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발효연구소 대표 김명성

장마가 시작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오늘도 월출산 봉우리에 비구름이 걸렸지만, 게으른 농부 장화 속 같다.
‘마른장마’로 강수량은 충분하지 않지만, 지난봄에 분리해 놓은 된장, 간장 항아리는 여름 장마철을 기점으로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 
기온이 상승하고, 습도가 높아지는(고온다습) 여름 장마철에는 다양한 미생물의 활성도가 좋아져 된장, 간장에 원하지 않는 곰팡이가 피어 변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마철이 오기 전까지는 부지런히 장항아리 뚜껑을 열어서 햇볕과 바람을 맞혀야 한다. 2차 발효 중에 생성된 장 표면의 수분을 줄여주어야 곰팡이 균의 활발한 성장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매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간장에 소위 ‘장 꽃이 피었다’라고 표현‘되는 흰 곰팡이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흰 곰팡이는 효모곰팡이로 볼 수 있는데, 그 자체로는 장의 변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방치할 경우 다른 곰팡이의 모체 역할을 하여 결국에는 장맛의 질을 떨어뜨린다.  
장항아리에 흰 곰팡이가 올라왔거나 혹은 간장의 냄새가 좋지 않은 경우 일반적으로 장을 끓인다. 
그러나 장을 끓인다 해도 모든 미생물이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으며, 끓인 이후에도 장의 변패가 계속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장물을 끓일 때 소금을 넣고 끓이는 것은 장이 과하게 짜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므로 삼가 해야 한다.)
장을 끓인 후 더 이상 변패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끓인 장물을 완전히 식힌 후  입항하고, 그 위에 기존의 질 좋은 장물로 접종해 주어야 한다. 접종양은 끓인 장의 20% 정도가 적당하다.
된장, 간장은 기본적으로 발효와 숙성의 기간을 거친 후 먹는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SLOW FOOD)’다.
천천히 맛을 들여가는 과정에 여러 원인으로 장이 변패되는 것을 경험한 우리는 지금까지  ‘소금’의 양을 늘리고, 장물을 끓이는 방법으로 장맛을 지키려했다.
그러나 오늘날 과한 염으로 인해 발효식품의 유해성이 거론되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양질의 장을 얻기 위해서는 ‘잘 띄운 메주’를 사용하고, ‘항아리 관리’를 잘하여 소금의 양을 줄이고, 곰팡이 균에 의한 변패에도 자유로워야 한다. 
여름날 항아리 관리는 좋은 장을 얻기 위한 후반 작업이므로 기억해 두길 바란다.  
된장, 간장과 같은 발효식품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음식으로 제대로 알고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세대의 몫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