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빈·집] 알고 보면 쓸모 있는 빈집

< 글 싣는 순서 >
- 늘어나는 빈집에 어둠이 짙어지는 영암
- 공간의 다양화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 빈집, 체험휴양 명소로 거듭나다. '삼보산골 마을'
- 폐가에 전통을 붓다, 충남 공주 ‘잠자리가 놀다 간 자리’
- 빈집을 도심농장으로…청년들의 도전, 미추홀 ‘빈집은행’
- 마을 미술프로젝트로 탄생한 부산의 산토리니
- 공동체 의식 회복…주민주도의 ‘군산 우체통거리’
- 영암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제언-①
- 영암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제언-②

 

최근 몇 년간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이라는 이슈로 전국 군 단위 지역을 긴장시키고 있다. 농촌의 인구 감소는 베이비붐 세대의 도시 이동 이후 두드러지며, 최근 40년 간 지속되고 있다.

위기감을 의식해 이러한 이슈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사실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이라고 시골지역이 아예 소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은 마스다 히로야라는 일본 창성회 의장의 예측을 근거로 주장된다. 그 산출 방법은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라는 기준으로 아주 단순한 사고에서의 예측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60년대 53세, 1980년 65.9세, 1990년 71.3세, 2018년 83세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지 오래다. 여기에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은퇴자 등의 귀농·귀촌이 이어지는 농촌지역은 65세 이상 인구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근거로 ‘지방 소멸’이라는 극단적 용어를 선택한 한 일본인의 주장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러한 데이터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지방자치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지역의 활력에는 분명 도움은 될 것이다.  

아무튼 인구 소멸은 아니더라도 인구 감소 문제는 지속적으로 주의를 살펴야할 지역사회의 과제이다.

민선6기부터 영암군의 추진 과업이었던 영암읍 도시재생계획이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를 위한 주민 의견 수렴, 도시재생대학 개최 등 낙후가 지속되고 있는 지역 문제의 해결을 위한 출발이었다.  

이후 영암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을 ‘S·M·A·R·T로 재탄생하는 영암’으로 정하고 각종 공모사업에 나서며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영암읍 일원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이 국토교통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으며 국비 76억원을 확보하는 등의 계속된 성과를 가져오고 있다.

영암우리신문에서는 ‘영암읍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적 결실을 가져오는데 보탬이 되고자, 올해 전국의 주요 도시재생 사례로 전라북도 완주의 ‘삼례문화예술촌’을 시작으로 충북 증평군, 충남 공주시, 인천 미추홀구, 부산 사하구, 전북 군산시의 도시재생 사례를 찾아 6차례 기획 보도를 진행했다. 

하루 이틀 동안의 취재로 모든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 지역별로 특색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했었다. 기획보도를 마무리하며 2회에 걸쳐 각 지역의 특색을 요약하고 ‘영암읍 도시재생사업’에 접목할 부분을 최종 정리해 보도한다. 

공간의 다양화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일제 수탈의 ‘양곡창고’가 ‘문화예술촌’으로
‘환경파괴에 대한 반성’이라는 ‘도시재생 의미’

일제강점기에 양곡 수탈을 위해 일제가 지었던 ‘삼례양곡창고’. 2013년 전라북도 완주군은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며,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담아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시켰다.

100여년의 세월을 양곡창고로 활용되었던 삼례역 바로 뒤 여섯 동의 창고 건축물에는 각각 나무, 책, 디자인, 인쇄기계, 미디어, 커피 등 여섯 가지의 주제로 채워졌다. 허름한 외관은 유지되었지만, 소박한 정문을 지나면 갖가지 재미난 조형물들과 중앙 정원이 새로운 한 세기를 위해 준비한 곳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맹꽁이들의 주요 서식지였던 만경강 습지가 양곡창고로 인해 훼손된 점을 반성하는 의미를 담았다. ‘인간의 환경파괴에 대한 반성’이라는 ‘도시재생사업의 의미’를 부여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성찰의 마음마저 담아갈 수 있게 했다. 

일제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채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된 ‘삼례문화예술촌’, 책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삼례읍’. 삼례읍 도시재생은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문화예술과 관광 그리고 교육적 공간으로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빈집, 체험휴양 명소로 거듭나…‘삼보산골마을’
인구소멸 위기의식에서 출발된 도시재생사업
차별화된 관광·콘텐츠 개발로 농촌마을에 활력

