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사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 1944년 12월 24일자 2면. 중간 단락에 ‘광주부 수기옥정 6번지의 미야모토(宮本貞淑=舊 李貞淑)’라며 이정숙 씨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 <오른쪽 사진> 일본 나고야소송지원회의 다카하시 대표가 미쓰비시중공업(주) 관계자로부터 1987년 경 전달받은 동남해 지진 사망자 명단. 8번 ‘미야모토(宮本貞淑)’의 주소를 전라남도 영암군 금정면으로 표기.

77년 전 일제에 강제 동원됐다가 사망했던 한 소녀가 지역 내 이웃인 금정면 출신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7일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소송지원회)’를 비롯한 아이치현 시민사회단체들은 구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서 도난카이(東南海, 동남해) 대지진 희생자 추도식을 진행했다.

일본 동남해 대지진은 1944년 12월 7일 오후 1시 36분 경 발생했다. 당시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서도 건물 붕괴로 57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가운데 조선에서 동원된 6명이 모두 광주·전남 출신이었다. 사망자는 서복영(해남), 오길애(목포) 김향남(나주), 최정례(나주), 김순례(광주), 이정숙(영암)이다. 

일본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1988년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금해 1988년 12월 구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 도도쿠 공장 터에 ‘동남해 지진 희생자 추도비’를 건립했고, 매년 지진이 발생한 날에 맞춰 추도식을 진행해 왔으며 올해 34번째 추도식을 진행했다. 

나고야소송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는 “오늘이 34회 째인데, 추도식에 비가 그렇게 많이 온 것은 처음일 정도로 엄청 쏟아졌다”면서 폐회사를 통해 “이것은 희생자의 눈물”이라고 말했다.

사망자 중c 이정숙 씨는 그동안 광주 출신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활동 과정에서 영암군 금정면 출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초 이정숙 씨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였던 매일신보 1944년 12월 24일자 보도를 통해 ‘광주부 수기옥정 6번지의 미야모토(宮本貞淑=舊 李貞淑)’로 알려졌었다. 이를 근거로 모두 광주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이정숙 씨가 영암군 금정면 출신이라는 언급은 함께 일제에 동원됐다가 2018년 강제징용에 대한 법원의 승소 판결을 받은바 있는 김재림(1930년생) 할머니에 의해 처음 등장했다. 김재림 할머니는 본인보다 서너살 많은 사촌 언니 이정숙 씨와 함께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서 일했고 기숙사도 같이 이용했음을 구술회고록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이후 다카하시 대표가 1987년 경 미쓰비시중공업(주) 관계자로부터 동남해 지진 사망자 자료를 직접 전달받았고, 시민모임과 나고야소송지원회와의 연대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공유가 돼 영암군 금정면 출신임을 최종 확인한 것이다.

시민모임의 이국언 대표는 “근로정신대 활동을 하면서 저도 금정면 출신이라 영암 출신의 강제동원 피해자를 보면 더 눈길이 간다. 이정숙 씨의 경우도 유족들을 찾아보고자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면서 “일본 내에서도 역사를 바로잡고자 애쓰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으로 잊혀질 과거가 하나씩 밝혀지며 기억행동에 나서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더 관심을 가지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