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우리 사회를 사자성어로 논평해 온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이른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아시타비’는 사자성어라기보다는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소모적인 투쟁이 반복됐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교수는 “소위 먹물깨나 먹고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의 어휘 속에서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 상대를 위한 건설적 지혜와 따뜻한 충고, 그리고 상생의 소망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아시타비가 올해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서글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개인과 집단의 이익에 따른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민주사회로 발전하다보니,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 자연스런 양상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전한 지표일 수도 있다. 

다만 물질적 풍요와 함께 기회가 많아지고 편리해지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자극에 의해 충동적·즉각적으로 결정하거나 행동하면서, 나와 다름에 대해 무조건 배척하고 비난하며 공격적인 특성들을 보이면서 갈등이 좀 더 심각해진 모양새다. 

정태연 교수는 “결국 우리 사회가 이러한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이익과 보상에 민감하기보다, 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상대를 적대시하는 것을 지양하며 서로를 이해해주고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누적 사망자가 170만명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사회도 연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나들며 펜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 재진입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 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태다.

2020년 영암의 지역사회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영암우리신문은 2020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 해 지역의 주요 이슈를 모아 정리했다. 

코로나19 확진자 3명…방심하면 큰 일

올 한해 영암우리신문에서 보도된 기사 가운데 총 794건의 기사에서 코로나19가 언급되었다. 전체 기사의 40% 이상에서 언급된 ‘코로나19’는 올 한해 지역 사회에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이슈였다. 

확진자의 지역 내 방문 소식만으로도 벌벌 떨었던 영암지역에서도 7월 8일 첫 지역 확진자가 발생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청정지역 유지’를 기조로 내세웠던 영암군청 소속 공무원 2명의 확진 판정과 함께 사상 초유의 영암군청 폐쇄 사태로 이어져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지역 내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골프모임으로 물의를 일으킨 공무원들에 대해 중징계를 촉구하는 집회와 청원이 이어지며 해당 공무원 7명이 직위해제 되었다.

지역 확진 사태를 확인한 이후 영암지역 사회는 급격히 위축되었고, 지역민 개개인마다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와 마스크 착용은 완전히 정착되었다.

이후 하반기 동안은 해외 입국자의 확진 사례 외에는 확진자 발생이 없었으며, 인근 지역의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경계만 이어졌다.

다소 느슨했던 지난 12월 25일, 3번째 지역 확진자가 발생하며 다시금 영암 지역 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식이 재점화되고 있다.

축제·행사 줄줄이 취소…지역경제 ‘꽁꽁’ 
재난지원금, 상하수도요금 감면… ‘단비’

올해 개최 예정이었던 ‘왕인문화축제’를 비롯해 무화과축제, 월출산국화축제, 마한축제 등 지역의 모든 축제가 모두 취소됐다. 또 영암군민의 날, 각 읍·면민의 날 행사와 더불어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특히 여름 관광의 효자 역할을 했던 기찬랜드마저 운영이 취소되는 등 외지 관광객을 맞이할 기회가 사라졌다.

사상 초유의 학교 개학 연기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영암지역 경제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이로 인한 경제적 여파는 고스란히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물론 지역민들 모두에게 큰 불편과 어려움을 가져왔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른 지원 대책들을 내놓았고, 영암군에서도 자체적인 지원 정책들을 펼치며 침체되었던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노력했다. 

영암군 예산만으로 편성해 모든 지역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영암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영암군 긴급재난생활안전지원금’이 대표적이다. 또 영암군은 4월부터 6월, 8월부터 11월까지 총 6개월간의 상·하수도요금을 50% 감면하는 등 군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영암군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군민과 중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2021년에도 설명절을 전후로 모든 군민에게 1인당 10만원씩과 중소상공인들은 100만원씩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영암사랑상품권, 통합관리로 ‘재도약’

영암사랑상품권의 체계적 관리에 고심해 왔던 영암군이 상품권 통합시스템 구축, 불법유통 및 불편민원 신고센터, 불법유통 기동점검반 등을 통해 재도약했다.

지난 10월 영암군은 그동안 몸살을 앓아온 영암사랑상품권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약 3주일가량 판매를 중단하며 ‘상품권 통합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조폐공사의 통합관리서비스를 도입,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부정 유통을 방지하고 안정적·체계적인 관리와 개인 정보 보호 등 보안성을 강화했다. 

특히 그동안 농협은행과 지역 농·축협에서만 판매했던 상품권의 대행기관을 확대해 신협, 새마을금고, 광주은행 등과 협약 체결하며 지역 내 31개 금융기관에서 판매 및 환전이 가능해 졌다.

이어 ‘불법유통 신고센터’를 운영해 상품권을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개인 간 거래 등을 통해 현금화하거나 상품권 결제 거부와 추가 수수료 요구 등 끊임없이 제기됐던 불법유통 문제를 확실히 뿌리 뽑는다는 방침이다.

2021년 1월부터는 신고자에게 1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고포상제를 운영하는 등 감시체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9일에는 비대면 시대의 흐름에 맞춘 ‘모바일 영암사랑상품권’을 시범 도입했다. 제로페이 간편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사용자 편의증진은 물론 소상공인 매출 향상에 기여하도록 조기 정착시킬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조용했던 총선…서삼석 재선 성공

지난 4월 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국회의원이 재선에 성공하며 여의도 재입성했다.

