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박춘임

“눈길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 김구

양반 가문의 서자로 태어난 반석평을 아시는가? 노비 신분으로 이 참판댁의 종으로 살아가던 반석평은 주인집 아들이 공부하는 동안 몰래 밖에서 도둑 공부를 하는 둥 공부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이에 반석평의 재능이 대단하다는 것을 눈치 챈 주인은 그의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어느 돈 없는 양반 집안의 양자로 들어갈 수 있도록 주선해주었다. 그렇게 반석평은 양반 신분을 얻게 되고 1507년 과거에 급제하여 후에 형조판서에 오르게 되었단다.

어느 날 반석평은 길을 가다가 자신의 노비신분을 없애준 주인의 아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동안 주인집이 몰락하여 주인집 아들인 이오성은 참으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를 본 반석평은 곧바로 수레에서 내려 이오성에게 깍듯하게 절을 하고 중종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그리고 이오성에게 벼슬을 내려줄 것을 청했다. 그런 이를 기특하게 여긴 조정에서는 반석평의 원래 신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반석평의 지위를 유지함과 동시에 이오성에까지 벼슬을 내려주었다. 그렇게 노비 신분에서 재상의 자리까지 오른 반석평, 후에 그는 종1품 좌찬성에까지 오르게 되었단다. 그런 그의 직계 후손이 바로 ‘반기문 UN 사무총장’이다.

가정에는 가장이, 사회에는 어른이, 나라에는 대통령이 있다. 제대로 된 가정에서 자식이 부모 앞에서 눈을 부라리고 큰소리치면 그 집구석 끝났다고 말하듯이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기강이 해이해지면 마을에는 이장이, 사회에는 덕망 높은 어른이 훈계를 하면 다소곳이 조용해지면서 사죄하고 화합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이었고 전래되는 풍습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정치권이 덕담의 정치, 큰 정치,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사라지고 나 아니면 안 된다, 내가 해야 한다, 우리 편이 아니면 무조건 賊이라며 사생결단을 내기 위해 혈안이 되고야 마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아울러 점잖고 법 없이도 살 사람 소리를 듣거나 법질서를 잘 지키고 사회의 모범이 되는 사람은 바보가 되고 먹고 살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 때문인가? 역으로 적당하게 법을 무시하고 때에 따라 범법 행위도 해가면서 적당하게 타협하며 주먹질도 좀 하고 사기도 좀 치면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아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등 따시고 배부른 세상이 되었다.

이에 지방선거가 끝난 뒷자리를 둘러보자. 이번 선거야말로 박빙의 승부였던 만큼 수장(首長)이 바뀐 자치단체 물갈이란 능력 있는 인물을 발탁함으로써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개혁과 변화를 이루는 것은 지역민의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를 빌미로 보복·또는 보은인사는 조직의 물론 지역발전에 저해가 될뿐더러 이는 공직자의 줄서기를 강요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따라서 단체장은 취임과 동시에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 능력과 화합을 중시한 인사를 해야 함은 물론 일보다 줄서기에 능한 공직자는 과감하게 도태시켜야 할 것이다. 집을 짓는데 완성된 집에 기왓장 한 장 올려두고 집 한 채 다 지은 양 공을 다 가지려는 인물들, 비단 공직자들만 줄을 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주권을 행사한 것은 평등한 군민의 책임과 의무였다. 한 표의 투표권에 마치 열 표쯤 행사 한 것처럼 가슴 벌리고 목에 힘 주어가며 완장 차지하려는 일부 소인배들의 작태에 지도자가 아닌 이웃이 된 우리 모두가 지켜보고 지도자의 뜻을 차분히 기다려보는 것 또한 군민의 도리일 것이다. 미리 말을 만들어 사회를 혼란하고 민심을 왜곡하려는 것은 참 정 정치인들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정한 정도의 언론인도 하지 않는다. 결국 지도자도 언론도 아닌 민심이 스스로 줄서기를 하면서 누워서 침을 뱉는 격이 되기도 하느니만큼 그 폐해는 고스란히 내 고장에 돌아간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 지역의 공공 조직은 오로지 내 고장 삶의 질 향상이라는 생활자치의 본령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정인에 줄을 세우고 끼리끼리 이득을 취하는 형태야 말로 그 뿌리부터 아예 발본색원해야 마땅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한겨울 동태 알처럼
정의로운 욕망 하나 쯤 박혀있답니다

세상에는 어디에나
조용한 보통사람이 있어
공연히 큰소리 뻥뻥 쳐대는 날선 자들을
심판하고 있답니다

잘났거나 빛났다거나
목청 높여 소리질러대면
엉키거나 거꾸러지지 않겠습니까

발꿈치 높여 키 재고
개목걸이 옭아맨 가면으로 명함 뿌려대며
희번지레 까불지 마세요

세상 명예 월계관
머물 때도 있지만
쉬이 지나갈 때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