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공장지대 폐교에서 지역의 명소로 ‘김해 지혜의 바다’

[2020년 10월 16일 / 제289호] <공동취재> 우용희·신은영 기자l승인2020.10.16l수정2020.10.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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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공공도서관,  미래에서 변화를 찾다
책을 빌리거나 읽고 공부하는 공간으로만 인식되었던 ‘도서관’. 하지만 21세기 시대 트렌드는 도서관마저 변화하게 만들었다. 강연과 공연, 이벤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카페 및 여가활동을 포함한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서관의 변화는 현재 진행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에는 뒤처지는 책을 빌리거나 읽기만 하는 영암의 도서관 변화가 더디다. 시설의 한계와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영암공공도서관의 이전과 관련한 움직임이 시작되는 지금이 바로 지역 도서관의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이기에 전국의 도서관 현장을 취재해 보도한다. 


< 글 싣는 순서 >
- 기적을 계속 낳고 있는 순천 ‘기적의 도서관’
전주시민들의 책 놀이터로 변신한 ‘평화 도서관
솔솔 책 향기와 더불어 가는 문화공간 ‘책마루 도서관’
’시끌벅적 떠들 수 있는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 양재도서관
독서와 휴식이 어우러진 ‘파주 지혜의 숲’
역사((驛舍) 지하공간을 지역민들의 품으로 ‘가재울도서관’
- 공장지대 폐교에서 지역의 명소로 ‘김해 지혜의 바다’

※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취재 순서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많은 양해바랍니다.
 

도시재생 일환…폐교가 도서관으로 탈바꿈
경남교육청, 마산·김해에 ‘지혜의 바다’ 건립

경상남도교육청은 2015년부터 ‘도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책 읽기 문화’를 주요 정책으로 제시, 올해까지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6년 동안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 그리고 독서교육에 끊임없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 가운데 도시와 마을에서 지역민과 공존하는 공간으로의 변화를 추구했던 공공도서관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제한된 공간이 아닌 강연, 전시, 공연, 놀이, 체험 등이 가득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했다.

특히, ‘지혜의 바다’라는 이름을 붙여 새로 신설한 2개의 공공도서관들은 폐교를 활용하며 전국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그 시작은 창원(마산)이었다. ‘마산 지혜의 바다 도서관’은 폐교가 된 옛 구암중학교 체육관을 새 단장해 2018년 4월 개관했다. 11만권의 장서가 구비된 이곳은 떠들어도 되는 ‘역발상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하루 평균 방문객이 5000명에 이르렀고, 방학 때가 되면 가족의 북캉스 명소로 알려져 전국에서도 핫플레이스로 꼽히기도 한다. 또한 폐교를 활용하며 생기를 잃어가는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산 지혜의 바다 도서관의 인기에 힘입어 경상남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김해에 ‘지혜의 바다 도서관’ 2호점을 개관했다. 

‘김해 지혜의 바다 도서관’ 역시 폐교였던 옛 주촌초등학교를 활용해 건립되었으며, 중소기업이 많은 김해의 특징을 담아냈다. 연면적 3523㎡, 지혜동 2층과 바다동 3층 규모로 책, 문화, 예술, 창작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독서문화공간으로 새 단장한 ‘김해 지혜의 바다 도서관’은 10만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까지 15만권의 도서를 확충할 예정이다.

마산 지혜의 바다 도서관이 도시재생 역할로 폐교를 활용했다면, 김해 지혜의 바다 도서관은 척박한 공장 지대에 문화적으로 활력소를 제공하기 위해 폐교를 활용했다. 이곳 주촌면 일대는 골든루트 산업단지를 비롯해 1000여개의 중소기업이 모여 있는 곳으로 공장 이외에는 문화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다. 

도서관 관계자는 “기존의 도서관이 도심이나 교통이 좋은 곳에 위치했다면 아무도 찾지 않는 공장 지대에 역발상으로 찾아가는 도서관을 만들어 문화적 감성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개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 특성 살리고 곡면의 부드러운 공간 구성
복합독서문화공간이자 김해의 핫플레이스

공장 지대의 특성을 잘 살린 곳이라는 이야기는 도서관 내부 시설들을 들여다보니 쉽게 알 수 있었다. 

먼저 옛 ‘학교동’을 리모델링한 ‘지혜동’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을 비롯해 지역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홍보하는 기업 사랑방이 위치해 있어 중소기업이 많은 김해의 특징을 살린 공간이었다. 

기업 사랑방은 공단과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 노동자와 기업가들의 휴식 공간이자 기업 특강, 회의실, 청년들을 위한 전문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또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지역 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재료들을 토대로 창작물을 만들어보는 곳이다. 지역민들에게 염색아트, 에코백, 도자기, 머그컵 등 평생교육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다동’은 ‘체육관’으로 이용되던 학교 시설을 개방형 독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독서문화예술 공간인 ‘바다동’은 1층, 2층, 3층으로 나뉘어 있지만, 체육관을 리모델링한 공간이기에 사방이 탁 트인 공간으로 설계돼 입구부터 접근성을 높였다. 

1층에는 창의력 가득한 레고놀이 공간 ‘레고방’, 등대모양 다락형 자유 독서 공간 ‘등대방’, 공룡 테마 과학 책 놀이 공간 ‘공룡방’, 동화의 세계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공간 ‘동화방’, 라운드 벤치의 소통형 프로그램 공간 ‘나눔방’, 계단식 자유 독서 공간으로 강연과 공연을 운영하는 ‘별빛, 달빛마루’ 등 다양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밝은 채광과 딱딱한 책걸상 대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소파가 배치돼 있어 눈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졌다. 책을 매개로 척박했던 공장 지대가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도서관 관계자는 “특히 1층 개방형 독서 공간은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문이 없는 점이 특징”이라며 “아이와 책을 읽으면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핀잔을 주는 곳이 아니라 어느 정도 소음을 인정하는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과거 학교 강당으로 사용되던 2층은 공연과 강연, 음악회, 독서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북페라형 독서 공간으로 바뀌었으며, 오픈형 강연·문화·공연 공간인 ‘지혜마루’, 만화를 즐길 수 있는 ‘웹툰존’, 배 모양의 독서테이블인 ‘항해테이블’, 편안하게 독서하는 공간 ‘책마루’, 세계 문학을 향유하는 반개방형 독서 공간 ‘문학의방’, 벌집 모양 다락형 공간 ‘꿈다락방’, 디지털 정보 검색 등 전자 콘텐츠 이용 공간 ‘디지털존’ 등이 조성됐다. 

특히 이곳에는 천장이 닿을 듯한 10미터 높이의 서가에 10만여권의 책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책 전시 자체만으로도 볼거리를 제공하는 신개념 독서문화공간이었다. 3층에는 캡슐 형태의 개인 칸막이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일등석 비행기 의자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전체적으로 각진 곳을 줄이고 서가와 열람대 등 많은 곳을 부드러운 곡면으로 구성한 점이 돋보였다. 앉는 공간마저도 곡면으로 구성한 탓에 안정감을 갖게 하는 부드러운 물결 같은 느낌을 주었다.

김해 지혜의 바다 도서관을 들여다보니 도서관이 공부방 역할을 하던 시대는 확실히 끝난 듯 보였다. 코로나-19 탓에 거리는 한산했지만, 도서관을 들어서자 마스크를 착용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었다.   

책만 읽는 정적인 공간을 넘어서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최신 기술과 문화, 지식을 습득하는 복합독서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도서관이긴 하지만 김해의 핫플레이스로 소개되는 까닭은 바로 손색이 없을 정도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공동취재> 우용희·신은영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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