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공공도서관,  미래에서 변화를 찾다
책을 빌리거나 읽고 공부하는 공간으로만 인식되었던 ‘도서관’. 하지만 21세기 시대 트렌드는 도서관마저 변화하게 만들었다. 강연과 공연, 이벤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카페 및 여가활동을 포함한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서관의 변화는 현재 진행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에는 뒤처지는 책을 빌리거나 읽기만 하는 영암의 도서관 변화가 더디다. 시설의 한계와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영암공공도서관의 이전과 관련한 움직임이 시작되는 지금이 바로 지역 도서관의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이기에 전국의 도서관 현장을 취재해 보도한다. 

< 글 싣는 순서 >
- 기적을 계속 낳고 있는 순천 ‘기적의 도서관’
- 시끌벅적 떠들 수 있는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 양재도서관
- 솔솔 책 향기와 더불어 가는 문화공간 ‘책마루 도서관’
- 독서와 휴식이 어우러진 ‘지혜의 숲’과 ‘북카페’
- 역사((驛舍) 지하공간을 지역민들의 품으로 ‘가재울도서관’
- 전주시민들의 책 놀이터로 변신한 ‘평화 도서관’
- 공장지대 폐교에서 지역의 명소로 ‘김해 지혜의 바다’

도서관의 변화 가져온 새로운 시도

2000년대 초반, MBC-TV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느낌표’의 한 코너가 전국적인 독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였다. 경쾌한 구호로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 달에 한 권씩 좋은 책을 소개하고 독서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어린이 도서관을 세우는 ‘기적의 도서관’ 사업을 추진했었다. 

그 결과 전국에 두 개 뿐이었던 어린이 전문 도서관은 기적의 도서관 14곳을 포함해 100개를 훌쩍 뛰어넘게 됐는데, 이는 단순히 숫자상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도서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첫 시발점이었던 순천의 기적의 도서관이 1호로 선정돼 2003년 11월 10일 개관했다. 개관 17년째를 맞는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지역사회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당초 개관의 취지에 맞게 여전히 어린이 도서관으로서의 특성을 제대로 맞춰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바닥에 누워서 책을 읽고 동굴같이 꾸며진 곳에서는 몇몇 아이들이 놀이를 즐기며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오고 싶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우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야외에서도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여러 가지 모양과 다양한 색상의 의자와 소파들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책도 답답하지 않게 그러나 종류별, 연령대별로 잘 분류되어 꽂혀 있어 아이들이 책을 장난감삼아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순천 기적의 도서관과 이어지는 3500여평 규모의 버드내공원은 체력단련과 산책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이곳만의 장점이다. 마음껏 뛰어 놀며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공원시설이 연계되었다는 점은 틀에 박힌 도서관에 대한 또다른 역할을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기적의 도서관은 성공했다. 단순히 몇 명이 이곳을 찾았다는 산술적 결과가 아니라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딱딱하고 숨 막히는 독서실 같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뒹굴며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따뜻한 공간으로 바꾸어놓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 할만 하다. 

또 이를 통해 도서관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이 생겨났고, 이런 관심이 제2, 제3의 ‘기적의 도서관’ 사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생겨났다는 점도 긍정적 효과이다.

이처럼 순천시에 어린이 도서관을 지었던 것은 공공도서관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들을 위한 책과 그들을 위한 공간배치, 그들만의 프로그램이 없다면, 몇 억씩 들여 지어놓은 어린이 전문 도서관이 낭비가 되는 셈이다. 

특히 행정적 시각으로 행정의 관점으로 관료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해 그저 책을 빌려주고 받는 단순한 도서관의 역할에서 벗어나 무엇보다 도서관 관계자들이 어린이 전문 도서관으로서 기적의 도서관의 근본적인 설립 취지를 십분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한 노력의 결과물이 지금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만들어냈다.

도서관이 문화복합시설로 자리를 잡으면서 도서관 때문에 순천시 해룡면으로 이사를 오겠다는 사람도 있고 주변 집값이 오를 정도로 기적의 도서관은 지역사회에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 내고 있다. 

아이들에겐 ‘놀이터’, 엄마들에겐 ‘수다방’
지식운동의 근간이자 지역주민센터 역할

17년이라는 세월이 쌓였지만 순천의 ‘기적의 도서관’의 도전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 휴관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었던 올해에는 ‘북스타트 꾸러미 택배서비스’를 전남에서 유일하게 시행하며 시대에 발맞춘 프로그램을 펼쳐나가고 있다.

‘북스타트 꾸러미’ 택배서비스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이용자의 불편 해소를 위해 18개월 유아를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205명의 유아에게 책을 배달해주는 사업으로 높아진 주민들의 수요를 조금이나마 채워줬다.

또 지난해에는 어린이들이 다양한 경로로 책과 도서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어린이 사서 500여명을 양성하는 등 이외에도 세대별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해 전 시민이 찾을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 모든 것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기적의 도서관은 민·관이 함께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국가나 지방정부의 예산과 인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람도 돈도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부족한 부분은 자원봉사 활동가들로 채웠다. 아이를 둔 엄마들의 자원봉사 활동이 더해지면서 도서관이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이자 엄마들에게는 수다방으로 자리매김함으로서 지식운동의 근간이자 지역주민센터로서의 역할까지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기적의 도서관 관계자는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어린이들에게 우주라는 공간이 돼 그 속에서 책을 매개로 자유롭게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특별한 장소라고 생각한다”며 “도서관은 어른들의 잣대로 설계하고 어른들이 만든 망치로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면서 끊임없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동취재> 우용희·장정안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