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군민의 삶이 녹아있는 영암의 거리와 건물을 화폭에 담은 전시회가 열려 군민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영암출신 노여운 작가의 전시회 ‘영암 산책’이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에서 7월 29일부터 11월 27일까지 열린다.

전시의 그림들은 모두 어디서 본 듯한 친숙한 것들이다. 작가는 작년 10월부터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암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 구석을 관찰자 입장으로 바라보고 인상주의적인 색채로 생동감을 입혔다. 

이번 전시주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첫째는 ‘영암한옥’이다. 영암의 숲을 바탕으로 해 다채로운 단청이 있는 역사적인 건물과 구림의 가옥들을 그려냈다. ‘머무르다’라는 작품은 군서면 서호정마을의 회사정을 담아냈다. 해질녘 주홍빛 노을에는 초승달이 얼핏 보인다. 지붕 뒤쪽으로는 회사정 주변의 소나무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있다. 노여운 작가는 “머무르다라는 작품이 영암산책 전시의 시작이었다. 구림을 지나던 중 회사정의 풍경이 아름다워 영암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라고 말한다. 

두 번째 주제는 ‘영암산책’이다. 영암산책은 영암읍과 군서면에 남겨진 오래된 가게와 집들을 작품으로 선보인다. 영암읍의 도서관 맞은편의 삼성슈퍼, 영암초등학교 앞의 동아문구슈퍼, 영암읍 오거리의 정신약국, 월암마을의 가게, 구림마을의 방앗간 등 익숙한 공간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남겨지다’라는 작품은 동아문구슈퍼를 그린 작품인데 영암초등학교와 영암중고를 다녔던 군민들의 등굣길의 추억을 자극했다. 문구점에서 쫀드기를 사먹고 100원짜리 뽑기볼을 터트리며 수업에 늦어 부랴부랴 뛰어가던 행복했던 그 시절이다.

또 ‘기다리다’라는 작품에서는 군서면 월암마을의 매점을 고즈넉하게 그려냈다. 오래된 세월의 흔적에 ‘가게를 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지만. 언제라도 손님을 맞을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 활짝 열린 매점의 문이 돋보인다.
마지막 주제에서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로 마련됐다.

전시를 보지 못했더라도 그림의 건물들을 찾아가보자. 건물들에 가면 노여운 작가의 그림이 붙어져있다. 우리는 실제건물과 그림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무심히 지나쳤던 익숙한 그 건물들이 이제는 새롭게 보일 것이다.
노여운 작가는 “공간이란 인간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으로 이러한 역사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대단한 사람들의 역사가 아니다. 우리 곁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이웃들과 나의 삶이 축적된 공간이다. 그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휴가철이라 영암을 놀러온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신다. 이런 곳이 있냐고 한번 찾아가 보겠다 말하시기도 한다. 영암의 정겨움이 묻어나고 군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전시 기회를 마련하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하정웅 미술관은 9월과 10월에 노여운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하는 ‘아티스트 토크’와 함께 연계프로그램 ‘우리 같이 영암산책’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