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빈·집] 알고 보면 쓸모 있는 빈집

< 글 싣는 순서 >
- 늘어나는 빈집에 어둠이 짙어지는 영암
- 공간의 다양화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 빈집, 체험휴양 명소로 거듭나다. '삼보산골 마을'
- 폐가에 전통을 붓다, 충남 공주 ‘잠자리가 놀다 간 자리’
- 빈집을 도심농장으로…청년들의 도전, 미추홀 ‘빈집은행’
- 마을 미술프로젝트로 탄생한 부산의 산토리니
- 공동체 의식 회복…주민주도의 ‘군산 우체통거리’
- 영암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제언-①
- 영암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제언-②

 

<지난호에 이어> 영암우리신문에서는 ‘영암읍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적 결실을 가져오는데 보탬이 되고자, 올해 전국의 주요 도시재생 사례로 전라북도 완주의 ‘삼례문화예술촌’을 시작으로 충북 증평군, 충남 공주시, 인천 미추홀구, 부산 사하구, 전북 군산시의 도시재생 사례를 찾아 6차례 기획 보도를 진행했다.

하루 이틀 동안의 취재로 모든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 지역별로 특색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했었다. 기획보도를 마무리하며 2회에 걸쳐 각 지역의 특색을 요약하고 ‘영암읍 도시재생사업’에 접목할 부분을 최종 정리해 보도한다.

마을 미술프로젝트로 탄생한 부산의 ‘산토리니’
마을 특색, 역사적 가치 살리는 보존형 도시재생
관광명소로 부상…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작용
사회적경제 주민협의체 갈등 줄이고 지역 활성화

‘한국의 맞추픽추’로도 불리는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은 형형색색의 집들이 산허리를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서 있다. 이곳은 신앙촌·피난민촌이었던 오래된 달동네에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신하며 이제 도시재생의 아이콘이 됐다.

도시재생사업 이전에는 산비탈에 마구잡이로 지어진 작은 슬라브 집들과 골목이 엉켜있고, 곳곳에 공중화장실과 목욕탕과 하수처리시설도 없어 악취가 풍기는 등 생활여건이 매우 열악했다. 그나마 유일한 장점으로는 높은 산비탈에 곡선형으로 조성돼 마을이 한눈에 보이고, 부산시내와 바다의 전경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곳의 ‘도시재생사업’은 이런 감천마을의 특색과 역사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추진됐고, 지역 예술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기획한 ‘마을 미술 프로젝트’가 그 디딤돌이 되었다.

곳곳에 공간 예술 작품과 ‘지붕 없는 미술관’을 설치했고, 빈집은 마을공방, 예술창작공간, 카페 등으로 조성했다. 또 레트로 감성의 ‘작은 박물관’도 곳곳에 만들었고, 대대적인 환경 정비 사업과 벽화 사업으로 좁은 골목길과 옛 주택들이 조화를 이루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관광객들이 늘어나며 기념품 판매, 카페, 레스토랑 등의 마을기업과 골목가게 운영으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는 문화메카로 발전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들며 사생활 침해와 쓰레기·소음 등의 문제와 함께 임대료가 3~4배 뛰면서 젠트리피케이션까지 발생하며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주민들 스스로 감천문화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섰고 관광객을 배척하거나 주민간 갈등으로 치닫지 않았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주민들이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이익의 환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사회적기업 형태의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를 설립·운영하면서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펼침과 동시에 사회공헌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카페, 맛집, 게스트하우스 등 9곳을 운영하며, 이곳의 수익을 통해 피해 주민들의 집수리, 경로잔치, 장학금 지급 등으로 환원하고 있다.

또, 경관을 보전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들어서지 못하게 하고, 3층 초과 건물을 지을 수 없게 하는 등 대규모 개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운 반발마저도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를 철저히 관철시켜 나가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를 중심으로 주민들 스스로 원칙을 만들고 갈등과 부작용을 억제해 나가며, 다수 주민들의 복지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사회적 경제’를 실현해 나감으로 인해 ‘감천문화마을’의 성공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동체 의식 회복…주민주도의 ‘군산 우체통거리’
주민주도로 스토리텔링…경관조성 및 축제 진행
거리청소, 주차않기 등…자발적 약속정해 지켜가
근대역사박물관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 만들어

군산에는 110년 역사의 군산우체국을 스토리텔링한 ‘우체통거리’가 있다. 거리 곳곳에 그림이 그려진 우체통으로 볼거리를 만들고, IT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손 편지 축제’로 관광객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곳은 한때 군산의 중심지이자 문화와 예술의 거리였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 노후화된 이곳은 사람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지역 주민들은 ‘우리 스스로 동네를 개발해보자’며 자발적으로 ‘도란도란 공동체’를 설립했고 변화를 만들어냈다. 하나의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임대인·임차인 할 것 없이 모두 회비를 냈고, 사업 기획에서부터 예산확보, 사업추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주민주도 도시재생 사업’을 실천하고자 했다.

작은 주민공모사업에서 출발해 폐 우체통을 모으고 지역 문화단체의 손길이 더해진 우체통을 거리에 설치했고 ‘우체부 아저씨’라는 조형물도 설치했다.

이후 ‘군산 우체통거리 경관협정운영회’를 조직하고 주민들 스스로 교육과 토론을 이어가며 협력과 역량강화에 힘썼고, 경관사업과 도시재생사업에 뛰어 들었다. 폐가 정비와 신호등 설치, 벤치, 태양광 가로등 설치에 이어 포토존인 ‘손 편지 만나는 곳’을 설치하고 거리를 정비해 나갔다. 또 자발적인 모금을 진행해 ‘손 편지 축제’를 진행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매년 새로운 주제를 입혀 주민 주도의 ‘손 편지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또 주민들은 상가 앞에 조성된 꽃과 나무에 물주기, 거리 청소하기, 상점 앞에 주차하지 않기, 건물은 보수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등 작은 부분 하나 놓치지 않고 실천해나갔다.

