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이 무슨 선생이여

[2016년 9월 2일 / 제88호] 우리 할머니집 마실꾼들 이야기 - 7 영암우리신문l승인2016.09.02l수정2016.09.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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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조 정 (영암읍 출생)

저번참에 우리 큰아들 왔을 때 들은 말이 있는디 잔 들어보실라요 동각에서 머심 살던 번출이 딸 송자라고 생각나요? 우리 두 째보다 시 살인가 더 묵은 애기여라. 그것이 시방 광주서 아조 부자로 잘 산다요 신랑이 경찰 높은 직에 있다가 퇴직허고 사업을 한답디다

아니 그 애기가 우리 큰아들허고 먼 일이 있은 거시 아니고라 내가 그 큰애기 잘 산다는 말을 할라는 거시 아니란 말이요
우리 큰아들이 산에서 내래와서 자수허고 경찰서 잽해 있을 때 안 있었소 아따 성님네 와서나 이 말을 허재 이 밤중에 누가 들을랍디여

순사들이 조사를 헌디 첨에는 아조 험허게 다뤘능갑써요 산에서 죽으나 여그서 죽으나 차이가 없것구나 그런 맘이 드는디 하루는 조사허던 순사들 중에 젤로 높은 사람이 뜽금없이 선생님 오늘은 저희 집이 가서 점심밥 좀 드셔야것습니다 그러드라요 이 새끼 저 새끼 허던 사람이 선생님이라고 항께 놀랬재 이것시 뭔 소리까 했다요
인자사 궁금하요? 들어보시쇼 나도 참말로 놀랬어라

몸은 되고 아프고 죽것재만은 지 처지에 안 간다고 허것소 어쩌것소 나를 얼로 데꼬 나가능고 나가서 총살을 해불라고 그란다냐 어짠다냐 밸 생각이 다 들드라요 그랄 것 아니요 예예하고 꾸벅꾸벅 따라간디 참말로 뭔 살림집 대문을 열고 들어강께 각시가 한나 나와서 아이고 선생님 오셨능가요 함서 인사를 곱게 하드라요
동각 살던 송자가 긍께 그 순사 각시였다요 시상에 점심을 걸게 채래놓고 지다리고 있어서 잘 얻어묵는디 그 순사 말이 내 집사람이 선생님 은혜를 크게 입은 적이 있다고 잘 봐드리라고 신신당부를 하등만요 너머 걱정 마십쇼 그러드라는 것이요
큰아들이 암만 생각해도 모르것드라요 저 애기가 나한테 뭔 은혜를 입었으까 머시까 하다가 까빡 기억이 났다요

해방 후에 큰아들이 학교 선생 할 때 그때는 봄에 졸업식을 안 했소 그때 송자가 학교 소사였어라 선생이 모지란 시절이라 송자도 1학년 애기들을 갈치고 그랬능갑습디다 가난해서 높은 학교는 못 갔어도 똑똑허고 공부도 잘 했응게 그 정도는 갈칠 만 했을 테재 번출이 딸들이 다 날씬하니 얼굴도 쌔뜻했소안

안 들을 것맹키드니 인자 궁금해징갑소 들어보쇼 긍께 졸업사진을 찍을라고 학생들허고 선생들이 주룰하니 운동장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요 영자도 나와 섰등가 선생들 맻이가 보고는 저거시 뭔 선생이여 소사재 그러드라요 그 소리에 낯이 붉은 물 치끄른 것맹키 벌개져서 빠져나가는 것을 우리 큰아들이 학생들 가르치먼 선생이재 머시 선생이다요 글고 손 끄서다가 같이 사진 찍게 했다요 송자 그 애기가 그 일이 그라고 가슴에 맺혔능가 그라고 크게 은혜를 갑드라고 헙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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