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농사짓고 살 것이라는 작은 꿈을 안고 열심히 일 해왔는데, 버티고 살아갈 용기마저 상실되고 있습니다”

무화과 주산지인 삼호읍과 미암면 일대에 심각한 무화과나무 동해피해가 발생해 급기야 무화과 밭을 갈아엎는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일 미암면에서 무화과 농사를 짓고 있던 고영래 씨는 동해피해를 입은 3500평의 무화과 농장 전체를 갈아엎었다. 고 씨는 지난겨울 한파 때문에 무화과나무가 싹이 트지 않아 4년 동안 온갖 정성을 다 쏟아서 농장답게 가꾸어왔던 무화과를 모두 갈아엎었다고 한다.

고영래 씨는 “나무가 죽은 줄도 모른 채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분들의 지도아래 값비싼 뿌리혹선충 약재를 뿌려주고 퇴비 살포는 물론 뿌리 활착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도 투입했다”면서 “4월에는 1차로 동해방지 부직포를 걷어주고, 2차로 나무를 감싸고 있던 볏짚을 걷어서 확인해 보니 이미 나무는 생명력을 상실한 채 말라버린 나무토막 그 자체였다”고 하소연했다.

무화과 동해피해는 월동기 동안 영하 10℃를 밑도는 날이 5일가량 지속됐을 때 발생하며, 얼어붙었던 가지들이 동해방지 부직포와 볏짚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고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올해 피해를 입은 나무 대부분이 5년 이상의 성목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2년생 무화과나무부터 수확이 시작돼 3∼7년생 때 품질 좋은 과실이 가장 많이 생산된다. 이 때문에 가장 좋은 시기의 성목이 피해를 입으면 생산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삼호읍종합문화체육센터에서는 무화과 동해피해 농가를 중심으로 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무화과 동해피해 대책위원회’ 결성식이 열렸다. 

이날 대책위원회 결성식은 피해농가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300여명이 참석해 진행됐으며, 무화과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데 함께 힘을 모아가기로 했다. 
이어 무화과 동해피해 대책위원회는 피해율 조사를 현실에 맞게 진행해 줄 것, 동해기준을 정하고 동해 예방 중장기 근본 대책을 세울 것, 대파비와 생계비 보장, 특별재난구역 선포 등을 요구안으로 결정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월동기 동안 영하의 날씨가 수일 계속됨으로 절대다수 무화과 농가의 동해피해가 발생하여 무화과농가의 대파문제, 생계비마련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현실이다”면서 “무화과농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울러 무화과 작목의 장단기 발전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와 논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동해피해 농가 고영래 씨는 “우선 먹고사는 문제가 큰 걱정거리가 되었다. 우리지역에 무화과 농사만 가지고 생활하시는 농가에서는 저와 같은 어려움에 처하신 분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부디 군정을 이끌어 가시는 군수님, 공무원, 의원들께서 자연재난을 당한 무화과 농민들의 형편을 심각하게 직시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 영암군은 지난 12일까지 무화과 등 과수에 대한 정밀 피해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달 중 정밀조사 결과를 토대로 복구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피해농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