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죄인입니까? 살처분도 억울한데 보상은 쥐꼬리만큼 주면 가금농장들 다 문 닫으라는 소리죠”

덕진면 노송리에서 육계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땅이 꺼질 듯한 한숨으로 참담한 상황과 억울함을 전했다. 해당농장은 지난 8일 인근의 육용오리농가가 고병원성 AI 확진판정을 받으며 사육 중이던 14만5000여 마리의 육계를 모두 살처분했다.

정작 해당농장의 육계에서는 AI 항원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고병원성 AI 확진농장의 반경 3㎞내 가금농장에 대해 예방적으로 살처분하도록 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른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의 전국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가금농장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른 확진농장 반경 3㎞ 내 모든 가금농장의 가축들을 예방적 살처분 규정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후진적인 방역조치라는 것이다.

AI 발생이 빈번한 중국은 살처분이 아닌 백신접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발생농가만 24시간 이내에 살처분하고, 반경 3㎞ 이내는 이동제한 명령을, 미국 역시 발생농가만 24시간 이내 살처분, 반경 3.2㎞ 이내는 예찰·관찰 정책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농장의 반경 3㎞안에 들게 되면 음성판정을 받았더라도 예방적 살처분 행정명령을 받게 되고 농장은 이를 24시간 내에 이행하지 않았을 때 보상금이 10% 삭감되는 구조다.

특히, 24시간 이후로도 미이행 기간이 늘수록 보상금이 계속 감액되는 불이익이 따르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강제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양계협회 영암육계지부 관계자는 “빈 농장에 병아리를 들이는 도중에 옆 농장이 AI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차량에 실려 있던 병아리들까지 모두 살처분하는 사례도 있다”며 “수차례 군청을 방문해 우리의 사정을 전달했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종오 축산과장은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규정한 AI 방역지침에 대해 많은 농장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영암군이 임의대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보니 전남도를 통해 농림축산식품부에 꾸준히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농장주분들의 고충이 심각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우리 군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할 방침이다”고 답했다.

AI사태로 예방적 살처분을 당한 농장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비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

현재, 예방적 살처분 농장에 대한 보상책은 크게 두 가지로 살처분 가축에 대한 보상과 긴급생계안정자금·소득안정자금 등 사육제한으로 인한 피해보상이 있다.

살처분 가축에 대한 보상의 경우 해당 가축의 일령과 시세, 사료값 등 여러 가지 부분을 산출해 국비 80%, 도비 10%, 군비 10%로 지급한다.

긴급생계안정자금의 경우 4인 가족 기초생활비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사육수에 따라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약 150여만 원을 웃도는 보상금이 지급되며 소득안정자금은 3개월간의 입추제한 등 사육제한에 대한 보상으로 약 3000여만 원의 보상이 지급된다.

문제는 예방적살처분 농장에 두 자금이 중복지원되지 않도록 예방적살처분 한 농장은 긴급생계안정자금을, 사육하고 있는 가축이 없어 예방적살처분을 하지 않은 농장은 소득안정자금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이다.

인근 농장의 확진 판정으로 키우던 가축을 살처분한 농장은 150만 원가량을, 살처분할 가축이 없었던 농장은 3000여만 원을 수령하는 기이한 역차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한양계협회 영암육계지부 관계자는 “10년이 넘도록 이 조항을 수정해 달라고 항의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며 “중앙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에 영암군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그저 암담할 뿐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박종오 축산과장은 “군도 해당 사항을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고 있어 농식품부와 전남도에 수정해 줄 것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이번 AI사태로 피해를 입으신 많은 농장주들에게 그저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며, 피해보상이 설 명절 이전에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암군 내 발생한 4번의 AI 확진사례로 87만6000여 마리의 닭과 오리가 예방적 살처분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