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을 낮춰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으로 들어오게 하고 싶었어요.”
이 공간이란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작년 이 무렵, 한지공예 작가 김미희 씨가 대표로 있는 희문화창작공간 1층에는 디저트카페 ‘미술관 아래’가 들어섰다. 

이름도 특이한 ‘미술관 아래’, 김미희 대표의 이야기는 이렇다.

“희문화창작공간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전시와 체험, 강좌 등을 해왔다. 하지만 이해 관계자들과 몇몇 관심 있는 분들만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좋은 작품 전시회도 열고, 의미 있는 활동도 꾸준히 해왔는데 어떻게 하면 이러한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면서 그간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러던 중 공간 1층에 카페를 겸하게 되면, 그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2층에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다양한 문화·요리·공예 등의 체험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도 같이 이용하다 보면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져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그래서 ‘미술관 아래’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미희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일 년간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카페를 오픈하기 전보다 10배가량 늘었다. 
재방문 고객 등 충성 고객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친구들과 왔다가 좋아서 다음번에는 가족과 오기도 하고 또 다른 친구들과 혹은 연인과 오는 식으로 이 공간을 아지트로 삼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김미희 대표는 귀띔한다. 
무엇보다 이 카페만의 특징이라면, 주말에 가족 단위로 와서 야외에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오랫동안 쉼을 누린다거나, 외부에서 음식을 준비해 와서 파티를 한다거나, 카페 한 켠에 있는 책장에서 책을 꺼내보면서 4~5시간가량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이 많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이 모든 게 이 공간이 편안해서 공간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카페 ‘미술관 아래’가 단지 쉼을 허용한 안락함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진 것일까?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디저트카페’만의 ‘맛’과 ‘미술관 아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시’가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티(tea) 문화’를 형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게다. 

김 대표는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을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 대하듯 극진히 대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페에서 내놓는 디저트들은 내 가족에게 먹인다고 생각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건강한 맛을 내도록 신경 썼다. 케이크류에는 설탕을 적게 사용하고 대체 재료를 사용해서 단맛을 내면서도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샐러드는 제철 재료와 수제로 만든 소스류를 사용했으며, 채식주의자, 다이어터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입맛에 맞는 불고기, 닭가슴살, 치킨, 단호박, 포테이토 베이컨 등의 패티를 넣은 통밀샌드위치를 자신 있게 선보이고 있다. 각종 차 종류는 수제로 담거나 공수했다. 

이 카페는 맛도 맛이지만 ‘멋’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카페 대표가 작가이다 보니, 손님에게 내놓는 차와 디저트는 마치 작품을 연상하듯 아름답게 꾸며져서 나온다. 각 손님에게는 1인 1트레이(나무쟁반)에 주문한 음료와 조그만 다과가 기본적으로 나오는데, 여기에 야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을 예쁘게 장식해서 내놓는다. 그래서 주문한 트레이를 받은 손님 대부분은 처음에 그 ‘멋’에 감탄하고, 마지막에는 ‘맛’에 감탄한다. 

카페에는 지금처럼 디저트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지만 처음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건강한 맛을 표방해서 만들었지만, 달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진 손님들은 케이크가 달지 않아서 맛이 없다고 SNS에 악플을 달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때 잠깐 흔들렸지만, 지금처럼 엄마의 마음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든다면 언젠가는 손님들도 알아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소신껏 밀어붙였다. 결국 정성은 통하고 말았다.

카페 ‘미술관 아래’가 있는 희문화창작공간 2층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상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된 6명의 작가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하면서 작업을 하고 전시도 한다. 그렇게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전시를 한 작가가 60명이다. 뿐만 아니라, 작가들이 영암에서 평생학습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도움도 주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작가 한 명이 이곳에서 민화수업을 할 예정이다. 

또한 주말에는 예약만 하면 누구든지 요리·도자기·공예·한지 등 원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피아노, 드럼, 기타 등의 악기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고, 공간도 부담없이 이용 가능하다. 그만큼 카페가 있는 희문화창작공간은 열려 있으며,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또한 많다. 

김미희 대표는 한지공예 작가로 23년간 활동했으며, 영암에서 활동한 지는 19년 됐다. 희문화창작공간이자 카페가 있는 군서면에 터를 잡은 지는 10년이 됐다. 그리고 2014년에 지역민, 작가, 예술인, 방과후교사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협업하면서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다. 
“아무것도 없었던 내가 희문화창작공간을 이끌고 카페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더불어 함께한 지역활동가들 덕분”이었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그런 김 대표의 마지막 꿈은 무엇일까?

▲ '미술관 아래' 김미희 대표

“카페를 오픈한 목적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작가, 좋은 작품을 알리는 것이었다. 문턱을 낮춰서 모두에게 열려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임 받기를 원한다”면서 이를 통해 “작가들, 젊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고향을 지키면서 충분히 문화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군서면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여유를 느끼고 문화를 향유하고 싶다면 ‘미술관 아래’로 가보자. 그곳에서는 오늘도 빵을 굽고 도라지정과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으며, 말차팥라떼를 마시면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있을 것이며, 자전거를 타고 와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공부하고 있을 이웃집 학생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