, 군민들이 참여하여 자기 것처럼 아끼고 찾아가고 문화를 공유하는 곳으로서의 알맹이는 놓칠 수 있다.

아직까지 기찬랜드와 교동지구와 농어촌공사 부지 어느 곳에 위치했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 것인지 자세한 정보를 알 수는 없다.
부지 선정의 문제는 어떤 도서관을 만들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모아진 뒤, 그에 합당한 곳으로 자연스럽게 확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가 좋은지 선택하라고 군민들에게 맡겨버리면 도서관의 의미 보다 개인적인 손익을 따지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보니, 소모적인 분란에 좌충우돌 할 수 있다.

실무자들은 군 전체를 걷고 싶고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큰 밑그림 속에서 도서관의 위치를 선정하고 군민들을 설득해 나가는 책임 있는 공직자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구체적인 정보와 미래상을 제시하고 난 뒤에 여론을 모아가는 것이 순리적이다. 정보와 비젼의 공유 없이 장소 선정이라는 알맹이 없는 논란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기찬묏길과 영암읍성 그리고 읍내 거리와 기찬랜드를 연결하는 산책로를 조성하고, 길을 걸으면서 눈도 즐겁고 몸도 건강하게 하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왔다. 월출산과 길과 주거지가 함께 어우러져 특색있게 꾸며지면 주민들도 살기 좋고 타지 사람들도 찾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길을 걷다가 머물고 싶고 상상하고 싶고 탐색하고 싶은 복합문화공간으로 공공도서관이 위치하면 좋겠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