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영암에살다
지난해 영암군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여성의 성장과 안전, 행복이 보장되는 곳’이라는 뜻의 여성친화도시. 영암 속에서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펐던 그녀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한은화 문화관광해설사가 24년째 이어오고 있는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와 지역을 위한 사회활동을 인정받아 ‘2020 자원봉사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2020 자원봉사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은 전국 국립공원 등록 자원봉사자 1500여 명 중 한 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친 자원봉사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한은화 해설사는 벌써 3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을 만큼 꾸준하고 성실한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2003년에 제3기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어느덧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다른 봉사자들에 비해 뚜렷하게 잘한 것도 아닌데 상복이 많은 것인지 도 한 번 큰상을 주셔서 그저 감사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짧고 겸손한 소감과는 달리 그녀의 활동영역은 꽤나 넓다.

월출산자원봉사회의 회장과 소비자교육중앙회 영암지회장, 생활안전협의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은화 해설사는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도 높아 지난 2019년부터 영암군 정책실명제 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한 지역방송사의 시민기자로도 활동할 만큼 지역현안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다.

“남들이 말하길 ‘입 바른 소리’를 잘한다고 해요. 누군가는 비꼬는 소리로 한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 부분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사회의 잘못된 부분,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면 사회의 기틀이 흔들리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 하니까 말이죠”

지난 84년, 고향인 나주를 떠나 영암에 정착한 한은화 해설가는 약 24년 전 현재는 노인전문요양원이 된 소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주위의 권유일 뿐이었지만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마음은 채워졌다고 회상한다.

“주부교실이라는 여성단체 소속으로 처음 봉사를 갔는데 어르신들을 찾아 식사를 만들고 목욕시켜드리고 청소하고 하는 것이 그저 즐거웠어요. 그때 ‘아 이 길이구나’ 생각을 했죠. 아버님께서 농사와 관련된 공직생활을 하셨어요. 지금과는 환경이 많이 달랐죠. 아버님은 넉넉지 않은 공직생활을 하신데다 제가 7남매의 맏딸이다 보니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에요”

한은화 해설가는 문화관광해설사라는 직업이 생기기 전, ‘영암관광지킴이’라는 이름으로 월출산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이제는 월출산 문화관광해설에 있어 누구나 인정하는 베테랑이 된 그녀지만 떨렸던 첫 해설을 아직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전북 김제시청 직원들이 단체로 왔어요. 문화관광해설사로는 아직 햇병아리인 제게 맡겨진 첫 임무였어요. 앞이 캄캄했죠. 당시 상급자분들도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속으로 다짐했어요. 자존심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배우면서 해보자. 월출산 곳곳은 다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마음으로 해설을 나섰는데 마치고 나니 그분들이 박수를 보내주시는 거예요. 그때 ‘내가 돕는 것이 아니라 월출산이 나를 돕는 것이구나’하고 느꼈죠”

한은화 해설사는 어느덧 60을 넘긴 나이에도 봉사와 산을 향한 열정은 뜨겁기만 하다. 그녀가 문화관광해설사로 근무하며 일비로 지급받는 돈은 6만원이 채 못 되는 ‘열정페이’지만 문화관광해설사로의 걸음은 멈추지 않겠다고 단언한다.

“돈을 생각하면 이 일을 못하죠. 한 달 내내 일하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많아야 보름인데 누가 직업으로 생각하기나 할까요. 하지만 우리 문화관광해설사들은 자부심이 있어요. 월출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명산을 잘 알려주는 것,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꺼내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월출산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언제나 환영해주는 월출산이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봉사와 나눔으로 정의되는 삶을 차분히 꾸려가고 있는 한은화 해설사. 그녀의 따듯하고 건강한 마음이 월출산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