이러한 주민들의 노력으로 군산 우체통거리는 거듭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입소문과 SNS를 타고 알려지고, 거리 조성 후 비어있던 상가도 신규 점포로 채워졌다. 적막했던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이며 거리가 살아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상인들과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 회복’이다.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이어가며 서로 의지하고 우체통거리의 미래를 지속적으로 꿈꾸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스스로 주민주도의 도시재생 성공사례라고 자부하고 있다.

사실 ‘우체통거리’ 주변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비롯해 군산의 주요 관광자원과 바로 인접해 있다. 다만 그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어 낼만한 연계 자원을 만들지 못했던 까닭에 소외됐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주민 스스로 참여하고 노력하며 군산의 관광지 확대라는 결실을 만들어냈다는 부분만으로도 그 성과는 매우 클 것이다.

SMART(스마트)로 재탄생하는 영암도시재생사업
2024년까지 원도심 활력, 정주여건 개선 등 계획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2013년 제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정의되어져 있다.

이에 따른 영암군의 대규모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내년부터 2024년까지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S.M.A.R.T(스마트)로 재탄생하는 영암’이라는 이름의 영암읍도시재생사업은 안전한 영암(Safe), 골목이 즐거운 영암(Market), 매력 있는 영암(Attraction), 새롭게 시작하는 영암(Refresh), 함께하는 영암(Togehter) 등 5가지의 주제에 따라 추진될 예정이다.

먼저, 안전한 영암을 위해 집수리 대상자를 선정해 실시하는 노후주택정비와 전문가들의 집수리 컨설팅 등 집수리 사업을 실시하고 지역 전역에 지능형CCTV, 스마트보안등 등 안전인프라를 확보하고 무인택배함, 쓰레기 수거함, 재활용품 수거보상기 등 생활인프라를 개선하는 스마트 안전도시시스템을 도입한다.

이어, 골목이 즐거운 영암을 위해 매일시장 내 빈 상가들을 매입해 달마지쌀, 무화과, 어란 등 지역 특화상품을 홍보·판매하는 상권활성화 센터와 공유부엌, 상생상가 등 특화상점가를 조성해 낙지, 짱뚱어, 매력한우 등 영암을 대표하는 음식특화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매력 있는 영암을 위해 서남리 공영주차장 인근 공가나 폐가를 지상 3층 규모로 재건축해 아이들을 보육하고 주민들의 동아리 활동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싹돌봄센터를 조성하는 한편, 영암 5일시장 방문객들을 중심가로 유도하기 위한 5일 마켓도 열릴 예정이다.

다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영암을 위해 마을의 스토리텔링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주차장과 보행로를 정비하고 골목마다 화사한 벽화를 그리는 경관사업 등 가로환경정비도 추진한다. 또, 서남리 마을회관 인근 유휴부지에는 소규모 체육공원을 조성해 주민 삶의 질 개선도 노린다.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영암을 위해 구 농산물품질관리원 자리에 마을카페와 기념품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공동작업장, 코워킹스페이스 등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 들어서는 어울림복합문화센터를 2개동으로 조성한다. 또, 도시재생대학과 주민제안공모사업, 스마트폰·컴퓨터 고령자 맞춤 프로그램 등 주민역량강화사업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동평 군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정주여건을 개선함과 동시에 지역상권을 활성화하여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활인프라 및 커뮤니티 시설 조성 등으로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정 위주 및 주민참여 요식행위…대부분 실패
가보고 싶고 살고 싶은 영암으로 사업 추진되길

이미 진행되었던 도시재생사업 가운데 주요한 실패 요인으로는 ‘지자체 중심의 사업 추진’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도시재생의 주인공은 그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주민이어야 함에도, 실패한 경우들은 대부분 외부의 전문가들이 공무원들과 함께 추진하는 경향이었다는 지적이다. 설령 주민들이 사업 과정에 참여한다 해도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비판이다.

특히 사업정당성을 위해 참여하는 소위 ‘전문가’ 역시, 단순한 지자체의 도시재생교육프로그램 이수자 정도를 전문가라 남발하면서 그 신뢰도마저 급격히 추락시켰다.

반대로 주민들의 열의가 너무 강하고, 세부사업 하나하나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다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조직된 ‘주민협의체’ 내부에서조차 일부 사익을 우선에 두고 참여한 사업가들과 주민들로 의해 불협화음만 드러나기 일쑤다. 하지만, 주민이 빠진 도시재생은 도시재생의 당초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기에 여전히 주민들을 잘 참여시키는 과제는 난맥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영암의 도시재생사업이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이나 공주의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길 프로젝트’ 등의 사례처럼 ‘주민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주민들의 역량이 부족할지언정, 결국 지역사회에 공동체 정신을 자리할 수 있게 해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 다른 지역의 선진 사례를 단순히 베껴온 것만으로는 일시적 효과는 나타날 수 있겠지만 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해야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저히 부족해 보이는 지역 특유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할만한 콘텐츠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변 관광과 연계될 수 있는 관광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거주하는 지역민들의 다수가 혜택을 볼 수 있는 모델이어야 한다. 이는 자연스레 창업 및 일자리 창출과 연계될 것이다.

가보고 싶고 살고 싶은 영암으로의 도시재생을 위해 더욱 세심한 노력을 주문해 본다.

우용희 편집국장  news@woori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