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해 뭐해요. 하루 온 종일 쫄딱 굶고 세탁기 안의 빨래는 온통 녹물이 스며서 다 버렸어요”

명절을 앞둔 지난달 29일과 30일까지 이어진 녹물사태에 군서, 서호, 학산 주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노후관로 파열과 소화관 점검이 원인으로 파악된 이번 녹물사태는 영암군 수도사업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긴급보수작업을 마친 상태지만 주민들의 원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예기치 않은 상수도관 파손으로 긴급히 실시하는 보수공사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전가된 것에 대한 불만이다.

피해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녹물이 나오기 전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10시경, 영암군 수도사업소 측은 해당 지역의 이장들에게 이튿날인 29일 아침부터 보수공사를 진행하니 상수도이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발송하고, 29일 오후 5시부터 피해 지역 각 가정마다 2L 생수 3병씩을 보급했다.

하지만, 녹물은 이른 아침부터 나온 탓에 미처 안내를 전달받지 못한 가정에서는 세탁물 오염과 오염수 음용 등 피해가 속출한데다 하루가 다 지난 오후 5시경부터 각 마을 이장들을 통해 전달되기 시작한 생수도 물량 부족으로 밤 9시가 넘어 전달받은 가정도 있었다.

서호면 산소마을 주민 A씨는 “영암군은 늦은 밤 10시에 이장들에게만 전달된 안내문자와 녹물이 쏟아지기 시작한지 하루가 다 지난 시점에 전달된 생수 3병이 과연 주민들의 불편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었는지 돌이켜 봐야한다”며 “생수 공급과 공사안내만 적절하게 했더라도 이렇게까지 주민들이 화가 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이와 유사한 사례가 이미 수차례 있었지만 영암군의 대처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공사전후의 대처가 미흡해 주민들이 불편이 지속됨에도 개선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지금까지 녹물 때문에 불편을 겪은 일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밤 10시에라도 문자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일 만큼 영암군이 주민들의 불편 감소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며 “긴급 보수공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덜 불편하게 노력하는 행정기관의 임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영암군 수도사업소 관계자는 “갑작스레 발생한 노후관로 파열로 긴급히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대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녹물사태로 피해를 입으신 많은 주민 분들께 죄송함을 표하며 추후 이 같은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 분들과 협의해 방안을 강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