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으로 스스로 바른 가치관 가져”

‘지리산 숲놀이 농촌유학센터’
[2021년 7월 16일 / 제327호]
<공동취재> 우용희 안이숙 기자l승인2021.07.26l수정2021.08.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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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건을 누가 갤까?”
“저요!”, “저요!”
“그래 그럼 오늘은 ○○이랑 ○○이가 함께 수건을 개보자”

당번이 된 아이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수건을 접어서 단정히 정리한다.
큰엄마(유학센터 활동가)가 옥수수를 내오자 아이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하나씩 집어 든다.
점심을 먹은지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새 허기진 모양이다.
오전에는 민주평통 구례군협의회 주관으로 구례읍내의 ‘산보고책보고 작은도서관’에서 열린 ‘평화야! 손잡고 통일친구와 놀자’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들러 모두 돈가스를 먹고 왔단다.

폭우가 쏟아지는 토요일 오후 ‘지리산 숲놀이 농촌유학센터’는 빗소리, 피아노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장난소리가 뒤섞여 왁자지껄 풍경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큰아빠(센터장)을 기다리는 30여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 묻어나오는 정서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이곳에 들어서 목격했던 광경에 사실 ‘무슨 아이들에게 빨래 개는 것까지 시켜?’라는 생각이었다. 더구나 며칠 전 방문을 알리고자 전화를 했을 때에도 ‘기레기(?)들의 방문 따위는 반갑지 않다’는 센터장의 의중이 느껴졌던 터라, 더더욱 곱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는데, 700여m 떨어진 다른 곳에 있으니 그곳으로 오라고 한다. 마음속에 참을 인(忍)자 세 개를 새기며 폭우를 헤치고 이동했다.
마침내 ‘지리산숲놀이농촌유학센터’의 센터장을 만나게 됐다. 제2 센터라 부르는 그 곳은 구례 운조루 고택 주변의 한옥 한 채를 올해 9월까지 빌려 쓰고 있다고 한다.

푸근한 인상을 지닌 센터장의 “중학생 아이들이 이틀 뒤부터 기말고사를 보는지라 학습지도 때문에 자리를 뜰 수 없었다”는 말에 모든 감정이 사르르 녹아들었다. 그래서인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리산 자락에 어둠이 내리깔리는 시간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육남매 키운 경험…유학생을 자식처럼, 많은 시행착오…끊임없는 공부와 노력 

지리산숲놀이농촌유학센터는 큰아빠라 불리는 주윤창 센터장과 아내인 김영숙 활동가(큰엄마)가 홈스테이 형태의 농촌유학으로 11년째 운영하고 있다.
계명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6남매의 자녀를 낳아 기르는 동안, 주변 지인을 통해 2명의 아이들을 추천받아 함께 키웠던 것이 그 시작이다. 타인의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보다 더 많은 공부를 했고, 나름의 노하우(?)를 체득했다고 생각하며 농촌유학에 뛰어들게 됐다.

찾아오는 아이들을 위해 보다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은 이들은 ‘철학학숙’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성 교육’이 중심이다.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극한 경쟁주의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는 경험을 통해서 어릴 때부터 마음과 가치를 알아차려 ‘자주성’을 길러주겠다는 취지다. 또한 학생들을 단순히 유학생로 받아들이기보다 가족구성원으로 생각하면서 그 역할과 책임, 권리를 체득해 나가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주윤창 센터장은 “장밋빛 꿈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면서 “처음 5년 가까이 수많은 일들을 겪고서야 비로소 아이들 한명 한명에 맞는 교육 방법 등 나름의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나마도 현재 이사로 활동 중인 ‘사단법인 농산어촌유학전국협의회’와 여타 기관의 연수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했고, 협의회 소속 센터들 간의 사례들을 공유하고 논의하며 깊이가 더해졌기에 4~5년 만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구례군 토지면에 위치한 지리산숲놀이농촌유학센터에는 올해 초등학생 10명과 중학생 5명이 생활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센터에서 1.8㎞ 떨어진 곳에 위치한 토지초등학교, 중학생들은 3.6㎞ 떨어진 구례동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이들의 주된 이동 수단은 ‘자전거’다. 처음 센터에 온 유학생들 대부분은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도시의 생활 속에서 바쁜 부모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아이들에게는 자전거 또한 신(新)문물 체험이다.

하교 후나 휴일은 학생들에게 센터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매일 108배를 하며 집중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요가, 좌선, 바른자세 걷기, 사자소학, 템플스테이, 예절교육 등 ‘마음을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또 햇살과 맑은 공기의 지리산과 섬진강을 활용한 생태 교육, 텃밭을 활용한 우리 먹거리 키우기, 개·고양이·닭·토끼 등 동물과 사슴벌레·장수풍뎅이 등 곤충키우기와 미생물 교육 등 생태 환경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태극권, 국궁, 수영, 지리산 천왕봉 등반, 암벽클라이밍, 자전거 라이딩, 낚시, 섬진강 래프팅 등 체력을 키우기 위한 활동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제주도 4·3여행과 경주 역사기행, 울산 과학체험 여행을 비롯해 아이들이 스스로 기획하는 여행으로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제기차기, 윷놀이, 굴렁쇠놀이, 투호놀이, 연날리기 등 전래놀이로 옛것을 알아가고 지켜가고자 하고 있으며, 효·예절·통일 교육 등으로 바른 성장을 위해 지도하고 있다.
또 학력 신장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집중력 향상을 위한 하브루타 학습법을 중심으로 독서활동, 어학학습, 일기쓰기, 시 짓기 등 스스로 학습 습관을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요리활동, 목공활동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 사회와 연계되는 다양한 프로그램, 부모와 함께하는 소통 프로그램 등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시대, 변화 선도하는 사람으로 성장

공부와 경쟁에 지친 아이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여럿이 여행도 하고 아이들끼리 부대끼며 다양한 대인 관계 지능을 학습하게 하는 ‘지리산숲놀이농촌유학센터’. 
자연 속에서 식물과 동물을 키우며 각종 체험을 하고, 요가·좌선·차 생활 등의 명상 체험활동을 경험하는 가운데 무엇보다 차차 몸이 튼튼해지고 어느덧 진정한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이해시키고 있다. 이곳 학생들은 항상 다양하고 즐거운 자극과 함께 여러 가지 배움을 통한 자연스런 성장이 이뤄지고 있었다.  
주윤창 센터장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할 일 중 80%를 수행하며, 모든 것들을 기계가 대체하는 인공지능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야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암기 위주의 수능교육에 목을 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앞으로도 지리산숲놀이농촌유학센터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 속에서 스스로 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게 지도하고, 많은 변화를 선도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울 생각이다”고 밝혔다.
<공동취재> 우용희·안이숙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공동취재> 우용희 안이숙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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