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등교수업이 제한되었던 서울의 학생들이 올해부터 전남 곳곳의 작은 학교를 찾아 농산어촌 유학을 내려오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이틀 등교수업이 가능했던 서울과는 달리 전남의 작은 학교에서는 매일 등교해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으며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걱정도 덜 수 있어 인기다. 특히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생태 감수성도 맛볼 수 있어 이들에겐 금상첨화다.

전남 농산어촌 유학프로그램이 성공리에 안착하면 지역사회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오랜 시간 경험을 축적해 시스템을 갖춰내고, 지역 사회에 긍정적 미래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국의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찾아 취재·보도한다.

< 글 싣는 순서 >
- 전남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
- 충북 단양군 한드미마을
- 전남 구례군 숲놀이 유학센터
- 강원 춘천시 별빛산골교육센터
- 경기 가평군 민들레교육협동조합
- 전북 임실군 대리산촌유학센터
- 전남 순천시 주동마을
- 영암을 위한 농촌유학은?

※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취재 순서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많은 양해바랍니다.

초등학교 입학경쟁 치열…‘방향이 다르다’
연간 1000~1300만원의 학비를 부담해야하는 서울 사립초등학교들의 입학경쟁률이 여전히 5대1을 웃돌고 있다고 한다. 한창 붐이 일었었던 2000년대 초반 50대1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주춤하는 추세이긴 하다.

리라초등학교를 비롯해 운현초·영훈초·숭의초·매원초 등 일명 귀족학교라 소문난 사립초등학교들이 줄지어 들어서며 우리 사회의 교육 출발점마저 이미 자본주의의 병폐 속에서 대물림되고 있다. 이런 사립초등학교를 보내고자하는 특수계층의 부모들은 부자교육을 통해 자녀들이 일찌감치 엘리트 교육의 코스를 밟아나가길 바라는 심정이다. 

심지어 사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자녀의 출산마저 1월과 2월 사이로 맞춰 출산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빠른 년생의 이유로 입학유예 포함, 입학신청의 기회가 2번 주어진다는 까닭이다.

‘개천’에서 나오는 ‘용’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런 대물림되는 ‘용’들을 우러러보며 따르는 사대주의적 성향마저 대물림되고 있다는 점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폐교 위기의 공립초등학교도 40대1의 입학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도 광주시의 남한산초등학교, 충남 아산의 송남초등학교 거산분교(현 거산초등학교), 경기도 양평군 서종초등학교 정배분교(현 정배초등학교) 등은 ‘동화 읽는 어른 모임’, ‘작은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교사·학교·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작은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변화들은 자연스레 시골의 작은 학교와 지역사회를 활기차게 함과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도시에서의 사교육에 얽매인 생활을 탈피해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갖가지 대안교육, 체험활동, 인성교육, 주체성을 키우는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으로 진화되고 있다.

농촌유학 프로그램의 시작…‘길을 열다’
한국사회의 농산어촌 유학은 2003년 경남 함양의 한 농가에서 시작됐다. 다소 엉뚱하지만 도시의 아이들 5명에게 시골 고향을 만들어주기 위해 ‘산촌유학’이라는 이름으로 선을 보였던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활동가들은 일본의 산촌유학 현장을 탐방하는 등의 준비과정에 이어 2006년 한국토지공사의 지원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마침내 2007년 전북 완주군, 경북 상주시, 충북 단양군에서 농촌유학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농촌과 작은 학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침을 확인하며 하나둘 늘어나는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이 시작되며 저변이 넓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0년 시범사업으로 경북 경주시의 도리농촌유학센터, 강원도 양양군의 철딱서니학교, 충북 단양군의 한드미농촌유학센터 3곳에서 마을회관 등을 기숙사로 개조해 도시 학생을 유치하면서 본격화됐다.

‘농촌유학’, 폐교 위기의 작은 학교 살려
한드미농촌유학센터, 전국 농촌유학의 ‘모범’
소백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 산천어와 벗하는 깨끗한 개울과 밤이면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 대자연의 품 안에 넉넉한 인심이 한데 어우러진 충북 단양군 가곡면의 한드미마을. 

한드미마을에는 준비기간 포함 17년을 운영하고 있는 농촌유학센터가 있다. 가장 오랫동안 운영한 경험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준비하며, 유학생 수에서도 손꼽히는 국내 농촌유학 프로그램의 모범으로 꼽히는 곳이다.

한드미마을의 정문찬 대표는 “웃음이 가득한 농촌,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학교 살리기가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폐교 위기의 작은 학교를 살리고자 농촌유학을 추진했고 이제는 학교 때문에 귀농을 하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다”고 설명했다.

센터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드미농촌유학센터에는 올해 49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초등학생 30명과 중학생 19명이다. 초등학생들은 가까운 가곡초등학교 대곡분교, 중학생들은 단양소백산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한때 폐교가 될 위기였던 대곡분교는 농촌유학에 의해 가곡초등학교 본교보다 학생수가 2배가량 되어 이제 폐교 걱정에서 해방이다. 다만 가곡초등학교와 통합운영되던 가곡중학교가 3년 전 인근 중학교들과 통폐합되며 아쉬움이 있었다.

지역의 자연과 함께하는 특색있는 체험활동
영어·컴퓨터 등 학습 및 예체능 프로그램
학생·학부모·마을이 모두 만족…‘농촌유학’
조용한 산골마을의 아침 풍경은 언제나 즐겁다. 1.2㎞ 거리의 초등학교까지는 걸어서 25분 남짓. 논밭을 따라 걷는 아이들의 등하교 길조차 자연학습의 장이 된다. 학교 수업에서도 유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한 학생은 “서울에서는 질문을 해도 선생님이 그냥 넘어갈 때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질문하면 선생님이 옆에 와서 내가 알 때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니까 공부도 잘 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한드미마을로 농촌유학을 보낸 학부모 역시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산과 들, 계곡에서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책에서 보던 풀과 나무, 꽃, 곤충, 동물을 직접 만져보고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호기심과 감수성을 충족시켜 가고 있다”며 농촌유학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유학생들은 하교 후에는 센터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학생들은 소백산 패러글라이딩, 계곡 래프팅, 동굴 체험 등 단양의 자연을 활용한 체험 활동은 물론, 영어 교육, 컴퓨터 실습 등 도시 수준의 학습 프로그램, 사물놀이·밴드·과학동아리·야구·탁구 등 악기 다루기부터 운동이나 체험학습 등 매일 다른 커리큘럼이 진행된다.

정문찬 대표는 “이곳을 찾는 도시 아이들이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에서 벗어나 자연과 호흡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게 주목적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아이들을 산과 들에 풀어 놓을 수만은 없다”며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취재> 우용희·안이숙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