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목소리 듣겠다던 ‘주민배심원단’…총체적 ‘난국’

수의계약 통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총괄 진행
어르신들 모아놓고 사탕뽑기로 조편성, 일부 항의도
배심원단 선정과정서 지인 추천…‘공정성도 의문’
[2020년 11월 13일 / 제293호]
노경선 기자l승인2020.11.13l수정2020.11.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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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7기 공약의 투명성 제고와 지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 추진을 위한 ‘민선7기 공약이행 주민배심원단’이 어설픈 운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영암군은 오는 12월까지 3차례 진행될 예정인 주민배심원단 회의를 위해 약 1300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민관기관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수의계약을 맺고 회의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열린 1차 회의에서 당초 전동평 군수의 공약사항을 점검하고 심의·변경한다는 취지와 달리, 회의를 주관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역사에 대한 강의가 장시간 이어지며 주민배심원단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더욱이 학생들의 수련회에서나 나올만한 사탕뽑기 조편성, 자료요청 불응 등 운영상의 문제가 연이어 지적되며 주민배심원단의 원성을 샀다.

3시간 소요된 이번 1차 회의에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측 관계자의 강의와 총 14개 과제에 대해 5개 분임회 편성, 공약 추진현황과 심의안건 안내가 주 내용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추진현황·심의안건 안내는 채 1시간도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회의전권을 위임받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관계자들은 배심원들의 추가 자료 요구에도 군청 담당자에게 문의하라는 미온적인 답변만 내놓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이다.

한 배심원은 “전동평 군수의 공약을 심의·평가하기 위해 모인 배심원단이 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탄생 배경과 활동 연혁을 1시간이나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공약을 평가하는 진지한 자리에 한가롭게 유치원생들이나 재밌어 할 사탕 뽑기를 하는 등은 백발성성한 어르신들 모셔다 놓고 해야 할 행동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눠준 2개의 책자로는 각 공약들의 정확한 내용들을 파악할 수가 없어 추가 자료를 요청했더니 군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받으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며 “군 발전에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되겠다고 어려운 시간 쪼개 참석했지만, 이렇게 어설프게 운영할 줄 알았다면 애초에 눈길도 안줬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영암군은 전동평 군수의 공약이행 사항을 점검하는 주민배심원단 회의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민관기관에 위탁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배심원단 선정에 있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지만 이 선정 과정에 있어서도 허점은 드러났다.

당초 배심원단 선정은 여론조사업체(KSOI)가 10만7892통의 전화를 시도해 배심원단 참여 의향조사에 응답한 340명 중 성별, 연령별, 지역별 등으로 분류해 다양한 주민 35명을 선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참여가 저조해 결국 20~40대 8명, 50대 이상 22명 등 총 30명의 배심원단만을 선정했으며 이마저도 1차 회의에 23명만 참석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 참석한 배심원단은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20대 배심원은 2명만이 자리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이 20대 배심원 2명을 원칙에 위배해가며 선정했다는 것이다.

20대 배심원 2명은 모두 50대 배심원 A씨의 지인으로 A씨는 배심원단 구성을 담당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관계자의 ‘2·30대 배심원을 구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이 20대 배심원들을 섭외했다는 것이다.

공정성 있는 배심원단 선발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전 과정을 위임했다는 영암군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배심원은 “20대 배심원 2명과 친분이 있어 어떠한 경유로 회의에 참석했는지 물었더니 아는 분이 같이 가자고 해서 뭐하는지도 모르고 따라왔다고 했다”며 “이럴 거면 굳이 돈을 들여 참여의사 설문조사를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영암군 관계자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관계자의 강의가 1시간 정도 진행된 것은 맞지만 배심원들에게 매니페스토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금 과한 시간을 소요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며 “현장의 분위기가 아직 어색하다 보니 앞으로 맡은 과제를 같이 수행해야 하는 배심원들끼리 서로 인사하자는 의미에서 레크레이션을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이번 회의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또, 선정과정의 허점에 대해서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측에 확인한 결과 일반전화로 섭외하는 여건 상 20~30대 배심원을 선정에 어려움이 많아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한 배심원에게 넌지시 여쭸던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추후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신경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선7기 공약이행 주민배심원단’은 오는 20일 열리는 2차 회의에서 14개 과제에 대해 각 담당팀장들과 집중 질의·응답을 실시하고, 12월 4일 3차 회의에서 각 과제에 대한 총괄투표로 배심원단 회의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노경선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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