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들이 톤백을 두어 개씩 실은 트럭들이 속속 창고로 들어온다. 지게차가 트럭 위의 톤백을 옮기는 동안 검사대로 향한 농민들은 기재사항도 빠짐없이 적어낸다.

최근 산지쌀값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탓에 농민들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하다. 

검사관의 판정을 기다리던 한 농민은 “올해는 수매가격이 높을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죠”라며 수매가격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 3일, 서호 쌍풍리125호 창고에서 친환경 쌀 수매를 시작으로 영암군의 2020년 공공비축미곡 매입이 실시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당초 264톤백을 매입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농가들이 불참, 약 190개의 톤백만 수매됐다.

현장의 농민들은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이번 공공비축미의 수매가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지난달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수확기 산지쌀 20㎏의 가격은 5만3489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4만7119원에 비해 6370원 높게 집계됐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 중인 농산물 유통정보 KAMIS의 전국 쌀값을 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20㎏ 소매가가 5만8433원을 기록, 지난해 5만1033원보다 7400원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

잇따른 태풍과 긴 장마, 늦여름 일조량 부족까지 호재라고는 없었던 올해 농사에 산지 쌀값 상승은 그나마 농민들에게 위안이 될 전망이다.

시종의 한 농민은 “올해 농사는 작황이 아주 좋았지만 수확률은 40%정도 감소해 농사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며 “쌀값이라도 높게 나온다면 그래도 내년 농사까지 버틸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쌀 수급과 업체수요 등을 감안, 식당과 떡집 등에 쓰이는 가공용쌀과 수입쌀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쌀값 조정에 나서고 있어 공공비축미까지 시중에 풀릴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정부의 공공비축미가 풀리게 되면 공급이 늘어 시중 쌀값이 떨어지고 지난해보다 높게 ‘쌀 수매 우선지급금’을 지급한 농협의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올해 발생한 손실을 내년 수매에 반영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 쌀 소비가 줄었다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이달 12일쯤 쌀 생산량이 발표되면 이에 따라 나올 추가 쌀 대책을 보고 공공비축미 방출이 결정된다면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