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칼럼]주민·국민소환, 할 거면 제대로

하승수의 자치분권칼럼
[2020년 7월 24일 / 제279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20.07.24l수정2020.07.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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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 시민운동가
하승수

소환제도는 영어로 리콜(Recall)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샀다가 반품하는 것을 리콜이라고 하는 것처럼, 유권자가 선출직 공직자를 뽑았다가 임기중에 해임처리하는 것도 리콜인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를 소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정 숫자 이상의 유권자들이 서명을 해서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면, 해당 선출직 공직자를 선출한 유권자들의 전체 투표로 소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만약 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하면, 그 때부터 해당 선출직 공직자는 해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초반에 주민소환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에 미국의 지역에서 워낙 부패가 심해서 소환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웃 일본에서도 지방자치법에서 주민소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소환이 어렵지만,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는 소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장 뿐만 아니라 지방의원도 소환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지방자치를 한다면서도 주민소환제도를 늦게 도입했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후에도 한참동안 주민소환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가, 2007년이 되어서야 지방자치 영역에서 주민소환 제도가 도입됐다. 

그 때로부터 13년이 지났다. 숱한 부패, 예산낭비,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는 한국의 지방자치 현실을 생각하면, 주민소환이 성사된 경우가 많아야 할 것같다. 그런데 지난 13년동안 주민소환을 할 것인지 말 지에 대해 투표까지 간 경우는 겨우 10건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중에 개표를 해서 실제로 소환을 하는 것으로 결정된 경우는 단 2명 뿐이다. 법 시행 첫해인 2007년에 경기도 하남시의원 2명이 소환된 것이 전부이 것이다. 나머지는 투표를 했지만 투표율이 3분의1에 미달되었다는 이유로 개표조차 못했다. 이런 상황이면, 사실상 주민소환제도는 사문화된 제도로 봐야 한다. 제도는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법제도의 결함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투표율이 3분의1을 넘어야 개표한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 때문에, 애써서 주민들이 서명을 받아서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해도 개표를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 12월에도 경북 포항시에서 시의원 2명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있었는데, 역시 투표율이 21.75%에 그치면서 개표를 못했다. 

이렇게 투표율이 잘 안 나오는 이유는, ‘투표율 3분의1 조항’을 악용해서 소환대상이 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투표불참’ 운동을 벌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투표장에 가는 사람은 나를 해임시키려 하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짜면, 좁은 지역사회에서 투표율이 높게 나오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의 아주 독특한 현상이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투표율이 3분의1 이상 되어야 개표한다는 조항이 없다. 그래서 주민소환투표가 이뤄지게 되면, 소환대상이 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소환에 반대투표를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투표보이콧이 벌어지고 있으니, 웃지 못할 일이다. 

이처럼 이미 도입된 주민소환제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도의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법안발의도 하고 있다. 21대 국회에 들어서서만 이미 5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국민소환제도를 도입한다면, 생색내기 식으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소환제도 도입 논의를 할 때부터 주민소환제도의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발의된 국민소환제 법률안을 보면, 5건의 법률안중 4건의 법률안에 ‘투표율이 3분의1을 넘어야 개표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문제의식없이 베끼다보니 이런 내용의 법률안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도입의 의미가 없다. 투표율 3분의1 조항은 절대로 국민소환제 법안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또한 국민소환제도 도입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주민소환제도를 손보는 것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투표율 3분의1 조항은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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