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더라도 천천히, 제대로 함께···
‘임실 대리마을농촌유학’

[2021년 9월 3일 / 제333호] <공동취재> 우용희·나혜인 기자l승인2021.09.06l수정2021.09.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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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단위 외곽 폐교 위기의 대리초등학교
작은학교 살리기…농촌유학으로 하나돼

험준한 산악 사이로 섬진강이 흐르며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갖춘 임실군 신평면. 
1400여명의 신평면 인구이지만 초등학교는 2개이다. 신평면 소재지에 위치한 신평초등학교, 신평면과 관촌면 사이의 평야에 자리 잡은 대리초등학교이다.

시설 규모 등으로 보면 면소재지 학교인 신평초등학교가 더 크지만, 학생 수를 비교해보면 유치원생을 포함해 신평초는 17명인 반면 대리초등학교는 61명에 달한다.
농촌 대부분 학교가 그렇듯 2개 학교 모두 학생 수가 급감해 폐교 위기였다. 특히 2009년에는 대리초등학교는 입학생마저 없이 입학식도 치르지 못한 채 재학생 17명만으로 학교를 운영해야 했다.

그러던 중 대리마을을 중심으로 주민, 동창회, 교사들이 함께 학교 살리기에 뜻을 모으고 노력한 결과 현재는 전교생 60명이 넘는 학교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는 농촌유학이 있었다.
유학센터는 대리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대리초 운동장 바로 오른편에 텃밭과 나란히 자리 잡았다. 또 전주 시내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1명과 뜻을 함께한 교사 가족 9가구가 2009년 나란히 임실로 귀촌했고, 이 중 교사 3명이 대리초등학교에 근무하며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대리마을농촌유학은 학교에서는 귀촌한 교사가 농촌 유학 담당교사로, 센터에서는 사회복지사 출신의 센터장과 그의 남편이자 중등교사 출신의 사무장이 유학생들의 보호자로 함께 지내며 기숙형 유학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도시학생들이 전학을 와 시골생활을 두루 체험하며 자연에서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농촌유학 프로그램의 주안점을 뒀다.

특히 입시경쟁에 내몰린 도시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터넷과 게임에 중독된 어린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교육적 대안을 무기로 도시 학부모들을 설득해 나갔다.
지성이면 감천. 첫해 28명이 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듬해인 2010년 22명, 2011년 17명, 2012년 26명, 2013년 12명, 2014년 13명으로 전입생이 늘어났다. 입소문에 의해 전주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늘어나면서 대리초등학교 전체 학생수는 2015년 95명으로 크게 늘었고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다.

폐교위기의 학교가 활발해지자 마을주민들도 모교 살리기에 적극 동참했다. 우선 땅 150평을 학교에 희사해, 유학생들의 기숙사와 사무실이 들어설 농촌유학센터 건축을 도왔다. 대리마을 이장은 “학교를 살리자는 데 교사와 주민·지자체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니 안될 것도 되더라”면서 “마을공동체의 구심축 역할을 해온 초등학교가 폐교 위기를 딛고 일어서자 마을주민도 늘어나는 등 학교와 마을이 어우러진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프로그램보다 농촌의 일상 체험
대리초 성과 따라 임실에 센터 6개 설립 
난립 영향…대리마을농촌유학도 위기 초래

오늘의 대리초등학교를 있게 한 농촌유학 프로그램은 마을의 역사와 다양한 자연환경 등을 활용해 교육과정뿐 아니라 방과후 활동에도 적용하고, 교사들은 저녁 돌봄교실과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학센터는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해 필봉농악보존회·궁리미술촌·관촌청소년수련관·임실치즈마을 등 지역의 우수 전문가와 다양한 기관을 적극 활용한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자연과 생태 프로그램을 통해 텃밭 가꾸기, 동물 기르기뿐 아니라 흙벽돌로 지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기르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흙과 자연’이 한몫 했다는 게 교사들의 생각이다. 자연, 흙, 동물과의 교감 속에서 얻는 기쁨이 스마트폰이라는 ‘낙원’도 잠시 잊게 한다는 것이다. 

센터장은 “사실 스마트폰 중독은 아직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단체 생활과 자연에서 얻는 기쁨 속에 잠시 잊도록 해 줄 뿐”이라고 했다.
이어 “대단한 건 없어요. 그냥 땀 뻘뻘 흘리고 놀아요. 아침 일찍 강아지 산책시키고, 마을에서 자전거 타며 놀고, 낮엔 수업 듣고, 텃밭 가꾸고 농장 동물 먹이도 주고. 저녁엔 운동장에서 형들하고 실컷 뛰어놀고. 도시 생활에선 이 간단해 보이는 놀이 과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죠”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센터장과 사무장을 포함해 상주하는 활동가 3명이 유학생의 교육과 식사 및 세탁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유학생 수가 항상 들쑥날쑥하고, 방학기간에는 유학비가 중단되는 등 유학생에 의존한 운영에 따른 재정부담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나마 정부지원금이 운영난의 숨통이지만 사실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대리초등학교의 성과에 착안해 면소재지의 신평초등학교마저 농촌유학을 운영하는 등 임실군에만 6개의 농촌유학센터가 운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평중학교의 폐교를 활용한 신평농촌유학센터로 인해 많은 혼란이 생겼고,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의 존립 자체에도 위협을 받았다. 

큰 혼란을 안기며 등장한 인근의 신평농촌유학센터는 비교할 수 없는 시설을 갖추고 야심차게 운영에 들어갔지만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무분별한 센터 난립에 따른 파장은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고, 이어 코로나19 여파마저 겹쳤다. 

하지만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와 대리초등학교는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농촌 학교 살리기의 ‘마중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농촌교육의 모델학교를 만들기 위해 ‘느리더라도 천천히 제대로 함께’라는 ‘슬로우 스쿨(Slow School)’을 모토로 계속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공동취재> 우용희·나혜인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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