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교육보다 살아갈 환경이 더 중요하죠”

삼호읍 청소년문화의집 이훈정 활동팀장
[2020년 7월 24일 / 제279호]
신은영 기자l승인2020.07.24l수정2020.07.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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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암에살다
지난해 영암군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여성의 성장과 안전, 행복이 보장되는 곳’이라는 뜻의 여성친화도시. 영암 속에서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펐던 그녀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청소년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어낸 획기적이고 신선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이제는 명실상부 지역 청소년들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한 삼호읍 청소년문화의집.

삼호읍 청소년문화의집의 성공적인 정착은 단결된 힘을 보여준 전체직원들의 노력이 컸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바탕으로 활동팀을 이끌어 온 이훈정 활동팀장의 역량이 큰 몫을 했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청소년 프로그램의 틀을 벗어나 버스킹, 주민화합 음악회 등 청소년은 물론 지역민들까지 아우르는 아이디어로 청소년문화의집 활동팀을 이끌고 있는 이훈정 팀장을 만났다.

이훈정 팀장은 백제예술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배우지망생이었지만 졸업 후 뜻하지 않게 찾아온 사고로 꿈을 포기해야 했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나의 욕심이었던 것 같아요. 오디션을 1주일 앞두고 급한 마음에 몸이 제대로 풀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고난이도 동작을 연습하다 허리에 큰 부상을 입게 됐죠. 오른쪽 다리가 마비되는 부상이었고 1년 8개월의 재활기간을 이겨내야 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키워온 뮤지컬배우의 꿈을 포기해야 했을 때 세상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죠. 그 때의 좌절감과 상실감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했어요”

길고도 어려운 재활을 견뎌 낸 이훈정 팀장은 재활기간 동안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 온 물리치료사들을 보며 물리치료사의 꿈을 키웠다.

이훈정 팀장은 다시 대학에 진학해 물리치료를 공부하며 재기를 꿈꿨지만 불행은 다시 한 번 그녀를 괴롭혔다. 친오빠의 결혼식을 다녀오던 길에 큰 교통사고를 당해 또 한 번 긴 병원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가슴과 목뼈가 부러지는 큰 사고였어요. 병원에 누워있으면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죠. 나는 꿈을 꾸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이 찾아오나. 평범한 아내로써 남편만을 내조하며 살라는 신의 계시인가. 겨우 치유됐다 싶었던 우울증세도 다시 나타났어요. 그러던 중 티비프로그램의 뮤지컬에 나오는 대학동기를 보게 됐어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저 곳인데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하는 생각에 우울증세는 더 심해졌죠”

매일을 우울함에 젖어 있던 그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의외로 남편의 친구가 내뱉은 한마디였다.

“한 모임에서 남편의 친구가 ‘넌 직장도 좋으면서 왜 전문직 여자를 안 만난거야’라고 남편에게 묻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됐어요. 큰 충격을 받았죠. 아 다시 일어나자. 그때 당시 5개월이던 둘째아이를 옆에 두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어요. 나보다 더 큰 아픔이 있는 사람들을 안아주자는 생각뿐이었죠”

2018년, 삼호읍청소년문화의집에 방과 후 교사로 첫 입사한 이훈정 팀장은 열정하나로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활동팀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 추진력 등 어디에 내놔도 자기일은 할법한 그녀의 능력이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그저 맡은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회사에서 예쁘게 봐 주신 것이죠. 나보다 나은 직원도 많고 관장님의 능력도 출중하시지만 일선에서 활발하게 일할 수 있는 활동력을 높게 사주신 것 같아요. 덕분에 업무량도 많이 늘고 매일이 고민의 시간이 됐지만요”

가벼운 농담과 함께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던 이훈정 팀장은 삼호읍문화의집이 지역 청소년들의 대표문화시설로 자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한다.

“지금 우리 지역의 아이들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아주 많아요. 하기 싫어서 안할 지라도 몰라서 못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이 필요하죠. 지역의 프로페셔널 한 어른들을 찾아 아이들과 화합하는 융합프로그램을 만들어야죠. 청소년도 어른들도 마음껏 기를 발산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지역민 모두가 사랑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지역의 문화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이훈정 팀장. 그녀의 바람이 결실을 맺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신은영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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