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리벚꽃길을 따라가다 보면 서호면 왕인로 165에 위치한 ‘왕벚165’가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귀촌한 박윤경 사장과 그의 친정 어머니가 2020년에 문을 열어 함께 운영하는 50여 평의 작은 식당이다.

박윤경 사장은 “바쁘고 각박한 시대에요. 여기서만큼은 할머니 집에 온 것처럼 배불리 먹고 마음 편하게 쉬다 갔으면 하는 마음이에요”라고 식당 문을 연 계기를 말했다. 
박 사장은 시끌벅적한 식당이 왕벚165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 일부러 홍보를 하지 않고 있는데 한번 온 손님들은 단골이 돼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손님들이 찾으신다며 행복해 했다. 목포에서 영암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터가 좋아서 그런가? 음식이 너무 맛있나? 손님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뭘까?

이 같은 궁금함에 지난 18일 박윤경 사장의 안내를 받아 개량 한옥 지붕이 얹혀 있는 고즈넉한 옛집 같은 식당 문을 열었다. 
정겨운 낮은 천장에 고개를 살짝 숙이고 들어가니 월출산의 달 같은 백도자기와 은은한 수묵화가 그려진 병풍이 살포시 나를 반긴다. 박윤경 사장이 귀촌을 위해 구입한 이 식당은 오래전 서당으로 쓰였다. 주택 구조를 개조하는 것부터 인테리어까지 박윤경 사장과 친정 어머니의 손길이 속속들이 스며들어 있다.
박윤경 사장과 친정 어머니는 함께 툇마루의 터 공간을 넓히고 흙이 날리지 않게 천연페인트를 칠했다. 한지수납장, 옹기, 자개장, 다도그릇, 풍물악기, 지게 등의 소품은 직접 만들거나 수집한 것들이다. 필요 없어진 창호문들은 천장에 달아둬 은은하게 조명을 감싸고 있다. 누군가의 장난기가 담긴 창호문의 쏙쏙 뚫린 구멍들에는 노란 호랑나비를 그려 넣었다. 

이처럼 고풍스런 전통인테리어가 가득한 ‘왕벚165’는 백숙, 찜닭, 생선구이세트, 갈치조림, 제육볶음, 돈까스 등의 다양한 메뉴들로 가득하다.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 메뉴들이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 손님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박 사장의 어머니는 백숙과 같은 전통적인 음식을, 본인은 현대적인 입맛의 찜닭과 돈까스로 메뉴 개발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퓨전식당이 됐다는 것. 

특히 눈꽃치즈찜닭이 연령불문 잘 나가는데 4~5인에 4만50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생선구이 백반도 1인 만원이다. 박 사장은 “가끔 찾게 되는 비싼 음식보단 조금 더 저렴하게 해서 손님들을 자주 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가격도 부담 없고 느긋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을 더욱 생각 중이죠”라고 말했다. 
백숙의 황나무와 엄칠, 가마솥밥의 쌀, 반찬의 김치부터 나물까지 박씨의 친정 아버지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사용한다. 그래서 10가지의 기본 반찬들도 계절에 따라 바뀌는 재미가 있다.

‘왕벚165’는 허기만 채우는 식사 공간이 아니다. 든든하게 밥을 먹은 후에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산책할 수 있다. 식당 건물로부터 왼편에 20평 공간의 작업실 형태의 아담한 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식당과 카페 건물 사이에는 넓은 원목테라스와 정원이 있다. 건축디자인, 내부 소품, 정원의 조각상을 통해 1900년대의 영국에 온 듯 한 느낌을 주는 카페와 정원은 우리 옛것의 멋을 드러낸 식당과 대비되는 매력이 있다. 카페에는 여러 종류의 음료를 판매 중인데 그중 바나나귀리쉐이크를 추천한다. 영암의 농가에서 재배한 귀리를 우유에 간 음료로 설탕대신 꿀을 사용해 건강하고 담백하게 먹을 수 있다고.
이밖에 ‘왕벚165’에서는 아로마오일클래스도 한 달에 한번 열리고 있다. 박윤경 사장과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복잡한 감정을 풀어낸 나만의 향을 만들며 치유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한다.

박 사장은 “밥만 먹고 가는 게 아닌 여유롭게 정원을 거닐며 산책도 하고 차도 마시고 체험도 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앞으로 박 사장은 제빵소도 더욱 활발하게 운영해 직접 만든 수제 디저트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체험활동도 폭넓게 제공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