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시 한 농장의 외국인 노동자가 숙소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노동자 주거시설에 대한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농촌에 꼭 필요한 인력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근로환경을 마련해 이번과 같은 참사를 막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외국인 노동자 주거시설 개선방안’은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고용허가 불허 및 사업장 변경 허용 ▲농·어업 분야 주거시설 점검 강화 및 근로감독 추진 ▲농·어가 사업주 노무관리 교육 강화 등이 주요 골자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를 신청할 때 이들에게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고용허가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일부 농민들 사이에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컨테이너나 조립식 패널이 아닌 기숙사를 짓는 데에는 큰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오롯이 농민들이 부담해야 할뿐더러 이를 유예기간도 없이 오는 2월까지 기존의 숙소를 대체할 신축 건물을 제공하라는 것은 현실 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농지법 상 농지에는 콘크리트 시공이 불가해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기준의 시설을 지을 수도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시종면의 농민 A씨는 “외국인 노동자가 숨진 사건은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지만 일부 농가들의 문제를 모든 농가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아닌가”라며 “농가들이 코로나19와 지난해 태풍 등 이상기후 때문에 경제적으로 타격이 큰 상황에 신축 기숙사가 없는 곳은 외국인 노동자를 안 보내주겠다니 현실을 알고 세운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농민 B씨는 “대부분의 농가들이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것을 뻔히 알 텐데 현실 상 불가능한 개선명령을 따르라니 협박과 다를 바 없다”며 “게다가 농지법에 농지에는 콘크리트를 깔지 못하게 규정해 놓고도 신축 기숙사를 2월까지 완성하라는 얘기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일부 몰지각한 농가의 문제를 빌미로 전국의 농민들을 쥐어짜겠다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어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99% 이상이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를 이용 중이며, 응답한 근로자 중 약 69.6%, 사업주 중 약 64.5%가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등 가설 건축물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