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마을교육공동체 ‘기찬꾸러기마을학교’는 지난 25일 영암초등학교 학생, 학부모 30여명과 함께 기찬묏길로 숲체험을 떠났다.

‘월출산 봄’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숲체험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왕인박사유적지 주차장에서 문산재까지의 숲길을 따라 걸은 후, 보고 느낀 점을 나만의 엽서로 표현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숲체험에 앞서 영암군의회 김기천 의원은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들을 격려했다. 
김기천 의원은 “마을학교에 관심이 많다. 마을을 살리고 아이들을 살리는 마을학교가 영암 지역 곳곳에서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면서 “재잘거리면서 기찬묏길을 걷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흐뭇하다. 하지만 봄철 뱀을 조심하면서 사고 없이 무사히 숲체험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담당 마을교사의 안내에 따라 숲길을 걷는 참여자들은 힘든 기색 없이 주변 산새를 둘러보면서 푸른 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 바빴다. 
한 학부모는 학생들에게 ‘이것은 제비꽃이다’, ‘저것은 뱀꽃 같다’, ‘철쭉이 예쁘게 피었네’, ‘동백꽃이 벌써 다 떨어져서 아쉽네’ 등 자연의 여러 모습을 열심히 설명하기도 했다. 

다람쥐를 발견한 한 학생은 주변 친구들에게 다람쥐가 놀라지 않도록 조용히 걸으라고 속삭였으며, 어떤 학생은 이름 모를 꽃들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언덕배기를 오를 때는 힘들어서 투덜거리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걸으니 힘든 것도 재미있는지 이내 웃음꽃을 피웠다. 

몇몇 학생들은 주변 풍경에는 관심 없이 오로지 일등으로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욕심에 무리에서 이탈해서 담당교사에게 제지를 받기도 했다. 

한 시간 가량 산행 끝에 월출산 주지봉 중턱에 위치한 문산재에 도착한 참여자들은 힘든 것도 잊은 채 문산재의 위엄에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담당 마을교사는 문산재에 대해 “그 당시 문산재는 수많은 선비를 배출한 학문의 전당이었는데, 왕인박사는 8세 때 이곳에 입문하여 공부했다. 이후 왕인박사는 입문한지 10년만에 오경박사에 등용되어 당시를 대표하는 선비가 되었다. 특히 백제에서도 손꼽히는 학자가 되어 왕으로부터 박사 칭호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마을학교 학생들은 다시 왕인박사 주차장으로 돌아와 엽서만들기 활동을 진행했다. 
담당교사는 “여러분이 오늘 숲체험을 통해 보고 느낀 것을 엽서에 자유롭게 표현해보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만든 엽서는 소량 제작하여 판매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학생들은 진지하게 엽서를 꾸미면서, 내가 만든 엽서를 얼마에 팔지 친구들과 즐거운 상상을 하기도 했다. 

숲체험에 참석한 한 학생은 “처음에는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문산재에 올라갈 때부터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다. 그래도 친구들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새소리를 들으며 문산재 마루에 누워서 친구들과 수다 떨었을 때는 정말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른 학생은 “사실 엽서를 오늘 처음 봤다. 옛날에는 엽서에 글을 써서 주고받았다고 하는데, 그런 엽서를 내가 꾸민다는 게 신기했다. 예쁘게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팔기도 하고 부모님께 글을 써서 보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참석한 한 학부모는 “간만에 아이들과 함께 숲길을 걸으니 너무 좋았다. 아이들도 친구들과 같이 걸으니 기분이 좋은지 힘들다고 투덜거리지 않고 씩씩하게 걸었다. 특히 왕인박사에서 문산재까지 가는 기찬묏길 코스는 처음 가봤는데, 이 외에도 기찬묏길 코스가 여러 군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반가웠고, 다른 코스들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기찬꾸러기마을학교 프로그램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같은 학부모가 마을교사라고 하니까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니까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반면 다른 학부모는 “약간 어수선한 느낌을 받았다. 좀더 체계를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기찬꾸러기마을학교는 영암초등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활동내용을 공지하고 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매월 둘째, 넷째주 토요일마다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김로사 시민기자 news@wooriy.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