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행복해야 가정도, 사회도 행복해요”

시종 밝은지역아동센터 최옥주 센터장
[2020년 8월 28일 / 제283호]
신은영 기자l승인2020.08.28l수정2020.08.28 16:4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여성, 영암에살다
지난해 영암군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여성의 성장과 안전, 행복이 보장되는 곳’이라는 뜻의 여성친화도시. 영암 속에서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펐던 그녀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영암에 정착한지 25년, 긴 시간동안 지역의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시종 밝은지역아동센터 최옥주 센터장을 만났다.

서울이 고향인 최옥주 센터장은 쌍둥이 언니의 소개로 만난 남편을 따라 영암에 오기 전까지 무역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노동운동도 인권도 관심이 없었다는 최 센터장은 현대삼호중공업의 노조간부로 활동하던 남편을 만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전 바로 취업을 했고 쌍둥이 언니는 전북의 한 대학을 다녔어요. 언니가 학생운동을 했는데 거기서 남편을 만나 절 소개 해준 거죠. 5살 차이나는 남편은 배울게 많은 사람이었죠. 그때부터 여러 가지 활동에 눈을 떴어요. 남편은 노동자를 위한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전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아이들을 위한 활동에 관심이 갔죠, 엄마들과 모여 육아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고, 지금도 참교육학부모회, 보아스협동조합, 여성의전화 등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신혼 시절이던 1990년대 중반,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이 끊이질 않던 시대다. 노조간부였던 남편은 매일을 장례식장에서 보냈고 기댈 곳 하나 없던 새댁은 우울함에 생기를 잃어갔다.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야 했어요. 원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우울증을 심하게 앓기도 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죠. 당시 동신대에 보육교사 양성과정이 있었는데 등록비가 10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남편에게 해보고 싶다 얘길 했더니 월차를 내고 같이 등록을 하러 갔어요. 내심 남편 돈으로 내가 배우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죠. 하지만 보육교사로 취직하고 첫 월급을 탔을 때는 어찌나 뿌듯하던지. 어깨가 쫙 펴지더라고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5년간 근무한 최옥주 센터장은 지난 2007년 미암지역아동센터를 개관해 운영하다가 지난 2017년 시종 밝은지역아동센터로 적을 옮겼다.

매일 70㎞를 출퇴근해야 하는 곳이지만 애착이 많이 가는 곳이라고 한다.

“미암지역아동센터를 떠날 때 많이 힘들었죠. 10년을 부대끼며 살아온 아이들과 이별을 해야 하잖아요. 지역아동센터는 아픔이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한부모, 조손, 외국인가정 등. 처음에는 제가 대단한 역할을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아이들의 보호자로, 멘토로, 선생님으로 아주 뛰어나야겠다고 생각했죠. 헌데 아이들은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었어요. 그저 옆에 있어주는 어른이 필요했던 거예요. 많은 것을 해주지 않아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한 것 이죠”

최 센터장은 열악한 정부 지원과 재정상황, 아이들을 위한 무언가를 시도하기엔 너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누구나 알다시피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급여 수준은 최저임금과 다르지 않을 만큼 낮지만 아동센터 직원들의 처우는 이보다 더 열악하다. 그마저도 아이들을 위해 쪼개 쓰느라 직원들에게도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고 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아동센터의 업무가 쉽다고 생각을 하나 봐요. 모든 복지시설들이 그렇겠지만 아동센터도 아이들을 위해 항상 무언가를 만들고 시도하고 실행해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죠. 그렇다보니 직원들에게 줄 수도 있는 돈을 쪼개서 아이들을 위해 다시 투자하죠. 사실 후원자들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항상 감사한 분들이죠”

최옥주 센터장은 요즘 사회적 문제로 떠 오른 페미니스트와 관련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최 센터장은 이 문제를 두고 서울의 한 대학에서 철학과 대학원과정을 밟고 있는 딸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요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아주 핫 하죠. 사실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요. 여성이 행복해야 가정도, 사회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고 행동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여성들이 원하는 가사분담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인정이 그렇게 큰 문제인가 싶어요. 전 남편하고도 이 이야기를 많이 해요.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남편도 이제는 저와 딸 얘기를 아주 잘 들어주죠.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해요”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인 여성과 아이. 최옥주 센터장의 바람처럼 모든 여성과 아이가 행복한 영암을 기다려 본다.

신은영 기자  news@wooriy.com
<저작권자 © 영암우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은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중앙로 17-1(2F)   |   대표전화 : 061-472-1470   |   팩스 : 061-472-1469
등록번호 : 전남 다 00347   |   발행처 : 영암언론협동조합   |   발행인 : 박노신   |   편집인 : 우용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용희
Copyright © 2020 영암우리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