충북 증평 죽리마을의 변화는 마을의 존폐 위기라는 인식으로부터 출발된 도시재생사업이다. 이곳 역시 여느 농촌마을들처럼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마저 사라지며 생기를 찾을 수 없게 되었고, 마을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마을을 살려야 한다’며 ‘마을발전위원회’를 조직하고 마을 회복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가장 시급했던 것은 주민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늘어난 빈집이었다. 이에 마을 곳곳에 방치된 빈집 5곳 중 4곳을 귀농인의 집으로 리모델링했고, 1곳을 철거해 마을 공유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등 방문객과 주민 편의 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삭막했던 마을에 벽화를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디자인 가벽과 의자, 대나무 조형벤치와 조형물 등을 설치하고 대나무 공원을 조성하며 마을 경관 개선 사업도 진행했다. 이어 마을 소득을 올리기 위해 주민들로 구성된 삼보산골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고, 방치된 마을 유휴지에 뜨락원이라는 마을광장을 만들고 소시지 체험관을 세워 요리체험과 시식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죽리마을의 주민 수는 5년 만에 12%가 증가했고, 지역 소멸을 걱정하던 마을에서의 활기찬 마을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삼보산골마을의 관광자원 개발과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의 운영은 농촌 활력을 증진시킨 모범사례로 평가되며 타 지역의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폐가에 전통을 붓다…‘잠자리가 놀다간 골목’
면밀한 ‘조사·분석·연구’가 도시재생의 핵심
정체성을 지키는 ‘재생건축’도 전국의 모범

공주시 중학동은 도심을 흐르는 제민천과 함께 공주의 중심가를 이어주던 ‘공주농협 뒷골목’이 있어 한때 인산인해를 이루며 붐비던 번화가였지만, 공주 지역의 쇠락에서도 중심이 되며 인적이 끊긴 삭막한 곳으로 변해갔다.

쇠퇴를 거듭하던 ‘공주농협 뒷골목’은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정비하고, 최근에는 다시 핫 플레이스로 유명세를 타고 관광 인파가 이어지고 있다.

그 시작은 면밀한 분석에서 출발했다. 2013년 ‘공주골목길재생협의회’를 창립하며 공주도심의 특징과 골목이 시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이유를 찾는데 노력을 쏟았다. 이러한 원인분석과 함께 재개발·재건축보다는 주민주도의 점진적 주거지 재생, 역사문화자산·수변공간 등을 통해 공주의 이미지 변신,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 강화, 주민친화적 일자리 확보, 지역상권 회복을 과제로 설정했다.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사업’이란 주제로 골목주민, 농협직원, 공무원, 전문가 등이 힘을 모아, 자원조사, 스토리텔링, 골목길 동아리 결성 등 전방위적 활동을 쏟아냈다. 

제민천 천변 양쪽에 공주의 숨은 맛집과 아기자기한 카페까지 새롭게 들어섰다. 또 이 골목만의 옛 정취와 낭만을 그대로 간직한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특히 이곳의 한옥 카페 ‘루치아의 뜰’은 전국에 ‘재생건축’이라는 화두도 만들어냈다. 재생건축이란 ‘과거의 건축물에서 주요한 정체성을 해치지 않고 원형, 혹은 그 일부를 디자인요소로 살려 새로운 기능과 용도의 고안으로 되살리는 건축’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길’은 시민들의 산책로로 사랑받으며 아주 낭만적인 골목길로 바뀌었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공주도심 골목길이 처한 문제를 이해하고, 현장조사와 분석으로 변화방향을 설정한 다음,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하는 주체적 활동들이 바로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길’ 프로젝트가 전국의 도시재생 마중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빈집을 활용한 청년들의 도전, ‘빈집은행’
습한 반지하 빈집이 버섯 키우는 ‘도시농장’
청년들 아이디어 한계…‘밑 빠진 독 물 붓기’

시골에만 빈집문제가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대도시 역시 초고층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의 보급이 많아지며 주거문화 변화에 따라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광역시의 ‘미추홀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은 이러한 빈집 문제를 해소해보겠다며 청년들이 모여 도시재생 사업들을 펼쳐가고 있다. 

‘빈집+청년=빛나는 집’이라는 사업으로 구도심의 골칫거리인 빈집을 활용해 마을 상생방안을 모색하면서 청년 창업까지 유도하고자 했다. 미추홀구의 산동네 언덕빼기에 자리한 허름한 ‘빈집은행’은 이름 그대로 빈집을 빌려줌으로써 꿈을 꾸게 만드는 곳이다.

옛 용현1,4동 행정복지센터 건물을 청년활동 거점공간인 빈집은행으로 조성했고, 2016년 청년들은 ‘미추홀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2017년에는 ‘빈집은행’의 상표권을 획득하고 본격적인 사업주체로 발돋움하며 빈집 리모델링, 버섯농장, 메이커스페이스, 셰어오피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특히 버섯농장은 반지하의 빈집들을 활용해 버섯을 재배하는 ‘도시농장(Urban Farm)’으로 탈바꿈시키고 ‘스마트 도시농부’라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습기가 많은 반지하의 특성을 살려 버섯을 재배하고 있는데, 현재 버섯농장은 16곳 150채 가량으로 지역 노인들이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미추홀구 ‘빈집은행’은 한국지방정부학회 등을 통해 지역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빈집 관리와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공공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 내 빈집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평가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일부 청년들의 공익적 아이디어에만 의존해서는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구조로 확장성을 실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도전정신만으로 이를 극복하기에는 금세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며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계속되는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는 평가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우용희 편집국장  news@woori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