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의회 의원 김기천

우리나라는 1908년 뚝도 정수장 준공으로 첫 수돗물을 먹기 시작해 113년의 상수도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영암군은 그보다 짧지만 1981년 12월 30일 영암읍에 첫 급수를 시작해 올해로 딱 40년 역사입니다. 수돗물의 보급은 인류의 삶에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지난 1세기 간 인간의 평균수명이 30년 이상 증가했는데 그 중 근대 상하수도 보급이 평균 수명을 25년 늘렸다고 평가합니다. 미국공학회는 인류를 수인성 전염병으로부터 해방시켜서 삶의 질을 크게 향상한 공으로 수돗물을 20세기 인류에 공헌한 20가지 공학 중 하나로 손꼽았습니다. 

이처럼 건강한 삶을 지켜준 수돗물인데 우리 영암군 수돗물의 건강상태는 어떠합니까? 40살의 젊은 나이에 비해 수도관의 건강상태는 심각합니다. 관로 총길이 1187킬로미터, 그 중 20년이 경과한 노후관로가 117킬로미터이고 유수율은 전국 평균 84%에 한참 못 미치는 47.7%에 불과합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입니다. 수돗물도, 예산도 줄줄 새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산에도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올해 상수도 총예산이 333억인데 그 중 204억이 적수관련 예산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다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1989년 수돗물이 미생물과 중금속에 오염됐다는 첫 보도가 나온 것을 시작으로 90년대에 트리할로메탄 검출, 페놀 무단 배출, 유기용제로 인한 악취 발생, 바이러스 검출 등의 걱정스런 일이 속출했고 최근에도 유충 발견, 녹물사태 등 바람잘 날 없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급하는 수돗물이 불신의 대상이 되어 국민들에게 배척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국민 수돗물 직음용률은 겨우 5.4%에 불과하고 생수 정수기 등 수돗물 대체비용만 10년간 23조에 달한다는 통계까지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남의 일처럼 여겨졌던 수돗물 불신사태가 우리 영암군에서도 지난 2년 동안 크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적수 관련 민원이 522건, 올해는 현재까지 237건 접수되었습니다. 실제 민원은 훨씬 많을 것입니다. 읍면별로 보더라도 지난 2년 동안 삼호가 270건으로 가장 많고 군서 184건, 학산 121건, 서호 89건 시종 도포 미암 각각 30건 안팎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말합니다.
“불안해서 살 수 없다, 손님 초대하기가 겁이 난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어린 아이 걱정에 생수를 사다 씻긴다, 가뜩이나 장사하기가 어려운데 아예 가게 문을 못 열 형편이다, 수도꼭지 샤워기 세탁기 정수기 필터 교체하는 비용이 한 달에 20만원이 넘는데 주민에게만 부담을 떠넘기고 노후관 교체할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한다, 선심성 사업에 돈을 펑펑 써대면서 정작 군민의 생명수인 맑은 수돗물 공급에는 관심이 없고 일이 터지고 나서야 허둥댄다”

저는 이같은 탄식과 분노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이 엄중하고 불편한 수돗물 적수사태는 노후화된 강관에서 비롯되었단 진단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더 근본적인 원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돗물 적수는 이미 예견된 문제입니다. 환경부 훈령 제 486호에서는 노후수도관을 아연도강관, 비내식성 금속관, 16년 이상 경과한 수도관 중 스케일링 및 부식이 심한 수도관 등 교체, 갱생이 필요한 관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훈령을 적용하면 영암군 관내 모든 관을 교체, 갱생이 필요한 노후관으로 정의해도 무방할 지경입니다. 

한마디로 전략부재입니다.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 예산 확보, 과학적인 유지관리 방안없이 적수가 터지면 땜질하기에 급급하고 수도사업소 직원들을 들끓는 민원의 총알받이로 내몰아 세운 결과가 바로 붉은 수돗물인 것입니다. 그래서 영암군민들의 절절한 마음을 담아 요구합니다.

첫째, 지난 2년 간 이미 겪었고, 또 앞으로도 더 큰 고통과 불편을 견뎌내야 할 군민들의 피해 구제책을 마련하십시오. 적수 발생시 수도요금 전면 감면, 생수구입비, 저수조 청소비, 의료실비, 필터교체비, 수질검사비, 피해 입은 소상공인 특례보증까지 설계해서 대처한 인천시의 사례를 따라 배워야 합니다.

둘째, 정기적인 관로 세척으로 오염발생 요인을 줄여야 합니다. 대구광역시는 이미 3년 주기로 관내 모든 수도관로에 대한 세척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관로 세척과 관련해서는 한국수자원공사와 업무협약을 통해 얼마든지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압산소세척, 폴리피그 세척, 질소세척, 공기세척 등 실증 사례가 많습니다. 이같은 관로세척은 노후관의 갱생, 교체 비용에 비해 매우 경제적일 뿐 아니라 민원해결에도 효과적입니다. 

셋째, 수도꼭지까지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위한 조례 개정에 나서야 합니다. 적수발생시 피해구제를 명문화하고 옥내 급수관 교체 갱생 세척 지원과 저수조 청소 지원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만들어야 합니다. 수돗물 평가위원회를 확대해 군민의 참여 비율을 의무화하고 수질검사 결과 또한 수돗물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문제는 예산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막대한 노후관 교체. 갱생 비용은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상수도 균형발전기금 설치를 제안합니다. 또한 매년 안전한 수돗물 예산을 정액 편성해서 관로 세척, 배수지 저수조 청소, 사물인터넷과 ICT를 접목한 수질관리시스템과 블록시스템 기반 조성 등 유지 관리에 온전히 투자해야 합니다. 적수 발생으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다섯째, 투명하고 신속하게 수돗물 정보를 제공하십시오. 수도법에 따르면 매일 매주 매월 매분기별로 수질을 측정해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알림앱 개발, 미세먼지 전광판과 공동주택 전광판 활용, 매주 지역신문 고정지면 확보, 재난문자 시스템 활용해서 정보부재로 인한 행정불신과 2차피해 발생 위험을 막아야 합니다.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인내가 한계치에 이른 군민들에게 2, 3년을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드리기가 민망하고 부끄럽습니다. 분발해 주십시오. 제가 이 자리에서 제안한 내용을 잘 살펴서 특단의 각오로 답을 찾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