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한글로 쓴 ‘5월 광주 이야기’ 출간

영암 보건소에서 일하던 미국인 데이비드의 회고록 출간
[2022년 5월 13일 / 제367호]
우용희 기자l승인2022.05.13l수정2022.05.1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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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와 영암에 머물며 광주의 참상을 생생히 목격했던 미국인의 회고록이 출간돼 지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2일 ‘나의 이름은 임대운’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인 데이비드 돌린저(David Dolinger)의 회고록이 출간됐다. 

데이비드는 1982년 워싱턴DC의 한인교회에서 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한국어로 증언하며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던 바가 있다. 그는 연설에 앞서 1981년 수기를 작성하며 5·18과 관련된 진실을 기록했고, 광주민중항쟁 42주년을 앞두고 마침내 회고록을 펴내게 됐다. 

데이비드는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졸업 후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일원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1978년 4월 한국에 도착한 그는 새로운 삶을 위해 한국 문화와 언어를 익혔고, 한국어 선생님에게 ‘임대운(林大雲)’이라는 한국 이름을 받았다. 그 후로 그는 임대운으로 불리며, 영암의 보건소에서 결핵 환자를 돌봤다. 

1980년 5월 18일 동료 평화봉사단원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데이비드는 영암으로 돌아오기 위해 광주터미널에 도착했다. 짙은 최루탄 냄새와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터미널은 붐볐다. 영암으로 되돌아오는 버스가 없어 광주에서 발이 묶인 데이비드는 동료 평화봉사단원이자 친구인 팀 원버그를 만났다. 팀이 격앙되어 군인들이 젊은이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데이비드는 광주 시내의 분위기를 보며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음날 버스 운영이 재개되어 데이비드는 영암으로 돌아왔지만, 광주로 전화가 끊기고 군인의 폭력 강도가 훨씬 높아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팀과 한국인 친구들이 걱정된 데이비드는 광주로 돌아가 친구들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보기로 했다. 공휴일(부처님오신날)이었던 5월 21일 그가 탄 광주행 버스는 나주에서 멈췄고, 아름다운 한국의 5월에 대운은 걸어서 광주로 들어갔다.

광주로 걸어 들어가던 데이비드는 환호하는 시위대가 탄 군용트럭과 버스를 만났고, 이 놀라운 광경을 보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사진촬영을 본 중앙정보부 요원이 그에게 카메라를 요구했고, 각목을 데이비드 가슴에 들이밀며 위협했다. 겨우 상황을 모면하고, 광주로 들어간 데이비드는 금남로에서 헬기 사격을 피하고, 잔인한 폭력의 잔해를 마주했다. 그는 친구 팀을 만나 동료 평화봉사단원들과 함께 부상자를 돕고 외신기자에게 통역하며 가능한 많은 것을 목격하고자 했다. 

항쟁이 끝난 직후, 광주에 남아있던 평화봉사단원들은 모두 서울로 소집됐다. 이 중 데이비드는 파견국의 정치적 상황에 중립을 지킨다는 규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평화봉사단에서 해임됐다. 데이비드는 이후에도 한국에 남았고, 그가 찍었던 사진을 동료들에 의해 해외로 빠져나가 외신에 보도됐다. 그는 한국에 남아 감시를 받으면서도 반정부 인사들과 접촉해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계속된 노력을 진행했다.

한편, 데이비드 돌린저는 광주시민과 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전남도청에서 하룻밤을 지낸 유일한 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템플대학교에서 미생물학과 면역학 박사 학위를 받고, 지난 35년간 인간의 질병 특히 감염병 진단 방법을 개발해 왔다.

데이비드는 한국에서의 평화봉사단 활동과 광주 항쟁을 목격한 뒤 그의 인생은 다른 길로 들어섰고, 현재의 그가 되는데 큰 영향을 줬다고 이야기 한다. 회고록 ‘나의 이름은 임대운’은 영문과 한국어로 동시에 출간돼 아마존 도서 예약 판매에서 한국 역사 신간 분야 1위를 기록 중이다.

▲ 2017년 ‘택시운전사’라는 제목의 영화를 통해 잘 알려졌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평화봉사단 단원들이 전남대병원 옥상에서 인터뷰를 준비하던 사진(가장 오른쪽이 데이비드 돌린저)

우용희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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