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답은 무엇일까?

영암읍 역리 안지락
[2020년 7월 24일 / 제279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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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장군이 운명했다. 숨 막히는 전장 속에서 ‘내가 물러나면 나를 쏴라’라고 외치던, 그의 죽음에 우선 애도를 표한다.

얼마 전 사진 하나를 봤다. 그 사진에는 박한기 합참의장을 비롯하여, 수많은 장군들이 백선엽 장군의 영정 앞에 고개 숙이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말을 했다. ‘백선엽 장군은 구국의 영웅이다. 그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가 있다. 우리 후배장교들이 그의 정신을 이어나가겠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냥 무덤덤했다. 문득 한 얼굴이 떠올랐다. 2015년, 일제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분신한 최현열 열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순간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보통의 소용돌이가 아니었다.

최현열 열사는 독립운동가 최병수 선생님의 자제이다. 하지만 최병수 선생님이 사회주의 계열이었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대우는 받지 못했다. 심지어 연좌제로 인해 집안이 몰락했었다. 그러나 그는 노인연금,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마련한 생활비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에 후원하며, 국권회복과 민족정기를 세우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한일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일본대사관 앞에서 산화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백선엽 장군은 일제시대 때 간도특설대의 장교로 활동했다. 간도특설대는 항일독립운동가를 토벌하고, 양민학살을 일삼은 집단이다. 그는 일제에 협조했다. 아니, 일제를 위해 충성을 다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때, 다부동전투 등에서 공훈을 세워 ‘구국의 영웅’이라고 칭송받게 되었다. 이후 그는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 부역하며, 승승장구를 달렸다. 오늘날에는 ‘구국의 영웅’이라고 불리며, 우리 국군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았다. 그리고 지난 10일, 그는 영면했다.

성찰, 진리, 정의, 인과응보.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초중고를 다니는 12년 동안, 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봐왔던 말이었다. 동시에 내 삶의 척도였다. 그러기에 단 한 번도 이 말에 의구심이 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회의감 아닌 회의감이 들고 있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느낄 줄 모르던, 진리에 역행(逆行) 하던 인물이, 그 누구보다 가장 ‘당당하고 명예롭게’ 눈을 감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문득 염상섭의 ‘만세전’의 일부가 떠오른다.

‘어떻든지 저편의 호감을 사고 저편을 웃기기만 하면 목전에 닥쳐오는 핍박은 면할 것이다. 속으로는 요놈 하면서도라도 얼굴에만 웃는 빛을 띠면 당장의 급한 욕은 면할 것이다. 공포, 경계, 미봉, 가식, 굴복, 도회, 비굴······ 이러한 모든 것에 숨어사는 것이 조선 사람의 가장 유리한 생활 방도요. 현명한 처세술이다.’

단순히 내 앞만 바라보면서 기회주의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었을까. 가식적이고 비굴한 태도가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을까. 진리를 염원하고, 진리를 위해 몸 바쳐 싸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을까. 제 몸에 불을 붙여, 정의를 바랬던 그의 행동은 다 부질 없는 짓이었을까.

뭔가 잘못된 것 같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답은 무엇일까?’ 나는 아직 어리고 어리석기에, 명확히 답을 구해내기 어려울 것 같다. 누군가 답을 설명해주면 좋겠다. 마치 수학문제를 풀듯이, 차근차근 설명해주면 좋겠다. 

스무 살, 내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답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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