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이중언어는 아이의 폭넓은 사고력 길러”

중국출신 이중언어코치 임경숙씨
[2022년 7월 22일 / 제377호]
김강은 기자l승인2022.07.22l수정2022.07.2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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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목당강 농촌마을 출신 임경숙(42·사진)씨는 지난 2002년 영암군 삼호읍에 둥지를 틀었다. 남편과는 중국 하얼빈 대학교 국어교육학과 3학년 재학 중 친구 모임에 나간 계기로 만나게 돼 1년여 장거리 연애를 하다 한국에서 결혼까지 성공했다. 현재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코치로 일하고 있는데 세무2급, 회계1급, 한국어 토픽 5급, 종이접기, 손유희 활동, 동화구연 등 각종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임씨의 한국 생활이 순탄하게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조선족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한국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몰랐던 임씨는 아는 사람 한명 없는 낯선 땅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다.
임씨는 “한국에 와서 약 5년 동안은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 마트나 시장에서 간단한 말도 어려우니까 집안일 하고 아이 돌보고 그냥 그렇게 지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임씨는 “결혼 1년쯤 시아버지에게 ‘밥 먹었니? 어서 먹어’라고 말해 시댁 가족들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라고 덧붙였다. 

임씨는 첫째 딸이 6살이 될 무렵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아이를 가르치고, 아이와 소통하고, 다른 학부모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서 한계를 느껴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그 후로 서점에서 몇십 권의 한국 책을 사서 읽고 한국 드라마 자막을 보며 혼자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중국에서 왔다 말하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려운 한국어 실력에 이르렀다.  
이에 임씨는 “능동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니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었다. 주변 학부모와 아파트 주민들이 자녀들의 중국어 과외를 맡을 수 있냐 물어보셨다. 아이들 서너명 중국어 개인과외를 하며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중국어 과외를 하면서도 중국어 방과후 강사, 식당 알바, 회사 경리 등 한국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다.

그러다 2021년 임씨는 영암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이중언어 코치 채용공고를 보고 주저 없이 지원했다. 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언젠가 중학교 1학년이 된 딸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울면서 집에 들어왔다. 담임선생님이 우리 반에서 너 혼자 다문화가정이라며 반 친구들 앞에서 딸아이를 지목했다는 것. 
혼자만 다르다고 느껴 상처받은 딸에게 임씨는 “넌 이상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야. 엄마가 중국인이라서 넌 한국말도 중국말도 잘해. 중국옷도 입고 중국음식도 먹어 봤지. 학원에 다니며 중국어를 배우고 해외여행도 다니는데 너는 두 가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해왔잖아”라고 격려했다. 그때 임씨는 언어와 문화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스스로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에서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단 생각을 했다.

현재 임씨는 영암군의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한국어와 외국인 부모의 언어. 2가지의 이중언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다문화 가족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임씨는 “제 남편만 해도 저와 제 아이가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싫어했다. 한국어 실력이 뒤쳐질 걸 우려해 약세 언어권 다문화가정에서는 이중언어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 영어는 부럽고 베트남어는 쓰지마란 건 모순이다”라고 말한다. 
임씨는 다문화가정 부모에게 자녀와 모국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필요성과 방법들을 알려준다. 자녀와 함께 부모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교육도 진행한다. 임씨는 율동과 함께 ‘작은별’을 중국어로 부른다. 그러면 아이들과 외국인엄마는 모국어로 노래를 변경해 따라 부른다.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일본 등의 여러 나라 말의 동요소리가 동시에 활기차게 울려 퍼진다. 

임씨는 “자녀의 이중언어는 꼭 필요하다. 이주여성들이 충분하지 않은 한국어로 자녀를 양육하면 교육, 감정교류, 소통에 있어서 질적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중언어 사용은 뇌를 발달시키고 진로의 기회도 넓힌다. 통번역사가 될 수도 있고 엄마나라에 가서 일을 할 수도 있다”라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므로 문화유연성이 향상되고 자녀의 정체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임씨는 한국어 교원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 “삼호읍에 외국인노동자들이 많다. 언어교육전공을 살려 일하는데 어려움이 없게끔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싶다”라고 또 다른 포부를 밝혔다.

김강은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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