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같은 농사. 밉기도 하지만 내 전부”

한평생 흙 일구며 산 이기동 농부
[2022년 8월 26일 / 제381호]
김강은 기자l승인2022.08.26l수정2022.08.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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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연두빛깔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호두만한 알갱이를 입에 넣어보니 탱글탱글 아삭한 식감과 달콤함에 걸리적거리는 씨앗이 없다. 이 열매는 바로 한국에서 고급포도라고 불리는 ‘샤인머스캣’이다. 2년생 묘목임에 불구하고 품질 좋은 샤인머스캣이 열린다고 소문이 자자한 모정농장은 군서면에 위치해있다.

이기동씨는 작년 4월에 처음으로 샤인머스캣을 식재했다. 한평생 익숙한 작물만 재배해온 이기동씨는 이번만큼은 소비자들의 유행에 편승해 인기 있는 과일을 재배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기동씨는 450평짜리의 2동의 비닐하우스에 황토 흙을 깔았다. 뿌리가 깊고 멀리 뻗을 수 있게 so4라는 포도의 묘목을 먼저 심은 후 샤인머스캣을 접목시켰다. 매주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얻은 미생물을 배합한 물과 비료도 듬뿍 줬다. 무럭무럭 자란 샤인머스캣은 올해 5월 꽃을 피워냈다. 8월 말인 현재 열매가 열려있지만 조금 더 익은 후 9월부터 수확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기동씨는 “꽃이 필 때 희망도 피어났어요. 처음 심어본 거라 두려움도 있었는데 1년 동안 가꾼 내 땀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꼈어요”라고 말한다.

처음으로 열매가 열린 2년생 묘목에서는 이기동씨의 샤인머스캣과 같은 크기와 당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기동씨의 샤인머스캣은 출하전인데도 적정출하당도인 16브릭스에, 알 무게도 13g정도 돼 농가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고.
이기동씨는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는 없어요. 욕심 내지 않고 배운 대로 했죠. 내 포도가 잘 자란 건지도 몰랐어요”라고 쑥스러워 하며 말했다. 이기동씨는 포도를 심을 때 부터 컨설팅회사와 연결해 주기적으로 조언을 받았다. 지금도 주마다 있는 농업기술센터의 농업인 교육에 꼬박 나간다. 낮 동안의 피로에 바로 잠들만도 하건만 저녁에는 샤인머스캣 유튜브 영상도 보며 공부하고 있다. “샤인머스캣을 먹어보니 포도보다 훨씬 달더라고요. 또 어려운 자리에서도 대접하기가 좋아요. 포도는 껍질을 쪽 빨고 씨를 뱉어내 버려야 하는데 샤인머스캣은 먹기가 간편하죠. 애정이 생기니 공부도 하게 되네요”라고 말한다. 

이기동씨는 모정에서 태어나 군서남초, 구림중, 구림고를 졸업했다. 군대에 다녀온 후 자연스레 부모님을 도와 어릴 때부터 접했던 벼농사와 축산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료 값은 오르고 소 값은 내렸던 IMF로 인해 축산업을 접고 메론, 수출오이, 고추, 방울토마토 등 여러 열매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군서면에는 열매를 경작하는 하우스 농가들이 없었다. 지금과 달리 그 시절엔 농업 기술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겪고 터득해야 했던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이기동씨는 모정리의 이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배울 기회가 적어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계신 연세 드신 농부들과 귀농귀촌하신 분들에게 농업기술, 지원 사업들의 정보를 잘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맨땅에 헤딩보다 배우면서 하면 한결 쉬우니까요”라고 말한다. 이기동씨는 면사무소에서 받은 공문들을 읽고 주민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돌리고 설명해드리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들에게 제안해 소식을 놓치는 분들이 없게끔 마을게시판도 만들었다고 한다.

이기동씨는 “농사는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참 미운자식 같아요. 내가 정성을 들인 만큼 나오는 것 같다가도, 예상치도 못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죠. 비, 햇빛, 벌레, 종자의 결함 등 변수가 많아요. 하지만 제 손이 닿는데 까지는 최선을 다하려고요”라며 “제가 자고 나란 이 흙에서 땀 흘리며 살아야죠. 제 삶의 전부니까 미워할 수만은 없네요. 우리 농산물 건강하게 재배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한다. 한편 모정농장의 다가올 9월에 출하할 샤인머스캣들은 직거래 방식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김강은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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