영암·무안·신안 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미래통합당 이인호, 민생당 이윤석, 무소속 임흥빈 후보가 출마했지만, 무소속 임흥빈 후보가 중도 사퇴하며 최종 3명의 후보가 선거운동을 펼쳐갔다.

선거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의 호남지역 압승이 예견된 탓도 있지만,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떠들썩한 선거운동은 사라져 다소 맥 빠진 분위기가 이어졌다.

영암군 유권자들은 4월 10일과 11일 열린 사전투표에서 34.44%의 투표율로 보이며 역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지만, 4만7028명의 선거인 수 중 최종 3만15명이 투표에 참여해 63.8%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전남지역 22개 시·군 중 최하 투표율을 나타냈다.

개표결과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76.96%를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으며, 영암군에서는 78.81%, 무안군 75.03%, 신안군 78.22%를 득표했다.

서삼석 의원은 당선 소감을 통해 “코로나19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약속드린 지역발전 과제들도 완수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도록 집권 여당의 의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무엇보다 소금처럼 변함없는 자세로 ‘지역 주민을 위한 작은 심부름꾼의 소임’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민선 체육회 시대…초대 회장에 이봉영

정치와 체육회의 분리를 목적으로 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따라 올해 1월 첫 민선 영암군체육회장 선거가 실시됐다. 지자체장이 당연직 체육회장이 되고 임명직 부회장을 두었던 그동안의 체육회에 선거를 통한 선출이라는 변화가 생겼다. 

지난 1월 9일 실시된 민선1기 영암군체육회장 선거에서는 3명의 후보가 출마해, 영암군축구협회장과 영암군승마협회장을 역임했던 이봉영 회장이 46%의 득표율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3년의 임기로 영암군체육회를 이끌게 된 이봉영 회장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친화적인 영암군체육회, 꿈과 희망이 함께하는 체육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영암농협 보궐선거…김원식 조합장 당선

전임 조합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다급하게 치러졌던 서영암농협 조합장 보궐선거에서 김원식 전 삼호농협 전무가 당선됐다.

9월 11일 치러졌던 보궐선거는 투표권을 가진 2147명의 조합원 중 1898명(투표율 88.4%)이 투표에 참여하며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3명의 후보가 출마했던 이번 선거는 개표 결과, 기호 1번의 김원식 당선자가 1248표(67.6%)를 득표, 393표(20.7%)를 얻은 박은성 전 학산농협 전무와 209표(11%)를 얻은 박웅 영암군농민회 수석부회장을 크게 따돌리며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김원식 서영암농협 조합장은 당선소감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서영암농협의 무궁한 발전과 농가소득 증대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조합원과 고객의 편익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 선거기간 중 내세운 공약들을 지킬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영암병원 파산…‘영암한국병원’으로 새출발

그동안 여러 가지 악재로 시름을 앓아왔던 영암병원의 법인파산절차가 마무리되고, ‘영암한국병원’으로 재탄생했다.

영암병원은 지난 2014년 전임 경영진이 38억여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의 각종 비리문제로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급여 246일, 부당이득금 징수금 26억여원의 처분받으며 휘청이기 시작했다. 이어 응급의료기관·당직의료기관 반납으로 응급실마저 폐쇄했고, 지역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며 지역민들의 불안도 가중됐다. 

압류와 경매, 파산신청 등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던 영암병원에 대해 마침내 법인파산 절차가 마무리됐다.

개인병원으로 새롭게 탄생한 ‘영암한국병원’은 오래된 시설에 대한 리모델링 등 시설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1년에 내과와 가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진료과목을 증설하며 지역 종합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응급실 운영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병원 측에서는 연간 수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현실에 따라 내년 중에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영암읍권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영암한국병원이 정상화 단계로 거듭남에 따라 나주와 목포 등 인근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던 지역민들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무분별한 풍력·태양광 추진 논란

하반기 들어 지역 곳곳에 풍력·태양광발전시설이 추진되며 주민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월, 서호·학산면 은적산에 대규모 풍력발전소가 추진되며 서호면 이장단을 중심으로 의용소방대, 청년회, 노인회 등 지역 내 9개 사회단체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강한 반발이 일었으며 해당부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두 문중이 지역민들의 반대의사를 감안해 임대불가의사를 확실히 밝혀 일단락 된 상황이다.

11월에는 SK E&S가 삼호·미암면 일대 500만평 규모로 추진 중인 태양광시설 사업설명회를 열며 지역이 크게 들썩였다.

삼호·미암면 지역민들은 반대위를 구성하고 반대운동에 나섰으며 영암군과, 군의회도 반대의사를 명확히 밝히며 정부와 국회에 사업철회를 요구할 것임을 밝혔다.

지난 12월, 시종면에서는 35만평 규모의 태양광건설이 주민들 몰래 추진돼 논란이 일었다.

시종 지역민을 내세워 암암리에 농지임대를 영업하던 해당업체는 시종면 내 27개 사회단체의 태양광시설반대대책위원회 발족 등 시종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 유환희 기자  news@woori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