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화된 전철역 공간에 도시재생사업 추진
예산절감, 공사기간 단축…‘우수사례’ 손꼽아
지하철 역사 공간에 조성된 도서관과 북카페가 시민들의 정서 함양과 휴식처로 자리 잡으며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노숙자들이 상주하고 각종 쓰레기 투기로 훼손되어가는 가능역 주변을 도시재생과 더불어 시민의 공공 문화시설로 변모시키고자 지난 2017년 가재울도서관을 개관했다. 

도서관이 들어서기 전 가능역 교각 하부는 노숙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급식이 시행되던 공간으로 주변 환경이 어둡고 매우 지저분했다. 특히 가능역 부근은 경제적으로 침체되어 있었고, 여러 교육기관이 밀집되어 있음에도 주변이 슬럼화되어 교육환경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 지속돼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그렇게 추진된 가재울도서관은 역사 하부 공간에 기둥을 세우고 벽체를 만들어 지어진 건축물로 총 19억의 예산을 들여 지상 2층, 1908㎡규모로 건립됐다. 전철역 하부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일반 공공도서관 신축 대비 약 30억 원의 건축비를 절감했고, 공사기간도 5개월 정도로 짧았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간행물에 공공도서관 조성 및 운영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로 3년이 된 가재울도서관은 전국 최초의 전철역사 공간 활용 오픈형 공공도서관으로 지역주민이 소통하고 휴식할 수 있는 쉼터이자, 각종 정보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석구석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 활용 
가재울도서관의 명칭은 ‘가재가 많이 사는 연못’인 가재못이 있었던 자리라는 가능동의 옛 지명을 살려 역사 속에서 현재를 비춰볼 수 있는 이름으로 결정됐다.

1층은 도서관과 북카페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공간과 어르신·청소년 및 직장인 대상의 다양한 강좌와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강의실이 있고, 2층은 12만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는 보존서고를 설치해 공공도서관의 부족한 서고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철도 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도서관에는 사서가 추천하는 도서 특화코너로 매월 새로운 주제로 진행되는 북큐레이팅 ‘재울이의 책상’, 여행 전문 북큐레이팅 ‘꿈꾸는 여행’, 작가별 도서를 소개하는 ‘지은이의 책상’ 등 도서관 곳곳에 책을 선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핫이슈 코너’에서는 각종 행사나 축제 등 시민이 관심을 갖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비치하고 ‘큰글자책 코너’에는 시력문제로 독서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떨어지는 어르신 및 저시력자를 대상으로 독서 장려하기 위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또 ‘다다익선 코너’에서는 시민의 이용도가 높은 도서를 추가로 구입해 도서관에서만 열람이 가능하도록 비치했으며, 도서관 한 켠에는 회색벽에서 예쁜 그림과 이야기가 담긴 책 소개영상을 상영하는 ‘회벽시네마’가 운영 중이다. 규모는 작지만 구석구석 볼거리가 가득한 아기자기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또 하나의 시도…‘초록빛정원의 탄생’
지난해 11월 가재울도서관 북카페에서 진행되던 무료급식이 종료됐지만, 무료급식을 위한 도서관 앞의 조리실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의정부시는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시민들이 초록식물 속에서 쉬어가며 힐링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조성키로 했다. 그곳이 바로 ‘초록빛정원’이다.

초록빛정원은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이자 힐링 원예프로그램, 플랜테리어 등 식물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공간이다. 식물과 관련된 잡지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도 비치되어 있어 오가다 들러 책도 읽고 잠시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도서관 앞 작은 화단을 이용하여 계절별 정원 모델을 전시하고 있다.

쓰레기가 뒹굴던 거리는 예쁜 꽃과 나무로 생기를 띄게 됐고 어두컴컴하던 가재울도서관 초록빛정원은 도서관에서 새어 나오는 빛과 분위기로 인해 한층 밝아졌다. 술에 취해 쓰려져 있던 노숙자들은 사라지고 책을 읽으러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됐다. 이런 변화로 인해 가능역 주변은 보다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탄생하게 됐다.  

도서관 관계자는 “무료급식을 제공하던 장소였던 이 곳 가재울도서관에서 노숙인 뿐만 아니라 의정부시민들이 희망의 씨앗을 싹 틔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행복 가득한 우리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