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빈·집] 알고 보면 쓸모 있는 빈집
농촌의 인구감소는 비단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빈집과 빈 상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문제이다. 이에 빈 건물을 정비하는 등 재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대부분의 빈 건물이 사유재산으로 지자체가 나서 정비·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영암우리신문에서는 전국의 성공사례를 찾아 지역 실정에 맞는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6차례에 걸쳐 기획 보도한다.

< 글 싣는 순서 >
1. 늘어나는 빈집에 어둠이 짙어지는 영암
2. 공간의 다양화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3. 빈집, 체험휴양 명소로 거듭나다. '삼보산골 마을'
4. 폐가에 전통을 붓다, 충남 공주 ‘잠자리가 놀다 간 자리’
5. 빈집을 도심농장으로…청년들의 도전, 미추홀 ‘빈집은행’
6. 마을 미술프로젝트로 탄생한 부산의 산토리니

※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취재 순서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많은 양해바랍니다.

농어촌을 비롯한 시골에만 빈집문제가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대도시 역시 초고층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의 보급이 많아지며 국민들의 주거문화 변화에 따라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사회문제로 부상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가율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인천광역시에는 이러한 빈집 문제를 해소해보겠다며 청년들이 모여 도시재생 사업들을 펼쳐가고 있다. 바로 ‘미추홀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인천 미추홀구의 산동네 언덕빼기에 자리한 허름한 건물. ‘빈집은행’이란 간판도 튀지 않아 쉽게 찾기가 어려웠을 정도였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빈집을 빌려줌으로써 꿈을 꾸게 만드는 빈집은행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인천 미추홀구 ‘빈집은행’은 지역청년 주도해 민관협력으로 지역 내 빈집문제를 해결한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올해초 한국지방정부학회에서 주관한 ‘지방정부 정책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지방정부학회는 미추홀구 ‘빈집+청년=빛나는 집’ 사업이 구도심의 골칫거리인 빈집을 활용해 마을 상생방안을 모색하면서 청년 창업까지 성공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다른 지방정부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토연구원에서도 “민간주체가 주도적으로 빈집 관리와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공공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활동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들과 차별화된다”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 

‘빈집은행’은 2010년대 초반, 빈집이 많이 방치되어 있던 인천 미추홀구의 지역 청년들이 거주와 작업 공간 등을 위해 비어있는 빈집의 수리와 활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탄생했다. 미추홀구는 옛 용현1,4동 행정복지센터 건물을 청년활동 거점공간인 빈집은행으로 조성했고, 2016년 청년들은 ‘미추홀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2017년에는 ‘빈집은행’의 상표권을 획득하고 본격적인 사업주체로 발돋움하며 빈집 리모델링, 버섯농장, 메이커스페이스, 셰어오피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집수리 등 재생 꿈꾸는 창업공간 ‘메이커스페이스’ 

습한 반지하 빈집이 버섯 키우는 ‘도시농장’ 

관리되지 않는 빈집들은 위생에 취약해 마을 주거환경에 해롭다. 방치된 빈집에서 오수가 역류해 주변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기도 한다. 이런 빈집들은 재개발될 때까지 방치된다. 외국에서는 빈집을 방치하면 빈집세를 부과하기도 한다.

원도심은 단순히 교통이 들어와서 개발되지는 않는다. ‘미추홀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은 빈집들을 수리해 지역주민들이 유익하게 활용하면 원도심 주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빈집들을 공유하고 활용하는 ‘빈집은행’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마을에서 빈집들을 맡기면 이를 청년 창업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빈집은행의 1층은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새로운 방식의 청년 창업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빈집을 새 주거공간으로 만들어낼 메이커들이 대형 3D프린터 등 다양한 제작 장비를 이용해 뭐든지 만들어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집을 수리하고, 가구나 생활용품까지 만들어 새로운 주거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하며, 이 기술을 활용해 창업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는 청년창업 공간이다.

이들은 메이커 스페이스 활동이 활발해져 빈집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도 목표지만, 더 나아가 상생을 위한 지역 콘텐츠로 확장을 꿈꾸고 있다. ‘빈집은행’의 ‘공간’이 바로 그 상생을 위한 전초기지의 역할을 하도록 꾸준히 노력중이다.

또 아직 완전히 뿌리내렸다고 할 수는 없으나, 2018년에는 반지하의 빈집들을 활용해 버섯을 재배하는 ‘도시농장(Urban Farm)’으로 탈바꿈시키고 ‘스마트 도시농부’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습기가 많은 반지하의 특성을 살려 버섯을 재배하고 있는데, 현재 버섯농장은 16곳 150채 가량이 있으며, 지역 노인들이 관리하고 있다. 

귀촌·귀농을 하고 싶어도 여건상 못하는 노인들이 도시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창업할 수 있고, 빈집도 활용할 수 있으니 1석 2조의 프로그램이다. 또 앞으로는 버섯 외에도 굼벵이 등 다양한 아이템도 다룰 계획이다. 이 ‘도시농장’이 지역민들에게 작은 일거리를 주며 상호작용하면서 원도심 재생에 힘을 보태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활동들을 펼쳐가고 있는 ‘미추홀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 미추홀구의 지역주민들도 도시형 농장과 오피스 공간 등의 지역 자원 생성, 지역경제 활성화와 취업과 교육 활동 등을 응원하며 빈집은행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

미추홀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는 “빈집문제의 근원에는 지역 취약계층의 문제가 있다. 빈집은 우범지대나 슬럼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선입견을 없애고 빈집도 충분히 수익적인 면이나 공익적인 면에서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지역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주민들에게 제시했다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