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급식 너무 맛있었어요!”

2020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영암여고에는 급식에 대한 요구사항과 불만사항을 적을 수 있도록 하는 게시판이 생겼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게시판에는 ‘딸기파이 맛있어요’, ‘점심에도 칠리 새우 해주세요!!’ 등의 웃음을 자아내는 글이 즐비했다. 반면 불만을 표하는 글들도 있었다. 

한 학생은 평소 급식에 대한 생각이나 불만사항을 건의함 이용이나 학기말에 주어지는 설문지에 적어내야만 했던 것이 불편했다고 한다. 그런데 급식 게시판이 생긴 이후로는 보드마카로 자유롭게 글을 쓰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편해졌고, 또 맛있는 급식이 나오면 맛있다는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어 좋다고 하였다. 

이에 한 조리사 선생님은 “초기에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거센 반응을 나타내 속이 상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게시판에 좋은 이야기를 해주면서 힘이 났어요”라며 “게시판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고 학생들의 조언으로 인해 급식을 준비하는데 있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게 되요”라고 훈훈한 답변을 했다. 

이렇게 서로 소통하는 영암여고 급식실에도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식탁과 바닥에는 거리두기 스티커와 자리배치 스티커, 아크릴 판이 설치되었다. 학생들은 “띄엄띄엄 앉아야 하는 것에 어색해했지만, 이제는 붙어 앉으면 오히려 더 어색해질 정도로 익숙해졌다”라고 했다. 영암여고에는 지난 9월 중순 식탁에 아크릴 판이 설치되었다. 역시나 학생들의 반응은 아크릴 판에 비치는 자신과 친구의 모습이 웃겨 상기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해 조리사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바뀐 것은 없지만 예전에는 락스와 행주로 식탁을 닦으면 됐는데 지금은 닦은 후에 소독도 하고 아크릴 판까지도 소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움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것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편리하지만 뒤에서는 수고로움이 더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인터뷰|  영암여고 급식 조리사
올 한 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영암여고의 급식실을 찾아 급식 조리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처음 급식이 시작되던 1995년에 영암초등학교에서 직장을 찾아 시작했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학생들에게 요리를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선택하게 되었어요.

일을 하며 다치신 경험이나 위험했던 상황이 있나요?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요즘에는 위생·안전 교육을 받기 때문에 크게 일어난 사건은 없어요. 그렇지만 열 손가락이 다 골절이 될 정도로 힘들긴 해요.

늘어난 배식시간과 마스크 착용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대로 식사할 시간이 부족해졌어요. 원래 학생들 배식 전에 빨리 먹었었는데 이제는 배식이 끝난 뒤에 먹어요. 하지만 힘들어도 내 직장이고 자식 같은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생각하니 괜찮아요. 또 여름철에 마스크를 쓰고 설거지와 배식을 하다 보니 너무 덥고 힘들었지만 생명줄이라 생각하고 했어요.

더운 날씨에 뜨거운 물로 식판을 세척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힘들지는 않으세요?
뜨거운 물로 해야 깨끗하게 세척이 되요. 1차로 직접 세척을 하고 2차에는 기계에 넣어서 세척을 한 후 3차에 찬물로 다시 씻어내는 작업을 통해 깨끗한 식판이 우리 앞에 놓여요.

맛있는 반찬을 더 주고 싶은 아이가 있으세요?
많이들 궁금해 할 것 같은데, 사실상 그러지는 않아요.(웃음) 배식에 있어서는 예쁘거나 밉다고 해서 더 주고 덜 주지는 않죠. 다만 더 주라고 하는 학생들은 배식이 다 끝난 후에 더 줘요.

그간 일 하시면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졸업하는 애들이 와서 ‘이모 저희 오늘까지만 먹고 이제 못 먹어요’하는 말이 참 서운하고 아쉽지만, 다음에 또 온다고 할 때 고맙고 인상에 남아요. 또 가벼운 말이지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는 한 마디를 들을 때 정말 기쁘고 위로가 되고 피로가 풀려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아직은 부족한 게 많지만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연구하고 노력하고 도울 거예요. 또 맛있게 먹어주는 학생들한테 너무 고맙고, 다이어트 한다고 밥 조금 먹는 친구들이 공부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밥을 잘 챙겨먹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과 조리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중 내년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김영단 조리사 선생님은 “아이들이 거의 다 온 줄 알고 많이씩 줬는데 뒤에 아이들이 많이 오면 ‘아차’하면서 가슴이 떨어져 나가”라며 순수한 웃음과 수줍게 답변하기도 했다. 이렇듯 더 나은 급식을 위해 영암여고 학생들과 조리사, 영양사 선생님은 더 많은 소통과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 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