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빈·집] 알고 보면 쓸모 있는 빈집
농촌의 인구감소는 비단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빈집과 빈 상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문제이다. 이에 빈 건물을 정비하는 등 재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대부분의 빈 건물이 사유재산으로 지자체가 나서 정비·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영암우리신문에서는 전국의 성공사례를 찾아 지역 실정에 맞는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6차례에 걸쳐 기획 보도한다.

< 글 싣는 순서 >
1. 늘어나는 빈집에 어둠이 짙어지는 영암
2. 공간의 다양화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3. 빈집, 체험휴양 명소로 거듭나다. '삼보산골 마을'
4. 폐가에 전통을 붓다, 충남 공주 ‘잠자리가 놀다 간 자리’
5. 빈집을 도심농장으로…청년들의 도전, 미추홀 ‘빈집은행’
6. 마을 미술프로젝트로 탄생한 부산의 산토리니

※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취재 순서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많은 양해바랍니다.

충남도청 이전으로 쇠락했던 공주
‘도시재생’ 사업으로 ‘재도약 성공’
충남 공주시는 한때 백제의 수도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충청감영의 소재지로 1500년 동안 충청도의 중심 도시였다. 또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소문난 교육도시가 바로 공주였을 정도로 역사·문화·행정·교육의 중심도시였다.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1932년)하고 인근 도시인 천안시·세종시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며 공주 지역의 침체 일로에 접어들었다. 특히 공주시 중학동은 도심을 흐르는 제민천과 함께 공주의 중심가를 이어주던 ‘공주농협 뒷골목’이 있어 한때 인산인해를 이루며 거주민과 유동 인구가 많아 늘 붐비던 번화가였지만, 공주 지역의 쇠락에서도 중심이 되며 인적이 끊긴 삭막한 곳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최근, 쇠퇴를 거듭하던 이곳 ‘공주농협 뒷골목’이 공주시의 핫 플레이스로 유명세를 타며 코로나19에도 관광 인파가 계속되고 있다. 바로 언제부터인가 붐처럼 일며 국내 여행지 곳곳에 트렌드처럼 만들어진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정비된 까닭이었다.

제민천 천변 양쪽에 공주의 숨은 맛집과 아기자기한 카페까지 새롭게 들어서고, 시민들의 산책로로도 사랑받으며 아주 낭만적인 골목길로 바뀐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모범사례라 할 수 있겠다.

골목길 재생 위해 자생적 주민조직 결성
면밀한 ‘조사·분석·연구’가 도시재생 핵심

도시재생이란 도심쇠퇴 현상을 방지하며, 도심지역의 재활성화를 위해 도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생활의 질을 높이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도심에 형성된 지역사회의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인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기성시가지의 재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공주시 원도심은 구도심 기능의 약화, 인구감소, 주거환경 악화, 각종 규제, 역사 및 정체성 부족 등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데 있어서 이곳의 선택은 여느 곳과는 달랐다. 

대규모 전면철거 방식의 재개발·재건축보다는 주민주도의 점진적 주거지 재생, 역사문화자산·수변공간 등을 통해 공주의 이미지 변신과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 강화, 주민친화적 일자리 확보와 지역상권 회복을 과제로 설정하고 우선에 둔 것이다.

그 시작은 면밀한 분석에서 출발했다. 2013년 ‘공주골목길재생협의회’를 창립하며 공주도심의 특징과 골목이 시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이유를 찾는데 노력을 쏟았고, 골목과 주변자원을 연계한 골목기능 회복사업으로 도심의 활력을 제고하고 관광자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 공주시의 ‘주민참여 행복한 마을디자인사업’과 연계해 골목주민, 농협직원, 공무원, 전문가 등이 참여로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사업’을 조성하면서 골목길재생을 위한 자생적 주민조직은 탄력을 받게 된다. 

그리고, 역사문화자원, 교회, 극장, 근현대 건축물, 옛집터, 중요가옥의 가치와 의미 등을 분석하는 ‘골목길 자원조사’를 시작으로, 조사된 중요자원에 대한 스토리텔링, 조사된 골목길 투어루트 설정 및 지도 작성,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학습투어 및 골목길 동아리 결성지원, 공주도시 골목길에 대한 언론홍보, 골목길재생협의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회원확보 등 전방위적 활동들을 쏟아냈다.

이러한 활동 및 사업들을 통해 이곳은 골목길을 도시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분위기 속에서 제민천변 직조공장을 활용한 식당, 폐가를 리모델링한 차문화 공간이 중심으로 후미진 골목에 생명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예술과 추억이 살아 숨쉬는 골목으로 만들어졌다.

정체성을 지키는 ‘재생건축’도 모범
사업 후 성공 여부는 ‘민간의 노력’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길’ 프로젝트는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공주농협 뒷골목’에 이 골목만의 옛 정취와 낭만을 그대로 간직한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그리고 이곳은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더불어 ‘재생건축’이라는 화두도 만들어냈다. 바로 골목의 터닝포인트라 불리는 한옥 카페 ‘루치아의 뜰’이다.

재생건축이란 ‘과거의 건축물에서 주요한 정체성을 해치지 않고 원형, 혹은 그 일부를 디자인요소로 살려 새로운 기능과 용도의 고안으로 되살리는 건축’이다.

바로 ‘공주농협 뒷골목’에 위치한 차(茶)문화공간 ‘루치아의 뜰’은 재생건축의 모범답안이다. 좁은 골목 안쪽에, 도무지 눈에 띄지도 않는 열평 남짓한 한옥을 보러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한옥이라지만 고풍스러운 것도 아니다. 집이 지어진 1964년 당시엔 아주 흔하고 평범했던 작은 집이다.

하지만 이 특별할 것도 없는 ‘루치아의 뜰’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은 재생건축이 바로 이 집의 매력이었다. 이미 이러한 점 때문에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더 좋은 장소 만들기 ‘우리사랑상(장관상)’까지 받았다. 또 나태주 시인은 ‘루치아의 뜰’이라는 시를 통해, ‘오래 묵은 시간이 먼저 와서 기다리는 집’이라고 했다.

‘루치아의 뜰’ 석미경 대표는 “공주에는 아직도 우리들을 추억과 그리움 속으로 안내하는 옛날의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안내하며 “도시재생 사업은 대규모 예산을 들여 거창한 계획만으론 안된다고 생각해요. 한사람 한사람이 자잘한 것부터 시작해야죠. 각자 재능과 관심에 맞게 작은 일부터 정성을 들이면 조금씩 바뀌지 않겠어요?”라고 조언했다.

여전히 골목의 풀을 뽑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일상이라는 석대표는 “관이 예산을 들여 설치를 마친 뒤는 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주민들의 노력과 꾸준함이 도시재생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공주도심 골목길이 처한 문제를 이해하고, 골목길에 대한 현장조사와 분석을 통해, 주민 스스로 골목길의 변화방향을 설정한 다음,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하는 주체적 활동들이 바로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길’ 프로젝트가 전국의 도시재생 마중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