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영암여자중·고등학교 민당관에서 연극공연 ‘오거리 사진관’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오전에는 영암여중 학생들이 오후에는 영암여고 학생들이 연극을 관람했다. 영암여중고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내외 활동을 할 수 없어 심신이 지쳐있는 학생들에게 마음의 힐링을 주고자 연극공연을 추진했다. 학생들에게도 중간고사를 치른 후에 관람하는 연극은 휴식과도 같았다.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신나는 예술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극단 ‘떼아뜨르 고도’가 선보인 연극 ‘오거리 사진관’은 알츠하이머(치매)를 주제로 한 유쾌한 가족연극으로 가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기성찰을 통해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존의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치매 연극을 탈피하여 코믹하고 스피디한 전개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작품이다.

무대는 암막이 되고 한쪽에서 사진기사가 나오는 것으로 연극은 시작됐다. 할아버지와 사진기사의 연기는 순식간에 학생들이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1년 전 치매로 돌아가신 아버지, 1년 후 똑같은 병을 겪는 어머니의 망상과 현실이 오가며 전개되는 연극은 다소 이중적인 구조로 학생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오거리 사진관’은 현실에서의 소망을 꿈에서 이루고, 꿈에서는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회적 단면을 부드럽게 풀어냈다. 그리고 치매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라 느끼는 부모님과 그런 부모님을 가볍게 여기는 자식을 연기했다. 연극을 관람하는 학생들의 눈은 어느 때 보다 빛나고 서글펐다. 

연극이 끝난 후 학생들은 “감동적이다”, “나 아까 이 장면에서 울었어”, “너무 슬픈 거 아니냐”라며 이야기했고, 뒤늦게 결말을 이해한 친구들은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 후 학생들은 연극 배우들과 토크쇼를 했고, 영암읍에 있는 오거리 사진관을 소개하는 등 여러 질문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마무리했다. 

‘오거리 사진관’은 부모님을 외면하고 치매가 무섭다고 부정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풍자한 연극이었다. 학생들은 연극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고 자기의 행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배우들의 진정성과 노련한 연기가 있어서 완벽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 학생은 “부모님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고,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뜻깊은 연극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영암여고는 올 한 해 동안 소풍과 체육대회 등이 모두 취소된 가운데, 지난 23일에는 천연 잔디 운동장에서 1, 2학년 학생들이 삼겹살 구이 파티를 운영해 학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